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처럼 지혜롭게" "올해도 건강"…계묘년 첫차탄 승객들 소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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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癸卯)년 동이 트기 전 1일, 첫차에 몸을 실은 시민들은 부지런히 아침을 열고 있었다.
고된 밥벌이를 끝내고 귀가하는 대리운전기사, 일출을 보러가는 학생, 부모님을 뵈러 가는 대학생 등 첫 차에 탄 이유는 달랐지만 새해를 향한 기대감과 희망은 모두 같았다.
9호선 신논현역에서 오전 5시30분 개화행 첫 열차를 기다리던 대학생 김모씨(27·여)는 새해를 맞아 고향인 목포에 가기 위해 고속터미널 역을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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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대학 꼭 합격했으면" "가족과 다시 함께 살 수 있길"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계묘(癸卯)년 동이 트기 전 1일, 첫차에 몸을 실은 시민들은 부지런히 아침을 열고 있었다. 고된 밥벌이를 끝내고 귀가하는 대리운전기사, 일출을 보러가는 학생, 부모님을 뵈러 가는 대학생 등 첫 차에 탄 이유는 달랐지만 새해를 향한 기대감과 희망은 모두 같았다.
이날 오전 3시30분 서울 송파구 장지동 송파공영차고지 종점에서는 버스의 출발소리를 알리는 엔진소리가 어김없이 울려퍼졌다. 요금수납기를 든 버스기사들이 콧노래를 부르며 지나가자 곧 이어 버스에는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440번 버스를 시작으로 350번, 333번, 360 등 첫 차들이 잇따라 새해 첫 운행에 나섰다.
차고지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인 복정역환승센터, 복정역2번출구, 복정역 환승주차장 정류장에는 첫 차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가득했다. 승객들은 두꺼운 패딩과 목도리, 귀마개 등으로 중무장한 채 연신 버스 전광판을 쳐다보고 있었다.
중국동포 이모씨(50)도 인력사무소에 출근하기 위해 복정역 버스 정거장에서 첫 차를 기다렸다. 이씨는 "연말 연시에는 인력사무소에 일거리가 많아 항상 첫차를 탄다"며 "빨간 날 일을 하면 수당을 더 쳐준다"고 말했다. 이씨는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 "로또에 당첨됐으면 좋겠다"고 웃어보이며 303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씨와 함께 올라탄 303번 버스는 이미 만석이었다. 이어폰을 꼽고 휴대폰을 쳐다보는 청년,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중무장을 하고 집을 나선 중년부부, 팔짱을 낀 채 꾸벅꾸벅 조는 노인 등 가지각색이였다. 몇몇 승객들은 버스기사님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후 버스에 올라타기도 했다.
여의도역 인근 건물에서 청소일을 한다는 승객 정모씨(68·여)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 걱정을 하면서 보냈는데, 올해는 코로나가 끝나서 좋다. 하지만 코로나로, 경제 위기로 살기가 어려워지면서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는 것을 느낀다"며 "새해에는 나라살림이 나아지고, 다들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염원했다.
첫차를 타고 퇴근하는 시민들도 더러 있었다. 50대 대리운전기사 김모씨도 일을 마친 후 강남역 근처에서 360번 버스에 올라탔다. 그는 2년 전만 해도 서울 영등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코로나19로 매출은 줄어드는데 월세는 밀리고, '곧 나아지겠지'하고 버티다보니 어느 순간 빚쟁이가 되어있었다"며 "1년 전 파산신청을 하고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손에 잡히는 대로 일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사정상 딸, 부인과 떨어져 살고 있는데 올해는 꼭 같이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새해 '첫' 지하철을 탄 이들도 저 마다의 소망을 내비쳤다. 9호선 신논현역에서 오전 5시30분 개화행 첫 열차를 기다리던 대학생 김모씨(27·여)는 새해를 맞아 고향인 목포에 가기 위해 고속터미널 역을 간다고 했다.
김씨는 "새해에는 이태원 참사와 같이 가슴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올해 꼭 취업을 해서 부모님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두 번째 수능을 본 김모씨(21·여)는 "원하는 대학교에 꼭 합격했으면 좋겠다"며 "올해가 계묘년 흑토끼의 해인만큼, 어려운 일이 닥쳐와도 토끼처럼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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