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기습적 한도 축소…일방적 조치에 고객 반발

조귀동 기자 2023. 1. 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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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급한데 카드값부터 갚으란 이야기”

현대카드를 비롯한 신용카드사들이 가입자들의 이용 한도를 큰 폭으로 축소하고 있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인 데다, 축소 폭도 커서 가입자들의 불만이 터지고 있다. 갑자기 카드값부터 갚으라는 요구 아니냐는 것이다.

현대카드가 발급하는 신용카드 이미지. /현대카드 제공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 삼성, 국민, 현대, 롯데, 우리 등 주요 전업계 카드사들은 지난달 개인회원들 상대로 이용 한도 정기점검을 한 뒤 일부 회원들에게 한도 하향 조정을 통보했다.

대다수 카드사는 지난 연말 시행한 이용 한도 점검에서 예년보다 엄격한 내부 잣대를 들이대 하향 조정 대상을 심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카드 표준약관과 이용 한도 관련 모범규준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연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회원에게 부여된 이용 한도 적정성을 점검할 수 있다. 점검 결과 월평균 결제 능력, 신용도, 이용실적 등의 변화를 인지한 경우 카드사는 이용 한도를 조정해야 한다.

문제는 한도 축소 폭과 규모다. 40대 회사원 A씨는 12일부터 현대카드 이용한도가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반토막 나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A씨는 “내구소비재 장기 할부도 이제 안받아주겠다는 의미”라며 “일방적으로 더 이상 거래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라 활당하다”고 말했다. A씨는 카드대금 연체 이력이나 현금서비스, 카드론 사용 이력은 물론 2금융권 대출도 없다. 그런데 “갑자기 한도를 줄인다고 통보해 납득할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자영업자는 축소폭이 더 크다.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지난해 말 현대카드로부터 이용 한도가 30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갑자기 한도가 줄어 나도 모르게 연체 사고가 난 줄로 알았다”며 “회사 측에 항의하니 사고 예방 차원이라고만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B씨는 “가뜩이나 불황으로 매출이 줄고 있는데, 생활비를 쪼개 카드대금부터 갚으란 이야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같이 일부 카드사가 회원을 상대로 갑작스레 큰 폭의 한도 하향을 통보하자 재테크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늘기도 했다. 카드사들이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예년보다 많은 수의 회원이 큰 폭의 한도 하향 조정 통보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카드사들도 한도 관리 강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카드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어려워지다 보니 연체 예방을 위해 이용 한도 관리를 강화한 상태”라며 “다른 카드사들도 전반적으로 유사한 분위기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10월 이후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나아가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악화로 카드사들은 올해 상반기 이후 카드 대금 연체자가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최근 신용카드 업황전망 보고서에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한계차주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능력이 저하돼 금융회사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카드사는 차주 구성이 은행 대비 신용도가 낮은 개인으로 구성돼 자산건전성 지표 저하 폭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리볼빙 자산을 확대한 카드사들에 한계차주의 유입이 편중됐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카드사들은 이용 한도 관리 외에도 자동차할부, 카드론 등 대출상품 공급 규모를 축소하고, 각종 할인 이벤트나 무이자 할부 등 혜택도 대거 줄이고 나선 상태다. 카드·캐피털사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지난해 11월 들어 15%대(15.65%)로 오르자 업계 안팎에선 카드사들이 의도적으로 대출 수요를 줄이는 ‘디마케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신용자나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들이 카드사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업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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