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과일만? '과즙 100%' 주스의 진실

한전진 2023. 1. 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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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과즙 100%'의 비밀
실제로는 과즙 농축액에 첨가물도  
'고온 살균' 환원주스 제조 방법 차이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저는 학창시절 오렌지 주스 중독자(?)였습니다. 달콤 시큼한 그 맛이 좋았죠. 과일로만 만들어 몸에 좋을 것이란 맹신(?)도 있었습니다. 포장에 '과즙 100%'라는 문구가 적혀 있으니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물 대신 주스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 착각은 성인이 되고 '과즙 100%'의 진실을 알고부터 깨졌습니다. 지금은 주스를 가끔만 먹습니다. 

현재도 과거의 저처럼 '과즙 100%' 표시를 착각 중인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면 '오직 과일만으로 주스를 만든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니까요. '오렌지 100%', '사과 100%' 등 이런 식으로 써있으면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주스의 구석이나 뒷면을 보신 적이 있나요. 아마 '오렌지농축액 17%' (오렌지과즙 100%) 라는 문구들이 눈에 들어올 겁니다. 겉으론 '오렌지 100' 이지만 실제 함유량은 17%에 불과한 거죠.

그렇다면 '오렌지 100%' 같은 문구는 어떻게 쓸 수 있는 걸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주스의 제조 방식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주스는 '환원주스'와 '착즙주스'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시중에서 팔리는 대부분 주스는 환원주스입니다. 델몬트, 미닛메이드가 대표적이죠. 환원주스는 과즙을 고온 농축한 뒤, 정제수 등 첨가물을 넣어 원래 농도를 맞춘 상품입니다. 쉽게 말해 과즙 10ℓ로 2ℓ의 농축액을 만들었다면 여기에 물 8ℓ를 넣어 원래의 농도를 맞추는 겁니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과즙을 고온 농축하는 이유는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함입니다. 상온 보관도 가능해지고요. 다만 이 과정에서 과일 고유의 맛과 풍미가 손상됩니다. 그래서 실제로 과즙 10ℓ를 농축해 2ℓ의 농축액을 얻었을 경우 물만 8ℓ를 넣지 않습니다. 맛과 향을 되살리기 위해 구연산, 액상과당 등 첨가물도 함께 넣습니다. 이 비율은 주스 제조사들의 제조 기법에 따라 달라집니다. 

반면 착즙주스는 과일을 그대로 짜서 만듭니다. 고열로 졸이는 과정이 없습니다. 이 덕분에 과일 본연의 향과 맛이 살아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유통기한이 너무 짧습니다. 환원주스(상온 환원주스 기준)의 유통기한은 짧게는 9개월에서 길게는 1년입니다. 반면 착즙주스는 2~4주 정도입니다 아울러 항상 냉장 유통을 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가격도 일반 주스보다 훨씬 비싸죠.

이런 점을 감안하면 환원주스도 과즙 100%라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첨가물이 들어가지만 이전 농도로 '환원'한 것이니까요. 물론 이를 두고 비판의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일 농축액을 얻는 과정에서 맛과 향이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 첨가물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다만 기업들이 어떤 첨가물을 얼마나 넣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업계의 입장과 같습니다. 정제수와 색소 등이 들어가도 과일을 짜낸 과즙이 있으면 '100%'로 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단 2020년부터 첨가물이 들어갔다면 100% 표시 옆 또는 아래에 첨가물 명칭이나 용도를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향료가 들어갔다면 '오렌지과즙 100%, 천연오렌지향 포함'과 같은 방법으로 말이죠. 문제는 표기방법 개선에도 소비자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100%' 표기가 그대로 유지된 탓이죠.

아직도 환원주스를 착즙주스로 착각해 구매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오렌지 100%을 강조하며 환원주스를 착즙주스처럼 홍보하는 업체들도 여전하고요. 이 때문에 첨가물이 들어간 제품은 표시를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선택이 광고로 왜곡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거죠. 실제로 일본은 과일 농축액에 정제수 등을 탄 주스는 환원주스로 표시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과즙 100% 주스'에 대한 진실이었습니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오렌지100'의 의미가 이젠 다르게 와닿으실 텐데요. 과일 주스를 구매하실 때 무심코 고른 주스들에 다양한 제조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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