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새해 망치려고 작정’…미사일 알림 앱 20번 울렸다 [영상]

노지원 2023. 1. 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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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현장] 새해 첫날 새벽에 재개된 러 미사일 공격
31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피해를 본 키이우 솔로먄스키 지역 주택가. 미사일이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구멍에서 불이 타오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새해를 기다리며 한해를 마무리하는 지난 31일(현지시각)에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역에 수십발의 미사일을 쐈다. 이날 공습으로 최소 한명이 목숨을 잃고, 서른명 이상이 다쳤다.

이번 공격은 오후 1시께 시작돼 한동안 중단됐다 2023년 새해가 밝아오는 1일 새벽 재개됐다. 어둠에 휩싸인 이날 0시35분께 키이우 거리에 다시 공습 경보가 울렸고, 하늘에선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러시아 미사일의 요격을 시도할 때 나는 ‘펑’ 하는 굉음이 거듭 울려 퍼졌다. 우크라이나 전역을 겨냥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은 지난 29일에 이어 사흘 만에 다시 이뤄졌다.

31일 오후 1시를 10분 정도 남겨둔 시각, 키이우 전역에 공습경보가 울렸다. 러시아군의 공격을 알려주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도 ‘웽∼’ 사이렌 소리를 울렸다. 경보가 울리자마자 방공 대피소로 몸을 피하는 이들도 있고, 이미 익숙한 일상인 듯 제 갈 길을 가는 이들도 있었다. 키이우 시민들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경보 때문에 하던 일을 제쳐두고 대피하면서 살 수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31일(현지시각) 오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시 중심가에 있는 알파티보 호텔. 러시아군이 쏜 미사일로 인해 호텔 건물 일부분이 무너져 내린 모습이 보인다. 러시아군은 이날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공습을 감행했다. 키이우/ 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 러, 새해 전날 미사일 20발 이상 발사

공습경보가 울리기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난 오후 2시께 수도 키이우 중심가에 ‘꽝’ 하는 굉음이 울렸다. 몇 초 후 다시 ‘펑’ 소리가 이어졌다. 꽝은 미사일이 지상에 떨어질 때 나는 폭발음, 펑은 우크라이나 공군의 방공망이 요격을 시도할 때 나는 소리였다.

이어 거대한 폭발음이 수분 동안 이어졌다. 현지 언론은 이날 오후 2시부터 키이우에서 최소 8차례 폭발음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 공군이 러시아군이 이날 쏜 크루즈 미사일 20발 이상 가운데 12발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키이우뿐 아니라, 헤르손·하르키우·빈니차 등 러시아의 공습이 이어진 다른 도시에서도 미사일의 폭발음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미사일을 격추할 때 생기는 굉음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러시아군이 쏜 미사일 가운데 한발이 키이우 도심 한복판인 솔로먄스키 지구 민간인 주거지에서 떨어져 최소 한 명이 숨지고 전국에서 3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부상자 가운데는 일본인 기자도 있었다. <아사히신문>은 31일 자사의 영상보도부 소속 세키타 와타루 기자가 폭발물의 파편에 맞아 정강이를 다쳐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31일(현지시각) 오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을 알리는 경보가 울린 뒤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지하철역에 시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시민들은 커다란 가방에 물과 먹을 것을 챙기고, 간이의자나 방석, 담요 등을 가져왔다. 오후 1시께 울리기 시작한 공습 경보는 오후 4시가 돼서야 해제됐다. 키이우/ 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새해를 하루 앞둔 31일(현지시각) 오후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공습 경보가 발동된 가운데 키이우의 한 지하철역에서 악사들이 음악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키이우/ 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 수도 키이우 중심가 주택, 대형 호텔 등 큰 피해

키이우 주택가에 자리한 대형 호텔도 큰 피해를 당했다. <한겨레> 취재진은 폭발음이 들린 지 2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4시반께 키이우 시청에서 약 4km 정도 떨어진 스뱐토신스키 지구에 있는 알파티보 호텔 앞에 도착했다. 응급차가 세워진 호텔 앞 거리는 건물 잔해와 파편으로 아수라장이었다. 건물 한쪽 벽면은 칼로 도려낸 것처럼 시꺼먼 구멍이 뚫렸고, 너저분하게 늘어진 건물 철근들 사이로 하얀 이불과 베개가 보였다.

총을 든 군인들이 호텔 앞을 지키고, 몰려나온 사람들은 통제선 안팎에서 사진을 찍었다. 호텔과 가까이 있는 국립예술궁전 ‘우크라이나’ 등 주변 건물이 함께 손해를 입었다. 건물에 달린 유리창은 미사일이 폭발할 때 생긴 충격으로 대부분 산산조각 난 상태였다. 이곳에선 아이들을 위한 연말 공연 등이 열리곤 했다. 현장에서 만난 지역 주민 올가 프시아(35)는 “직장에서 폭발음을 듣고 호텔 바로 옆에서 일하는 남편과 집에 있는 아이들이 걱정돼 달려왔다. 정말 (러시아에) 화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미사일은 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흐멜니츠키의 군사 시설에도 떨어져 8명이 다치고, 주거용 건물 13곳과 가스 충전소, 차량 8대가 피해를 입었다고 세르히 하말리 주지사가 밝혔다. 남부 미콜라이우 지역에서도 최소 6명이 다쳤다. 비탈리 킴 주지사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오늘 점령자들이 주요 기반 시설만 타격한 것이 아니다”라며 “(러시아군이) 2022년 마지막 날을 망치기로 결심했다”고 적었다. 동남부에 자포리자에서는 2명이 다치고, 1750개 가구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회사인 우크레네르고는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 ‘예방적으로’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키이우/ 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31일(현지시각) 오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을 알리는 경보가 울린 뒤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지하철역에 시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시민들은 커다란 가방에 물과 먹을 것을 챙기고, 간이의자나 방석, 담요 등을 가져왔다. 오후 1시께 울리기 시작한 공습 경보는 오후 4시가 돼서야 해제됐다. 키이우/ 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31일(현지시각) 오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을 알리는 경보가 울린 뒤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지하철역에 시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시민들은 커다란 가방에 물과 먹을 것을 챙기고, 간이의자나 방석, 담요 등을 가져왔다. 오후 1시께 울리기 시작한 공습 경보는 오후 4시가 돼서야 해제됐다. 키이우/ 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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