'2023년 테니스' 마스터스 대회 격상, 상금 공정 분배, 윔블던 복장 유연성까지

김홍주 2023. 1. 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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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의 그랜드슬램으로 불리는 마이애미오픈

[전채항 객원기자] 환희와 눈물, 짜릿함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한 해를 뒤로 하고 이제 새로운 시즌이 도래하였다. ‘테니스의 황제’ 페더러의 은퇴와 함께 크게 요동쳤던 2022년이 지나 맞이하는 2023년은 그 어느 때보다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모든 일의 끝에는 또 다른 시작이 이어지는 법! 진정한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테니스계에 2023년은 그 어느 때보다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강력해진 마스터스 시리즈, 준 메이저급으로의 격상
4대 그랜드슬램 다음으로 가장 큰 대회를 뽑자면 마스터스 1000 시리즈이다. 모든 선수가 출전하는 공평한 조건을 감안하면 마스터스 1000 시리즈는 ‘준 그랜드슬램’급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마스터스 1000 시리즈 안에서도 중요도와 명성은 대회의 수준과 규모에 따라 나뉘게 되는데, ATP에는 총 9개의 마스터스 대회가 있지만 이 중 가장 중요한 대회는 단연코 ‘제5의 그랜드슬램’으로 불리는 인디언웰스와 연달아 열리는 마이애미오픈이다.

따라서 이 두 대회를 모두 제패할 시 얻게 되는 ‘선샤인 더블’이란 기록 역시 선수 입장에서 늘 도전하게 만드는 목표 중 하나다. 이 두 대회가 유난히 더 주목받는 이유는 아무래도 대회의 규모가 다른 대회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고 그 만큼 우승 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일주일간 56 드로로 열리는 타 대회에 비해 두 대회는 2주에 가까운 12일간 96드로로 열려 거의 그랜드슬램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특혜가 사라질 예정이다. 다른 마스터스 대회도 같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될 계획이 발표된 것. ATP는 지난 여름 테니스의 발전과 더 많은 팬들을 흡수하기 위한 방안으로 몇가지 미래지향적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중 하나가 마스터스 대회의 점진적인 격상이었다. 

현재 2개 대회에 불과한 96드로 대회를 2023년 5개로 늘리고, 2025년엔 그 숫자를 7개로 늘린다는 계획인데 나머지 2개 대회도 머지않아 96드로 대열에 합류하리라 본다. 마드리드, 로마 그리고 상하이 마스터스가 2023년부터 96드로와 함께 12일간 테니스 열기를 이어가게 된다.

2025년부터는 캐나다오픈과 신시내티 마스터스도 추가 격상될 예정이다. 따라서 2025년엔 프랑스권에서 열리는 몬테카를로와 파리 마스터스만 56드로로 남게 되는데, 이번 변화를 통해 추후 ATP 500의 업그레이드 또한 논의될 것이 분명하기에 잔여 대회의 격상 또한 시간문제일 것이다.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두 개의 대회가 확장된 만큼 아마도 클레이에서 강한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흙신 라파엘 나달(이상 스페인)에게 이번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2023년 여름이 매우 기대된다.


올해부터 96드로로 진행되는 마드리드오픈

두둑해진 총 상금 규모, 재정적인 안정과 동기부여 제공
ATP는 또한 ‘OneVision’이라는 장기적인 계획을 발표하며 재정적인 업그레이드 또한 약속했는데 다소 파격적인 결정을 통해 선수들과 팬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바로 선수들과 대회측의 수익구조를 무조건 50 : 50으로 일괄 분배하기로 선언, 양측의 분쟁을 단칼에 차단하기로 나선 것이다. 사실 수익구조는 매우 예민한 사안이기에 대회 입장에서는 선수들에게 공개적으로 제공되는 총상금 외 기타 부대 수익에 대해서는 공개할 의무가 없다. 선수들은 이에 대해 늘 불만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들의 플레이와 스타성으로 대회가 스폰서 유치, 중계권 판매, 입장권 수입 등을 일으키는데 이로 인해 유입되는 자금이 선수들에게 제대로 보상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곤 했다. 

이는 투명하지 못한, 어쩌면 투명할 수 없는 수익구조 때문이었고, 이 둘 사이에 있는 투어측은 방관자 역할을 수행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투어측이 과감하게 조정자로 나서며 늘 뜨거운 감자였던 수익 분배 이슈를 일단락시키게 되었다. 물론 이 결정이 무조건적인 결말이라 단정할 순 없으나, 표면적으로는 공정한 결정으로 보이기에 당분간은 상금 분배에 대한 볼멘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ATP의 또 다른 강력한 의지로도 해석되는데, ‘OneVision’이 내세우는 단계적 발전 중 2단계의 모토가 모든 주체가 한 마음으로 테니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자는 것이기에 이제는 수익 분배 등 다소 소모적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팬들을 위한 건설적인 고민에 더 집중하자는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사료된다. 

그동안 대회측은 수익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며 대회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했기에 이번 결정이 다소 당황스러울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선수들의 수준과 플레이의 퀄리티가 향상되어야만 대회 또한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호간의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선수들에게 돌아갈 몫이 많아지며 라운드마다 받는 상금 또한 이전보다 더 많아지게 되었는데, 투어측에 따르면 대회당 100여명에 불과했던 수혜자가 140여명으로 증가하며 선수들의 재정상황 또한 많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성적에 따라 연말에 톱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보너스 역시 수혜자가 기존 12명에서 30명으로 늘어나며 더 많은 선수들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마스터스 대회의 격상 또한 총상금의 인상으로 귀결되는데, 대회 규모가 확대된 만큼 총상금 또한 늘어날 전망이며, 현재 총상금 대비 약 35% 인상되어 선수들이 대회에 임하는 자세 또한 남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적인 조건이 나아진 만큼 더 많은 선수들이 참가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되고, 프로 세계인만큼 확실한 동기부여가 제공되어 이를 지켜보는 팬들의 눈과 귀 또한 더욱 즐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느슨해진 윔블던의 복장 규제, 시대에 맞춘 당연한 결정
윔블던의 ‘올 화이트’ 복장 규정은 너무나 확고하며, 그 수준이 이제는 대중에게 의아하게 다가와 이젠 스포츠 관련 영상이나 매체에서 우스갯소리로 다룰 정도가 됐다. 규정에 의거 발바닥에 색깔이 있다는 이유로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같은 슈퍼스타도 신발을 갈아 신어야 했고, 카밀라 조르지(이탈리아)는 경기복에 박힌 로고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심판과 언쟁을 벌이며 플레이가 지연되는 사례도 있었으며, 유지니 부샤르(캐나다)와 미하엘라 부자르네스쿠(루마니아)는 브래지어의 끈이 흰색이 아니라는 이유로 경기 전 속옷을 갈아입기를 명령받기도 했다.

다소 황당한 사건이 연일 해외토픽처럼 빵빵 터지던 곳이 바로 윔블던이다. 물론 ‘올 화이트’는 윔블던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이고, 신 문물이 넘치는 요즘 클래식한 준엄함을 목격할 수 있는 윔블던에서 단 2주만이라도 옛날의 고귀함을 느끼고 싶은 마음 또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대회를 준비하는 조직위원회와 관중석에 앉아 지켜보는 팬들의 입장이지 정작 선수들의 마음은 전혀 반영이 안된 다소 이기적인 결정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이 논란의 불씨는 한 여자 선수가 고백한 ‘불편한 진실’로 인해 제대로 불길이 치솟으며 전 세계의 관심을 받게 됐다. SNS 활동도 열심히 하며 늘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로 유명한 다리아 사빌(호주)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동료 선수들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는데, “선수들과 윔블던의 ‘올 화이트’에 대해 얘기하면 일부 좋다는 반응도 있지만 이를 매우 싫어한다는 선수도 꽤 많다. 이유는 그 기간에 생리를 하게 되면 어느 때보다 스트레스를 받고 플레이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라며 누구도 얘기하기 꺼려했던 사실에 대해 과감없이 공개한 것. 심지어 사빌은 이 기간 혹시나 경기복에 흔적이 묻을까봐 걱정하지 않기 위해 강제적으로 생리를 중단했다는 일화도 밝혔다. 

여자 선수들의 대모 빌리 진 킹(미국) 또한 “이제는 윔블던이 나서야 할 때”임을 강조하며 윔블던측을 압박했는데, 결국 윔블던이 굴복하며 그토록 고치지 않던 ‘올 화이트’ 규정을 2023년부터는 일부 변경하는데 합의했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속옷의 경우 어두운 색상을 입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이며, 그 외 추가적인 조치는 올 봄 윔블던의 새로운 규정 발표를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결정은 선수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경기복 규정이 바뀐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며, 경기복이 단순히 자신의 외모를 뽐내기 위한 도구나 전통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 아닌,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보조제로 인식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선수들의 정신적 건강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계기가 된 것으로 보여진다.


올화이트 복장 규정을 유연하게 바꿀 계획인 윔블던

글= 김홍주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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