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南은 명백한 적"…대남 핵위협 '강화'·대화의지 '전무'
핵실험 등 새해 대치 국면 심화 우려…대미 직접 위협은 없어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이상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날부터 남측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며 핵 위협 수위를 높였다.
강대강 대결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지난해 본격화한 긴장 국면이 올해는 심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된다.
1일 조선중앙통신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보고에서 대외 관련 내용의 대부분을 남측을 겨냥한 국방력 강화에 할애했다.
그는 남측을 "의심할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이라고 규정한 뒤 현 상황은 전술핵무기 다량생산, 핵탄 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를 기본중심 방향으로 하는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천명했다.
남측을 겨냥한 핵무기 전력 강화가 올해 국방전략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 핵무력은 전쟁억제와 평화안정 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 실패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며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유사시 핵무기를 선제공격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한 것으로, 지난해 핵무력 법제화 등에서 나타났던 '핵사용 문턱 낮추기'의 흐름을 재확인한 것이다.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대남 위협에 나섰다.
북한은 2022년 마지막 날과 새해 첫날에 각각 초대형방 사포 3발과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는데, 김 위원장은 이를 두고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남측을 공격할 주력무기를 새해 첫날부터 과시하며 무력시위에 나선 것으로,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 30문이 노동당에 '증정'됐다고 밝혀 실전 배치됐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초대형 방사포와 전술핵, 핵탄두의 기하급수적 증가 등은 결국 대남용"이라며 "올해 남북관계는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북한이 대적 투쟁과 국방력 강화를 같이 언급한 것은 대적 행동에서 군사적 부분이 핵심이라는 의미"라며 "북한이 올해 남측을 겨냥한 군사적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들의 국방력 강화가 한미의 '대조선(대북) 고립압살책동' 때문이라는 인식도 재확인했다.
남측을 향해서는 "무분별하고 위험천만한 군비증강책동에 광분하는 한편 적대적군사활동들을 활발히 하며 대결적 자세로 도전해 나서고 있다"고 강변했다.
미국을 향해서는 "2022년에 각종 핵타격 수단들을 남조선에 상시적인 배치수준으로 들이밀었다", "일본, 남측과 3각공조 실현의 본격적인 추진을 통해 아시아판 나토같은 군사블럭 형성에 골몰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국제관계가 '신냉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됐다며 '강대강 정면승부 대적투쟁 원칙에서 물리적 힘을 다지겠다'고 천명했는데, 이런 정세 인식에 따라 올해 각종 전략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미 김 위원장이 "최단기간 내 또 다른 신형전략무기의 출현을 기대한다"고 밝혔던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예고했고,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도 4월내로 계획돼 있다.
남측을 향해 노골적인 핵 위협을 한 것에 비해 대미 직접 위협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을 위협할 전략 무기의 개발 의지를 거듭 밝힘으로써 간접적인 위협을 가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올해는 7차 핵실험에도 나설 소지가 다분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갈음하는 전원회의 보고에서 미국이나 남측을 향한 대화나 협상 여지를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한 북한의 호응은 올해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신냉전 구도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라는 뒷배를 확보한 북한이 제재에 대한 부담 없이 국방력 강화에 매진할 것으로 보여 미국과의 협상 또한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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