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속의 기회' 맞은 2023 KBO 리그, 첫 단추는 WBC부터[마니아포커스]
KBO 리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 이후 침체기에 빠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 NC 다이노스가 9구단으로, 2013년 kt 위즈가 제10구단으로 출범하면서부터는 KBO 리그가 외형상 몸집 불리기에 급급해 전반적으로 수준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도 설득력이 있다.
이 바람에 팬들도 외면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2020~2021시즌에는 무관중 경기가 대세를 이루다가 2022시즌 정상적으로 관중입장을 했으나 600만명을 간신히 넘기면서 2014년 수준으로 되돌아 갔다. 잊힐만하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각종 사건 사고도 잇달았다. 위기라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2023 프로야구는 그 위기를 벗어날 기회가 찾아 왔다. 바로 ‘위기 속의 기회’다.
지난 12월 카타르에서 열린 2022 월드컵 축구는 우리 국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후반 언저리 타임에 터진 극적인 역전골로 포르투갈을 눌러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2년만에 16강에 진출하면서 축구 팬들뿐만 아니라 온 나라를 환호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시쳇말로 축구는 월드컵 16강이면 이처럼 대한민국이 떠들썩하지만 야구는 다르다. 이미 올림픽,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비롯해 WBC 준우승 등 각종 굵직굵직한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하거나 우승을 다툰 전력이 여러차례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4강은 기본이고 우승문턱을 넘나들어야 돌아선 팬이나 새로운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 들일 수 있다.
당초 2005년 개최하려다 1년 늦은 2006년 3월 한국, 일본, 미국 등 세계 16개국이 참가해 고고성을 울린 WBC는 4년마다 열린다. 야구 월드컵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은 1회 대회 1라운드에서 중국과 일본을 연파하고 2라운드에 올라 다시 미국 일본 대만을 이기고 4강에 올랐다. 준결승전에서 3번째 만난 일본에 패해 결승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승엽이 초대 홈런왕과 타점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이승엽은 아시아지역 1위 결정전이 된 1라운드 일본전에서 1-2로 뒤지던 8회 역전 2점홈런을 날려 ‘도쿄대첩’을 승리를 이끌어 김인식 감독과 함께 ‘국민감독’ ‘국민타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최고의 사랑을 받았다.
한국은 2009년 2회 대회에도 1, 2라운드에서 한차례씩 일본과 승리를 주고 받으며 결승까지 순항했으나 한 대회에서 다섯 번째 만난 일본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그래도 기대이상 선전으로 프로야구 붐 형성에 한몫을 했다. 그러나 이 대회를 끝으로 한국은 2013년 3회, 2017년 4회 대회에는 본선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제 2021년 개최될 예정이었던 WBC가 코로나19로 2년을 미룬 끝에 다시 열리게 됐다. 한국은 일본, 호주, 중국 체코와 함께 B조에 편성돼 2023년 3월 9∼13일 일본 도쿄돔에서 본선 1라운드를 치른다. 여기에서 조 2위 안에 들면 A조 1, 2위가 유력한 대만, 쿠바 등과 도쿄돔에서 3월 15∼16일 8강전을 치른다.
어느 한 경기 마음을 놓을 수 없지만 호주, 일본과 연거푸 맞붙는 1, 2차전이 한국으로서는 최대 고비이자 기회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한국이 호주에 앞서지만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주축이 된 호주도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대다.
여기에 쿠라야마 히데키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사상 최강의 멤버로 나선다.
메이저리그에서 참가하는 선수만도 화려하다. 이도류로 선풍을 일으킨 오타니 쇼헤이(LA 엔젤스)를 비롯해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센가 코다이(뉴욕 메츠) 등 투수진에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정점을 찍고 포스팅을 통해 5년 9000만달러로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외야수 요시다 마시타카도 WBC 참가 의사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 일본 최고의 공격형 포수 모리 도모야(오릭스) 등 그야말로 화려한 멤버다.
결국 한국은 김광현 양현종 등 베테랑 투수들과 구창모(NC) 소형준(kt) 곽빈(두산) 등 젊은 투수들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가 관건이다. 특히나 WBC에서는 투수 1명이 조별리그에서는 65구, 8강전에서는 80구까지만 던지는 투구수 제한 규정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선발~중간~마무리를 얼마나 매끄럽게 이어지게 하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내야 수비는 메이저리그에서 합류하는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토미 애드먼(세인트루이스)이 이루게 될 키스톤 콤비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여기에 2023시즌이 끝나면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이 예정된 이정후(키움)에 베테랑 타자들인 최정(SSG) 김현수(LG) 양의지(두산) 등 KBO 리그 간판선수들이 100% 컨디션을 발휘한다면 기대이상의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은 이강철 감독은 "1라운드에서 2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1차전 호주전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감독은 "전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더라도 한국 야구 특유의 저력이 있는 만큼 대표로 뽑히는 우리 선수들이 "국가대표로서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으면 한다"고 선수들에 강한 믿음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기에 직격타를 맞은데다 WBC 2회 연속 본선 진출 좌절이 된 한국 야구로서는 이번 WBC가 팬들의 관심을 끌어 들이고 인기를 회복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제 주사위를 던져졌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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