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동맹전략 비난한 김정은…북핵문제 '신냉전 종속' 이어질듯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를 앞두고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국제질서가 '신냉전'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는 인식을 거듭 드러냈다.
신냉전 구도에 편승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가 올해도 이어지겠지만 미·일·중·러 등 한반도 주변 주요국들이 '진영을 넘어선' 북핵 협력에 나서기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개최된 전원회의 보고에서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는 데 맞게 견지해야 할 대외사업 원칙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은) 일본, 남조선과의 3각 공조 실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동맹 강화의 간판 밑에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블럭을 형성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며 미국의 동맹전략을 구체적으로 비난했다.
또 대미, 대적 대응방향을 천명하며 "미국의 동맹전략에 편승해 우리 국가의 신성한 존엄과 자주권을 찬탈하는 데 발을 잠그기 시작한 나라들에도 경종을 울렸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 3각 공조 등 지역 내 동맹국들과의 네트워크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북한의 핵 위협 대응에도 활용될 수 있지만 결국 중국과의 역내 패권 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질서 위협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이처럼 '한미일 대 북중러' 진영이 갈라져 대립하면서 북핵 포기를 위한 국제적 연대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북한은 핵 개발의 호기로 활용해 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조선반도를 둘러싼 세력 구도가 명백"해졌다며 "조성된 국면을 군력 강화의 더없는 좋은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번 전원회의 보고에서 신냉전·다극화를 거듭 언급한 것은 이런 국제정세 진단을 발판으로 올해도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김 위원장이) 신냉전을 직접 언급했다는 것은 국제정세를 계속 지켜봐온 결과 결론을 내리고 그 속에서 대비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핵무력 강화의 정당성을 신냉전에서 찾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미중 경쟁구도로 북핵 해결을 위한 협력·소통에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한국 정부는 최근 북한의 도발 중단과 대화 복귀를 견인하는 것이 '한·미·중의 공동 이익'임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된다면 결국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연대가 다시 강화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함이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건설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원론적 호응에 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러관계는 오히려 강화됐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임에도 북한과 무기거래를 하는 등 결의 위반 행위에까지 직접 나서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 관련 정보를 올해 초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출할 방침인데, 이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현재 진행 중인 의장성명 논의를 더 복잡하게 할 우려가 있다.
이처럼 북핵 해결 동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대외전략 중심축도 한반도에서 '인도태평양'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연대를 강조하면서 북한 등 한반도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북핵 해결을 위한 미국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대중국 패권경쟁에 둔 정책적 우선순위가 단시간 내에 바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이 대화 메시지를 적극 발신하는 것이 북한을 진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로 보이는데 우크라이나, 대만, 중국 문제에 우선순위가 밀린 북한에 바이든 정부가 적극성을 발휘할 가능성은 다소 낮다"고 전망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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