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아온 토끼띠 해···전시로 만나는 토끼의 흥미로운 상징과 의미
옛 민속품~현대 캐릭터 상품까지···문화적·생태적 측면 톺아보기
국립중앙박물관·갤러리 등, 토끼 관련 유물·그림 소개
2023년 새해는 계묘년(癸卯年)으로 토끼띠 해다. 동양의 전통 사상·역법에 기반한 10간(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가운데 ‘계’와 12지(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열두 동물 중 토끼인 ‘묘’가 만난 해다. ‘계’가 색깔로는 오방색 중 검은색을 뜻해 ‘검은 토끼띠 해’라고도 부른다.
토끼는 사람들과 친숙한 동물이다. 역사적으로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지니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다 놓친다’ ‘놀란 토끼 눈’ ‘토끼같은 자식’ 등 속담이나 갖가지 언어 표현 등에서 보듯 우리의 일상 문화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토끼는 고대의 문화유산에서부터 전래 동화나 동요, 판소리, 시와 소설, 공연 등의 주요 소재·주제로 활용돼왔다. 현대에도 토끼의 상징과 의미를 토대로 한 다양한 작품, 캐릭터 상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토끼띠 해를 맞아 토끼가 역사적으로 어떤 상징성과 의미를 가졌고, 어떤 방식으로 이해·표현·형상화됐는지, 현대인들에게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 등을 살펴보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띠 동물 토끼를 문화적·생태적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국립민속박물관은 특별전 ‘새해, 토끼 왔네!’를 기획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토끼의 생태적 특성을 비롯해 상징과 의미가 녹아든 일상생활 속 갖가지 민속품부터 그림, 조각, 옛 문헌과 책, 현대 캐릭터 상품까지 모두 7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토끼는 전통적으로 지혜롭고 영리하며 민첩하고 특히 ‘계수나무와 옥토끼’처럼 달과 관련된 존재로 인식됐다. 여느 동물들처럼 토끼의 다양한 의미와 상징은 그 생김새와 생태적 습성에서 비롯됐다. 토끼의 크고 긴 쫑긋한 귀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민함을 나타낸다. 실제 사람보다 소리에 2배나 민감하다. 동그란 눈은 시야각이 사람보다 훨씬 넓고, 빛 감도도 8배가 높아 어두운 곳에서도 잘 본다.
짧은 앞다리와 상대적으로 긴 뒷다리의 토끼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등 우화에서 보듯 작은 몸으로도 잘 달리고 민첩하다. 연약하지만 민첩하고 영특해 위기를 모면하는 이야기들이 세계적으로 많이 전해진다. 토끼의 부드럽고 탄력이 좋은 털은 붓의 재료나 방한용품으로, 고기는 식용으로 이용된다. 원래 한반도의 토끼인 멧토끼는 회색·갈색 털이다. 흰 털은 색소결핍증 토끼로 극히 드물거나 아니면 외래종이다. 조선시대에는 토끼의 흰색 털을 장수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했다. 물론 토끼는 교활하거나 자기 꾀에 넘어가는 경박함, 연약함을 상징하는 경우도 있다.
토끼와 달은 유독 밀접한 관계로 인식되고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부터 구비문학, 민화, 동화, 동요에 이르기까지 현대에도 여전히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의 동요 ‘반달’ 등이 대표적이다. 토끼가 달 속에서 떡방아나 명약을 찧고 있다는 인식은 고대 중국과 불교 설화 등에서 비롯됐다. 토끼에게 달의 정령이라는 상징과 무병장수 등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특별전 ‘새해, 토끼 왔네!’ 전시장에서는 이 같은 토끼의 여러 상징과 의미를 전시품으로 만난다. 토끼털을 이용한 방한모자인 ‘풍차’나 토끼가 수놓아진 베갯모판, 십이지상 등에서는 토끼가 얼마나 일상생활 속에 밀접하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토끼와 자라 목각인형’에서는 판소리 ‘수궁가’의 한 장면을 떠올릴 수 있고, 토끼 한 쌍을 정답게 그린 민화 ‘쌍토도’에서는 부부애와 화목한 가정을 바라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전시장 안쪽에는 달과 토끼 이야기를 담은 별도 공간도 마련돼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김종대 관장은 “오랫동안 우리 삶 속에서 함께해 온 토끼의 생태와 민속을 이번 전시를 통해 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회”라고 밝혔다. 전시는 3월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은 토끼해를 맞아 상설전시실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토끼 관련 대표적 전시품 10점을 소개했다.
통일신라시대의 ‘십이지 토끼상’은 갑옷을 입고 칼을 든 형상이다.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의 의미가 담겼음을 알 수 있다. 고려청자의 걸작인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국보)를 자세히 보면 앙증맞고 귀여운 토끼 세 마리가 향로를 떠받치고 있다.
고려시대 청동 거울, 조선시대 그림들에서는 달에서 방아를 찧는 토끼 이야기가 형상화됐다. 또 매로 토끼를 잡는 상황을 담아 제왕의 위엄을 드러내는 조선시대 회화, 토끼 모양의 백자 연적 등도 있다. 문화유산 속에 나타난 여러 모습을 통해 토끼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표현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현대 작가들의 토끼 그림전같이 여러 형태의 특별전 등도 열린다. 장은선갤러리(서울 운니동)에서는 김표중·송기재 작가의 초대전 ‘힘내자! 福(복)토끼’전이 4일 개막한다. 김 작가는 당근으로 만들어진 유토피아를 향하는 토끼를 통해 현실을 벗어나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이상향을 향한 기대를 드러낸다. 송 작가는 현대인의 불안한 내면과 현대사회의 불안정성을 토끼 탈을 쓴 인물형상을 통해 풍자한다.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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