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줌인] 새해에는 몸과 정신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자
[남지민 국립정신건강센터 입원제도과 과장] 2023년 계묘년 흑토끼 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목표를 세운다. 그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아마도 다이어트일 것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과 환경에 맞게 생활 습관을 바꾸면서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바쁜 일상에 치여 연초에 세운 목표는 이내 흐지부지되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체중감량 효과가 빠르고 확실하다는 다이어트 약에 대한 입소문이나 광고에 쉽게 귀를 기울이곤 한다. 다이어트약 중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여 흔히 처방되는 약이 식욕억제제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이런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사람이 연간 120만 명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한번 복용으로 12시간 동안 음식을 먹지 않고도 배고픔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효과가 강력하다. 하지만 어떤 약도 뇌의 식욕 중추에만 정확히 작용하지는 않는다. 이런 식욕억제제들은 혈액을 통해 전달되어 신경계에 널리 분포하는 다른 수용체에도 작용한다. 그러므로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두통, 어지러움, 가슴 두근거림, 입 마름, 혈압상승, 변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뇌는 식욕억제 효과를 나타내는 동시에 항상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능동적으로 반응한다. 즉 향정신성 약물을 반복해서 사용하면 뇌는 그 약물의 효과를 낮추는 방식으로 보상 작용을 일으킨다. 커피를 예로 들어보자. 초기에는 카페인을 섭취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집중력도 높아진다.
하지만 계속 커피를 마시면 뇌가 카페인의 각성 효과를 낮추어 몽롱한 상태가 해소되는 정도로 효과가 낮아진다. 반대로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더욱 몽롱한 상태가 되어 커피를 끊는 것이 어려워진다. 마찬가지로 식욕억제제도 처음에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활성화 작용으로 활기찬 느낌이 들면서 확실히 식욕이 저하된다. 하지만 수개월간 복용하면 뇌는 그 상태에 적응이 되어 식욕억제 효과는 낮아진다. 오히려 약을 중단하면 급격히 피로하고 무기력해지는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면 다시 약을 찾게 되고 약을 끊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식욕억제제 오남용 때문에 정신과에 입원한 환자들을 종종 본다. 체중을 더 빨리, 더 많이 감소시키려고 처방량 이상을 복용하거나 수십 개월째 계속 복용 중인 환자들도 있다. 입원할 당시 환자의 모습만 보면 식욕억제제 오남용 증상은 조현병이나 조울증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밤새 잠이 오지 않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쉬기가 힘들고 어지러웠다던지, 원래 온순하고 차분한 성격이었으나 감정 기복이 심해져 걸핏하면 가족과 싸웠다는 환자도 있다.
이뿐 아니라 핸드폰에 도청 장치가 있다고 착각해 자신의 핸드폰을 부숴버리거나 다른 사람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피해망상으로 직장을 그만둔 예도 있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식약처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고도비만(BMI>kg/m2) 또는 대사성 질환이 동반된 비만(BMIkg/m2)의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처방기준으로 정해 놓았다. 또한 4주 이내 단기로만 사용하고 장기간 복용과 뇌가 발달 중인 소아·청소년에 대한 처방을 엄격히 금지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후 회복된 환자들은 식욕억제제가 우리 몸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미리 알았다면 약 복용을 좀 더 신중히 결정하였을 것이라고 하였다. 처방기준에 맞지 않음에도 더 날씬해 보이고 싶어 약을 복용하거나 제한기준을 피하고자 여러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복용하면 몸과 정신 모두의 건강을 잃을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생각과 판단 기억과 감정 행동을 모두 조절하는 사령탑과도 같다. 신체의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으로 건강할 때 신체의 아름다움도 돋보일 수 있다. 다이어트에 대한 과도한 기대나 획기적인 변신보다 건강을 지키며 몸의 점진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어버린다는 소탐대실이란 말이 있듯이 외면의 아름다움만 추구하다 몸과 정신 모두가 황폐해지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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