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기소는 될 것 같다” 측근들에 털어놓은 이재명의 진짜 고민
지난달 성남FC 사건으로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기 몇주 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주변 가까운 의원들에게 “결국 내가 기소는 될 것 같다”는 속내를 털어놨다고 한다. 숨진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허위 발언한 사실로 이미 공직선거법상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 입장에서 대장동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검찰 수사만 겹겹이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속내는 놀랄 만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재명 고민은 사법적 아닌 정치적 고민
다만 이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의 고민은 사법적 고민이 아니다”고 하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검찰 수사를 받은 경험이 있고, ‘친형 강제입원’ 허위 발언 혐의로 정치 생명이 끝날 뻔한 위기에서조차 대법원에서 기사 회생한 경험이 있는 이 대표는 사법적 절차에 대해서는 자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대장동 건에서는 자신 있어 하는 것 같다. 본인이 직접 돈을 받은 것이 없을 뿐더러 ‘정치적 동지’로 불린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 등이 입을 열 가능성도 없다고 보는 것 같다”며 “배임 혐의는 법정에서 유무죄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주변에서는 ‘임종석 판례’도 거론한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과거 의원 시절 보좌관이 삼화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사건인데, 결국 보좌관이 임 전 실장에게 보고하지도 않았고 임 전 실장이 직접 돈을 받으라고 지시하지도 않았다는 이유로 임 전 실장은 2014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마찬가지 이 대표 측근들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 대표에게 보고했거나 이 대표가 직접 돈을 받으라고 지시를 했다는 ‘스모킹 건’이 나오지 않는 이상 치명타가 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성남FC 같은 사건으로 이 대표를 기소하면, 전국 수백명의 지자체장 모두 비슷한 혐의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사라진다는 두려움
이 때문에 이 대표의 현재 고민은 사법적 고민이 아닌 정치적 고민에 주로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주변에 “(대장동 사건 등으로) 기소가 또 되면 지금보다 물러나라고 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 대표는 인신 구속 등 사법 처리에 대한 두려움은 하나도 없어 보였다”며 “애초 이 대표는 중앙 정치인 출신이 아니다. 성남 지역 행정을 하다 여의도 중앙 정치 무대에 대한 오랜 꿈을 가지고 성장한 케이스기 때문에 그 무대에서 사라져야 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더욱 커 보였다”고 했다.
기소가 되더라도 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당헌을 고친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를 끌어내릴 강제적 방법은 없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다. 뇌물 혐의를 받던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 동의안 표결에 반대 표시를 했던 민주당 의원들도 “이 대표에 대해 검찰의 체포 동의안이 넘어오면 똑같이 할 것이냐”고 물으면 “그때 검찰의 수사 상황을 또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미묘한 뉘앙스의 답을 한다. 검찰이 어느 정도 결정적 물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고민도 이러한 맥락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겹겹의 사건으로 순차적으로 기소가 된 이 대표가 재판을 받기 위해 성남 법원과 서초동 중앙지방법원을 일주일에 몇차례씩 오가며 당 대표직을 수행하는 모습도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힘들다는 것이 민주당 내부 반응이다.
◇정치는 생물, 수사도 생물
정치도 생물이지만, 수사 역시 생물이다. 현 시점 수면 밑에 있는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론이 검찰의 본격 기소 및 재판 단계에서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다. 민주당 한 중진은 “1차적으로는 검찰의 수사 및 기소가 무르익을 구정 전후 최대 위기가 분출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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