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조한철, 늘 변함없이 [★FULL인터뷰]

최혜진 기자 2023. 1. 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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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진동기 역
[스타뉴스 최혜진 기자]
/사진=눈컴퍼니
배우 조한철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늘 변함없이, 묵묵히 그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다 올해 최고 화제작 '재벌집 막내아들'까지 만났다. 그러나 작품 흥행에 연연하진 않는다. 소홀한 적이 없기에, 그래서 모든 작품이 소중하다는 그다.

조한철은 그간 참 꾸준히 걸어왔다. 1998년 연극 '원룸'으로 데뷔해 약 10년간 연극계에서 활동하던 그는 2009년 드라마 '아이리스'로 안방극장에 진출했다. 올해는 다작을 했다.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안나라수마나라', '위기의 X', '법대로 사랑하라', '약한영웅 Class 1' 등에 출연했다.

그러다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극본 김태희, 연출 정대윤)까지 만나 2022년을 꽉 채웠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하여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올해 방영된 전 채널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지난 25일 방영된 최종회는 시청률 26.9%(닐슨코리아, 이하 전국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썼다. 이는 '부부의 세계'(28.4%)를 잇는 JTBC 역대 드라마 2위의 성적이다.

이러한 흥행에 조한철은 "너무 좋은 작품이었고 시청률도 좋았다"며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작품이 흥행되더라도 이토록 커다란 관심이 쏟아질지 몰랐다고 했다. "물론 '드라마가 잘되지 않을까'란 예상은 했는데 이 정도일 거라 예상 못 했다"고 말한 그는 "역대급 아니냐"라고 흡족해했다.

그러나 흥행과 별개로 모든 작품이 소중하단다. 그는 "사실 배우 입장에서는 다른 작품과 같다. 내가 모든 작품에 공들이는 크기는 같은 거 같다. 다만 이번 작품은 (시청자들이) 많이 좋아해 주신 거 같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시청률에 좌지우지하지 않는다. 조한철은 "'어떻게 하면 이 드라마가 잘 될까' 하는 건 배우가 신경 쓴다고 잘 되는 게 아니다. 그런 걸 신경 쓰는 게 바보 같은 짓인 거 같다"며 "'재벌집 막내아들'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몇 배 공들인 건 없고, 하던 대로 했지만 때와 조합들이 잘 맞았던 것 같아 감사할 뿐이다. 그래도 좋은 드라마가 될 거란 기대는 했다. 배우들과 연기할 때 너무 재밌었다"고 전했다.

/사진=JTBC
조한철은 극 중 순양그룹 진양철(이성민 분) 회장의 차남 진동기 역으로 등장했다. 진동기는 눈치와 잔머리의 대가다. 장자가 아닌 차남으로 태어나 순양을 물려받을 수 없어 형을 끌어내릴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다. 사업가로서 기질은 보이지만 결국 눈치를 본다. 조한철은 이러한 진동기에 대해 "제일 머리 좋은 인물이긴 한데 제일 약한 인물인 거 같다"고 말했다.

조한철은 차남이란 설정을 연기에 잘 녹여내려고 했다. 그는 "유튜브 등에서 보면 둘째들이 눈칫밥을 먹고 정체성이 확실하지 않다고 하더라. 진동기 같은 경우도 가장 흔들리는 인물이다. 자기의 심지가 있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잘 휘둘리는 인물이었다. 작가님이 그런 인물로 그려줘서 나도 잘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형은 형이라서 장남의 존재감이 있고, 또 막내는 막내의 존재감이 있다. 그러나 진동기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어떻게든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애를 쓴다"며 "그래서 의상 같은 경우도 화려하다. 남자치고 옷 색감도 컬러풀하다"고 밝혔다.

다만 참조한 실존 인물은 없다고 했다. 그는 "나는 그냥 대본을 따라가려 했다. 내가 이전에 코믹한 연기를 많이 했어서 감독님도 '진동기가 재밌으면 좋겠다'고는 하시더라. 그건 대본을 잘 따라가면 재밌는 부분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누군가를 레퍼런스 삼거나, 또 원작을 읽지도 않았다. 평소 원작을 읽고 들어가는 작품도 있었지만 이번 작품은 원작을 읽지 않는 게 나을 거 같았다"고 전했다.

/사진=JTBC
진동기는 빌런이지만 '밉지 않은' 빌런이다. 재력 앞에서 야욕을 드러내다가도 결국 약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호랑이 같은 아버지 진양철(이성민 분) 앞에서 약해진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의 동정을 사기도 했다.

조한철도 그런 진동기가 마음이 쓰였다고. 그는 "원래도 큰 소리에 잘 놀라는 편이다. 그런데 이성민 선배가 '버럭' 하는 장면이 많아 어쩔 땐 진짜로 깜짝 놀라기도 했다"며 "구렇게 구박받고 눈치를 보는 캐릭터를 촬영하다 보니 '진동기가 힘들게 살았겠구나'를 느꼈다"고 전했다.

'밉지 않은' 빌런으로 사랑받았지만 이러한 수식어에 연기적인 고민도 많아졌다고 했다. 그는 그간 악역에 애정을 가지며 연기를 해왔다고 했다. 조한철은 "악역이어도 '난 나쁜 놈이야' 생각하며 사는 사람도 없지 않을까. 흉악한 범죄자여도 스스로가 '난 나빠'라며 생각하지 않을 거 같다. 그래서 작품 속 인물이 나쁘면 '왜 나쁘게 됐을까'를 생각하며 그 인물이 자라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만든다. 그러다 보면 애정 또는 연민이 간다. 그래야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밉지 않은' 악역이 나오는 거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최근에는 '밉지 않은' 악역에 대한 딜레마가 생기기도 했다고. "캐릭터에 애정이 가다 보니 조금은 밉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격만 하다 끝나지 않고 후회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또 사과하거나 미안한 마음을 들어 자리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한 그는 "한편으로는 '이게 맞지'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이게 맞나?'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정답이 없어 고민"이라고 밝혔다.

/사진=눈컴퍼니
조한철은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명배우들도 많이 만났다. 특히 주인공 송중기와는 지난해 5월 종영한 tvN 드라마 '빈센조'(극본 박재범, 연출 김희원) 이후 재회했다. 송중기는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순양그룹 총수 일가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가 순양그룹의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2회차 인생을 사는 기획조정본부 미래자산관리팀장 윤현우 역을 맡았다.

송중기와 다시 만났음에도 "또 하고 싶다"고 말한 조한철은 송중기에 대한 존경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는 송중기에 대해 "나한테 없는 걸 많이 가지고 있는 친구다. 담대하고, 멋있는 친구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며 "배우로서도 그렇지만 인간으로서도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을 걸 많이 가지고 있다. 나는 집안의 막내라 그런지 나이에 비해 태도 같은 게 어린 느낌이 있다. 그런데 송중기는 가끔 형 같기도 하다. 시원시원하게 결정하고, 워낙에 리더십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스타들의 이미지가 있지 않냐. 스타에 대한 환상을 품기도 하고, '그 인기에 거품이 낀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송중기는 되게 인간적이다. '스타'라는 생각보다 실제로 만나 부대끼다 보면 인간적이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극 중 진도준의 할아버지이자 순양그룹의 총수인 진양철 회장 역을 연기한 이성민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이성민은 조한철에게 자극제였다. "처음부터 이성민의 연기에 놀랐다"고 말한 조한철은 "내가 노력을 했다고 해도 저렇게까지는 못할 거 같다"며 이성민의 열연에 감탄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보통 배우가 목소리를 변화시키고 캐릭터화하려면 과해질 수밖에 없고, 또 티가 난다. 캐릭터화라는 게 단순히 액션을 선택해서 캐릭터를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를 만들고 완전히 변형을 줘야 한다. 그걸 하면서 관객한테 들키지 않는 건 배우로서 정말 어렵다"며 "또 카메라가 가지는 객관적인 특성상 조금만 부자연스러우면 되게 거슬린다. 무대에서 해볼 법한 과감한 시도들도 카메라 앞에선 못하게 된다. 카메라 감독들도 조심스러워한다. 그런데 이성민이 만들어낸 진양철은 완전히 다른 인물이었다. 그게 구현이 잘됐고, 진짜 진양철이란 사람이 저럴 거 같더라"고 말했다.

그런 이성민을 곁에서 바라본 조한철은 "정말 존경스러웠다. 닮고 싶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배우 대 배우로서 질투도 났다"며 "어쩔 땐 촬영하면서 연기하는 걸 구경하기도 했다. 놀라웠다"고 털어놨다.

/사진=눈컴퍼니
조한철은 그간의 연기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그는 "나는 행복하게 살았다. 내 삶에 만족하는 부분이다. 행복이란 건 참 상대적이다. 어제 믹스커피를 먹다가 오늘 아메리카노를 먹을 수 있으면 행복하듯이 조금씩 연기하는 환경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 거 같다. 그래서 다행스럽고 또 행복하고, 만족감도 있다"고 말했다.

천천히, 조금씩 나아온 과거들이 있어 지금 조한철이 있다. 조한철은 "어릴 땐 사랑을 많이 받는 배우들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사랑받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단계씩 좋은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거 같은데 앞으로 그랬으면 좋겠다. 많이 나아가면 겁이 날 거 같기도 하다. 사실 그러다 보면 사람들이 나를 지겨워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지겨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여기까지 온 거 같아 다행이다 싶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새로운 것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연기, 장르에 대한 욕심은 늘 있다"며 "더 매력적이고 해보지 않은 인물을 해보고 싶다. 나쁜 인물이라면 더 나쁜 걸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과한 욕심을 가지지 않으려 한다. 조한철은 "배우라면 다양한 걸 해보고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며 "그런데 한편으로는 '다르게 할 거야'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하다. 다름에 대한 욕망이 작품을 망치는 경우도 있는 거 같다. 그래서 그런 것은 경계하되 또 새로운 인물을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최혜진 기자 hj_622@mtstarnews.com

최혜진 기자 hj_6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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