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재벌집' 김도현 23년 내공…무매력의 힘

최지윤 기자 2023. 1. 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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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순양가 데릴사위 '최창제' 눈도장
김신록과 부부연기 "거의 애드리브"
"이상민과 독대신, 창제보다 떨려"
"난 무매력…대한광대로 불리길"

김도현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김도현(45)은 연극·뮤지컬 무대에서 쌓은 23년 내공을 제대로 보여줬다. 최근 막을 내린 JTBC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순양그룹 데릴사위 '최창제' 그 자체였다. 부인 '진화영'(김신록)을 하늘같이 모셨고, 특유의 주눅 들고 비굴한 모습도 잘 살렸다. 순양가 인물 수십 명 중에서 유독 눈에 띈 비결이다. 2010년 TV매체로 넘어온 후 처음으로 주목 받았는데, "실제로도 '쭈구리'"라며 "창제처럼 잡혀 사는 건 아니지만, 평소에도 내가 수다 떨고 아내는 컨펌만 한다"고 웃었다.

"난 진짜 여성스럽고 아기자기한 걸 좋아한다. 반면 아내는 과묵한 스타일이다. 20년 정도 공연하면서 잘생긴 역 빼고는 다 해봤다. 창제 같은 인물도 몇 번 맡아서 그 때 기억을 되살렸다. 연기는 반응하는 게 중요한데, 김신록씨가 잘 줘서 잘 받을 수 있었다. 투수가 좋아야 포수가 잘 받지 않느냐. 그때 그때 좋은 액션을 던져줘서 받아먹기 편했다. 다들 연기 콘서트 하는 것 같았다. 약간 왕중왕전 느낌이랄까. 촬영장에서 지루한 적이 없었고,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이 드라마는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송중기)가 재벌가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회귀해 승계 전쟁에 뛰어드는 이야기다. 1회 6.1%(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6회 26.9%로 막을 내렸다. JTBC 역대 최고 시청률인 '부부의 세계'(2020·28.4%)를 넘지 못했지만 국내외에서 인기몰이했다. 김도현은 데뷔 후 처음으로 주목 받아 얼떨떨해했다. "약간 국정조사 받는 기분이 든다. 역할이 그렇다 보니 촬영의 연장 같다"면서도 "1년 가까이 촬영하며 한 신도 대충 찍은 장면이 없다. 모두 가족같이 느껴졌고, 농담으로 '우리도 '전원일기'처럼 가면 어때'라고 했다. 이렇게 사랑 받을 줄 몰랐는데, 나중엔 무섭더라. 아내 표현을 빌리자면 쓰나미 같았다"고 돌아봤다.


무엇보다 김신록(41)과 부부 호흡이 돋보였다. 정대윤 PD의 '작품이 무거우니 시청자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였다. 최창제 역을 제안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한 질문은 '아내는 누구입니까'이다. "창제는 상대 배우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았다"며 "김신록씨 사진을 보고 바로 창제가 되더라. 카리스마 넘쳤고 아우라가 멋졌다"고 귀띔했다. "함께 하는 신은 거의 애드리브였다. 극본으로 시작해 애드리브로 끝났다"며 "신록씨가 현장에 오면 항상 화두를 던졌고, 진짜로 할 거라는 걸 알아서 '어떻게 받지?' 고민했다. '오늘 다리 좀 올릴게'라고 하면 난 '주물러야 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컷을 안 해줘서 대학 때 물리치료 수업에서 배운 안마기술을 동원했다"고 덧붙였다.

순양그룹 총수 '진양철'(이성민)과 독대한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검사 출신인 창제가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장면이다. "너무 떨렸다. 이성민 선배는 연기 신이고 존경하는 분이다. '저런 배우가 될 수 있을까?' 싶고,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다.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신이라서 엄청 중요했는데, 그 때 창제보다 도현이가 더 떨렸다. 대배우 이성민 앞에 있는 쪼무래기 김도현이 훨씬 떨렸다. 화면의 모습이 나였을지도 모른다. 방송에서 어떻게 비춰질지도 떨렸는데, 그 장면 나간 뒤 (시청자들이) 고모부에서 최창제로 불러주더라."

진양철은 누구나 탐 낼만한 캐릭터가 아닐까. "처음엔 극본을 보고 하고 싶더라. 누군들 아니겠느냐"면서도 "성민 선배처럼 할 자신이 없다. 진양철의 존재감은 나 같은 애가 넘보면 안 된다"며 겸손해 했다. "'진영기'(윤제문)·'동기'(조한철) 역도 좋은데, 난 창제가 더 마음에 든다. 인간미가 있어서 더 호감 가더라"면서 "창제는 옆집에 살 것 같은 느낌 아니냐. 시장의 위치에서 오는 무게감 보다, 어린이집 가면 학부모로 올 것 같은 느낌이 크다"고 짚었다.

30~70대 모습까지 소화하느라 어려움이 많았을 터다. 약 2시간 분장을 받았다며 "무표정하게 있으면 주름이 살지 않는다. 화영과 '얼씨구 절씨구' 할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주름이 더 보였으면 해 눈을 감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처음에 'U자 대머리를 하겠다'고 하니 감독님이 정말 좋아했다. 1부와 16부에서 대머리로 나오고 싶었는데, 촬영이 계속 미뤄졌다. 다른 드라마에 들어가게 되면서 대머리로 나올 수 없어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재벌집 막내아들 엔딩은 옥의 티로 남았다. 마지막회는 원작 웹소설과 다른 결말로 끝났다. 송중기(37)는 현우로 돌아왔고, 도준의 회귀 인생은 모두 꿈으로 밝혀졌다. 용두사미 결말에 '허무하다'는 시청자 혹평이 쏟아졌다. 김도현은 "스태프들이 방대한 분량을 16부에 담으려고 얼마나 노력한 지 안다. 좀 더 보편 타당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는지 알아서 존중하는 마음은 변함없다"면서도 "방송 보고 평가하는 건 시청자 몫이다. 아쉬움과 질타도 공감하고 동의한다"고 털어놨다.

"재벌집이 보여준 희로애락이 새로 나올 드라마에 좋은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 정말 사랑해줘서 나오는 아쉬움 아니냐. 난 무플과 무관심을 너무 오랜 시간 경험해 이 또한 감사하고 영광"이라며 "개인적인 바람은 있었다. 편집된 장면이 꽤 있으니 2회 차 늘려서 18부작으로 선보였으면 아쉬움을 조금 덜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김도현은 어렸을 때부터 무대 뒷공간이 익숙했다. 아버지는 연극배우 김동훈(1939~1996), 어머니는 성우 장유진(78)이다. 아버지가 연극계 전설로 불렸던 만큼, 연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터다. "어렸을 때 장난감이 무대 소품이었다. 부모님이 서로 극본 읽어주고, 연기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컸다. 그때부터 영향을 받았다"면서도 "현장에서 내 입으로 부모님 얘기를 꺼낸 적은 없다. 그렇게 인식되긴 싫었다"고 털어놨다. "아직 자랑스러운 아들이 아니"라며 "내 아들이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됐을 때 말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 작품이 잘 됐다고 좋은 아들은 아니니까.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현은 대중들에게 '대한광대'로 불리길 바랐다. SNS에도 이렇게 썼는데, "20대 때 싸이월드 시절부터 쓴 닉네임"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배우라고 하는 게 거창하고 부끄럽다. 성역 같은 느낌이 있는데, 내가 감히 그 자리에 앉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오히려 광대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의 광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았다"고 했다.

"내 매력은 무매력이다. 딱히 눈빛이 강렬하거나, 키가 크지도 않다. 일반 직업을 가졌다면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었겠지만, 캐릭터를 맡기에는 뚜렷한 특징이 없다. 방송을 시작하고도 강렬한 느낌을 못 줘서 시청자 마음을 사지 못한 부분이 있다. 창제를 연기할 때 선후배·동료 배우, 작가, 감독님 등 많은 분들이 힘이 붙어 넣어줬다. 이번에 특별히 더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큰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건 힘을 보태주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분들이 빠지면 내 인생은 별로 남지 않을 것 같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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