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이재명 앞에서 “굴 3개 파는 토끼처럼 플랜2·플랜3 마련해야”
1일 새해 첫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을 비롯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당직자들이 참여했다.
첫 마이크는 민주당 상임고문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잡았다. 행사 사회를 맡은 한민수 대변인은 “당의 큰 어른인 문희상 전 의장님의 여는 말씀을 듣겠다”고 했다.
이어 문 전 의장은 “별볼일 없는 사람이 항렬만 높다고 가문의 영광이라 생각하는 여는 말씀을 하게 됐다”며 “한해를 맞으면서 국민 여러분 한분 한분께 행운을 기원한다”고 의례적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문 전 의장은 2023년 계묘년 새해와 관련해 “토끼는 민첩하고 영민한 동물이다. 굴을 3개 판다고 해서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말도 있다”고 운을 띄웠다. 교토삼굴은 “꾀 많은 토끼는 위기에 대비해 평소 굴을 세 개 파놓는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문 전 의장은 “우리도 영민한 토끼를 닮아서 플랜2, 플랜3 이렇게 대안을 많이 마련하는 그런 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원론적인 의미일 수도 있지만 이재명 대표를 앞에 두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 문 전 의장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맞닥뜨린 민주당에 경고 메시지를 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문 전 의장은 또 “교수협의회 금년(2022년)의 사자성어가 ‘잘못된 자가 고쳐야 한다’는 과이불개(過而不改·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였다”며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 정부 여당에도 해당하지만 우리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한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문 전 의장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 대표는 “정치는 없는 걸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없는 것도 만들어내며 새로운 길,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여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민주당 안팎에서는 “자신을 둘러싼 당 내외 압박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이 대표 속내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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