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분명 전진했다"지만…'대대적 승리' 선언하지 못한 김정은

이설 기자 2023. 1. 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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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회의서 "2022년 결코 무의미하지 않은 시간"으로만 평가…'성과' 부족한 듯
간부들 '엄책'하고 '외부 의존병' 청산 투쟁 강조하기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은 지난해 12월26일부터 31일까지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6차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올해 국정 운영 계획을 수립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새해 첫날 전원회의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해를 총화하면서 "분명코 우리는 전진하였다"면서도 '대대적 승리'를 선언하지 못했다. 작년 북한의 전반적인 성과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12월26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총화보고에서 "2022년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은 시간이었고 분명코 우리는 전진하였다"라고 말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일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당과 국가의 제반 사업에서 이룩된 확실한 성과들은 혹독한 국난을 억척 같이 감내해주며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정신력과 창조력을 발휘해준 위대한 우리 인민만이 전취할 수 있는 '값비싼 승리'이며 조국청사에 길이 빛날 불멸의 공적"이라고 밝혔다.

또 노동신문도 이번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하며 "전대미문의 온갖 도전과 위협들이 가득했던 2022년", "가장 어려운 고비", "시련에 찬 2022년", "국가존망을 판가리하는 위험천만하고 급박한 고비" 등 '어려움'을 부각하는 표현들을 대거 등장시켰다.

이는 김 총비서가 2021년을 '자랑찬 승리의 해'로 묘사했던 것과 온도차가 느껴지는 언급이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21년 12월에 열린 연말 전원회의에서는 "2021년은 엄혹한 난관 속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으로의 거창한 변화의 서막을 열어놓은 '위대한 승리'의 해"라면서 농업과 건설, 경제, 국방 등 국가산업 전반에서 "당당히 자부할만한 커다란 성과들이 이룩됐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특히 당시 노동신문도 "전원회의는 전당, 전국, 전민이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웅대한 전략사상과 실천강령을 받들어 5개년 계획 수행의 첫해를 '자랑찬 승리'로 빛냈다"라며 경제 발전 5개년 계획 수행에 있어 유의미한 성과를 냈음을 선전했다.

이에 비해 올해 언급된 '값비싼 승리'는 지난해 각종 정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많은 대가를 치렀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으로 보인다. 특히 김 총비서가 "올해는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라고 2022년을 묘사한 것은 내부적으로는 성과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존재함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 총비서가 이번 전원회의에서 '혹독한 국난', '간고분투' 등을 언급하며 상황이 녹록지 않았음을 시사한 것도 북한의 내부 성과가 미진했음을 보여 주는 대목으로 보인다.

장기화된 대북제재 국면에서 작년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처음으로 겪고, 이를 전후로 국경 및 내부 봉쇄도 지속해 경제 성과 도출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원회의 보도의 첫문장이 지난 2022년 1월1일 전원회의 보도와는 달리 대단히 감정에 호소하는 문장으로 시작한다"면서 "이번 회의 관련 보도를 통해 북한에게 2022년이 대단히 어렵고 힘든 상황이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작년 한해를 평가하는 새해 첫 보도에서 대내외적으로 성과를 포장해 '선전'할 수도 있었음에도 솔직한 언급이 불가피했던 것이 현재 북한의 녹록지 않은 상황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경제분야의 경우 성과에 대한 큰 자화자찬없이 건설, 살림집 분야 등 일부에 한정되어 있다"라며 "별다른 성과가 없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노동신문은 김 총비서가 "패배주의와 기술신비주의를 청산하기 위해 강하게 투쟁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낡은 사상경향이 아직도 교묘한 외피를 쓰고 일부 경제일군들속에 고질병, 토착병처럼 잠복해 있다"라며 이를 '엄책'했다고 한다.

또 "전원회의는 아직까지도 남의 기술에 대한 의존을 털어버리지 않고 자력의 원칙을 흥정하려드는 낡은 사상에 단호하고도 심대한 타격을 주었으며 객관적 환경에 빙자하면서 우리 사업을 방해하고 있는 온갖 그릇된 사상잔재를 말끔히 청산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 전개해야 한다고 인정했다"라며 내부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성장'을 방해했음을 자인하기도 했다.

한편 김 총비서는 올해가 조국해방전쟁승리(전승절) 70주년과 공화국 창건(9·9절) 75주년을 기념하게 되는 '사회주의 발전 노정과 공화국의 역사에서 중요한 계기로 되는 해'라면서 "5개년 계획 완수의 결정적 담보를 구축하는 것을 새해 사업의 총적 방향으로 제시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올해 성과가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도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총비서가 5개년 계획 완수의 결정적 담보를 구축하는 것을 새해사업의 총적방향으로 제시하였으나 이전과 다른 새로운 경제정책과 과제들은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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