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과일만? '과즙 100%' 주스의 진실
실제로는 과즙 농축액에 첨가물도
'고온 살균' 환원주스 제조 방법 차이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저는 학창시절 오렌지 주스 중독자(?)였습니다. 달콤 시큼한 그 맛이 좋았죠. 과일로만 만들어 몸에 좋을 것이란 맹신(?)도 있었습니다. 포장에 '과즙 100%'라는 문구가 적혀 있으니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물 대신 주스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 착각은 성인이 되고 '과즙 100%'의 진실을 알고부터 깨졌습니다. 지금은 주스를 가끔만 먹습니다.
현재도 과거의 저처럼 '과즙 100%' 표시를 착각 중인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면 '오직 과일만으로 주스를 만든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니까요. '오렌지 100%', '사과 100%' 등 이런 식으로 써있으면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주스의 구석이나 뒷면을 보신 적이 있나요. 아마 '오렌지농축액 17%' (오렌지과즙 100%) 라는 문구들이 눈에 들어올 겁니다. 겉으론 '오렌지 100' 이지만 실제 함유량은 17%에 불과한 거죠.
그렇다면 '오렌지 100%' 같은 문구는 어떻게 쓸 수 있는 걸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주스의 제조 방식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주스는 '환원주스'와 '착즙주스'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시중에서 팔리는 대부분 주스는 환원주스입니다. 델몬트, 미닛메이드가 대표적이죠. 환원주스는 과즙을 고온 농축한 뒤, 정제수 등 첨가물을 넣어 원래 농도를 맞춘 상품입니다. 쉽게 말해 과즙 10ℓ로 2ℓ의 농축액을 만들었다면 여기에 물 8ℓ를 넣어 원래의 농도를 맞추는 겁니다.
과즙을 고온 농축하는 이유는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함입니다. 상온 보관도 가능해지고요. 다만 이 과정에서 과일 고유의 맛과 풍미가 손상됩니다. 그래서 실제로 과즙 10ℓ를 농축해 2ℓ의 농축액을 얻었을 경우 물만 8ℓ를 넣지 않습니다. 맛과 향을 되살리기 위해 구연산, 액상과당 등 첨가물도 함께 넣습니다. 이 비율은 주스 제조사들의 제조 기법에 따라 달라집니다.
반면 착즙주스는 과일을 그대로 짜서 만듭니다. 고열로 졸이는 과정이 없습니다. 이 덕분에 과일 본연의 향과 맛이 살아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유통기한이 너무 짧습니다. 환원주스(상온 환원주스 기준)의 유통기한은 짧게는 9개월에서 길게는 1년입니다. 반면 착즙주스는 2~4주 정도입니다 아울러 항상 냉장 유통을 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가격도 일반 주스보다 훨씬 비싸죠.
이런 점을 감안하면 환원주스도 과즙 100%라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첨가물이 들어가지만 이전 농도로 '환원'한 것이니까요. 물론 이를 두고 비판의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일 농축액을 얻는 과정에서 맛과 향이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 첨가물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다만 기업들이 어떤 첨가물을 얼마나 넣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업계의 입장과 같습니다. 정제수와 색소 등이 들어가도 과일을 짜낸 과즙이 있으면 '100%'로 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단 2020년부터 첨가물이 들어갔다면 100% 표시 옆 또는 아래에 첨가물 명칭이나 용도를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향료가 들어갔다면 '오렌지과즙 100%, 천연오렌지향 포함'과 같은 방법으로 말이죠. 문제는 표기방법 개선에도 소비자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100%' 표기가 그대로 유지된 탓이죠.
아직도 환원주스를 착즙주스로 착각해 구매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오렌지 100%을 강조하며 환원주스를 착즙주스처럼 홍보하는 업체들도 여전하고요. 이 때문에 첨가물이 들어간 제품은 표시를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선택이 광고로 왜곡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거죠. 실제로 일본은 과일 농축액에 정제수 등을 탄 주스는 환원주스로 표시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과즙 100% 주스'에 대한 진실이었습니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오렌지100'의 의미가 이젠 다르게 와닿으실 텐데요. 과일 주스를 구매하실 때 무심코 고른 주스들에 다양한 제조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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