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잦아지는 술자리, '알코올성 간질환' 주의 필요…소화기내과 고현철 원장 [인터뷰]

서애리 2023. 1. 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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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가 되면 각종 모임에서 술이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간 건강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지나친 음주는 간 건강에 치명적이고 각종 알코올성 간질환을 일으킨다. 음주로 인한 간 질환의 위험성에 대해 하이닥 소화기내과 상담의사 고현철 원장(서울삼성내과의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술자리가 잦으면 알코올성 간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진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Q. 알코올성 간질환은 어떤 질환인가요?
간은 영양분의 대사와 저장, 단백질과 지질의 합성, 면역 조절 등 정상적인 신체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생화학적 대사 기능을 대부분 담당합니다. 일차적으로 음식물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지요.
간이 나빠지는 간질환의 형태는 매우 다양합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간염은 간경변과 간암으로 이어지는 시작점입니다. 간질환은 초기증상이 거의 없고,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이미 많이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알코올은 간세포를 직접적으로 손상하는데, 음주가 잦으면 손상된 간세포가 재생되지 못합니다. 손상이 계속 반복되면 알코올성 지방간, 간염 등 간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알코올은 간염바이러스 및 약물 등과 함께 간에 문제를 발생시키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입니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지속적인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국내에서 전체 만성 간질환의 13~14.5%를 차지합니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알코올성 간경변증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지만 서로 명확하게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간 내에 지방이 정상 이상으로 침윤하여 비대해지는 것으로 간 기능에는 큰 이상이 없는 상태입니다. 알코올성 간염은 지방만 축적되는 지방간과는 달리 간세포가 파괴되고 염증 반응을 동반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알코올성 간경변증은 알코올성 지방간이나 알코올성 간염이 만성화되어 간이 딱딱해지거나 크기가 위축되어 출혈, 혼수, 간암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경증의 지방간으로 시작하여 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면서 사망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Q. 알코올성 간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은 무엇인가요?
알코올성 간질환의 전형적인 증상은 바이러스 간염이나 독성 간염과 비슷해서 식욕 감퇴, 구역질, 구토, 무력감, 체중감소, 복부 불쾌감, 발목 부종, 정신과적 착란, 기면, 토혈, 혈변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간 손상이 심해져도 위와 같은 증상이 아예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예방과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특히 알코올성 지방간은 특별한 증상이 없으며, 혈액 검사에서 약간의 간 염증 검사 상승 외에도 정상 소견이 보입니다. 알코올성 간염은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 거의 없으며, 황달, 신장 기능 저하, 복수와 간성 혼수 등의 증상이 보일 경우는 간 손상이 꽤 진행된 것을 보입니다. 알코올성 간경변증에서는 황달, 복수, 출혈, 간암 등의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Q.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알코올에 취약하다고 하던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과도한 음주에 의해 발생하는데, 알코올의 섭취량 즉 음주량과 음주 기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알코올성 간질환을 일으키는 알코올의 최소 섭취량은 최소 1년간 매일 40~80g 정도(소주 240ml~480ml)이며, 술의 종류와는 크게 상관없습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알코올을 소비하는 사람의 90~100%로 대부분에서 나타나지만, 알코올성 간염은 10~35%, 알코올성 간경변증은 8~20%에서만 발생합니다. 이는 알코올 대사 효소의 유전적 다형성 등의 유전적 요인과 성별, 영양상태, 동반된 간질환(B형 간염, C형 간염, 비만에 의한 지방간) 등의 환경적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칩니다.
남성보다 여성이 알코올에 더 취약한 이유는 체내 수분 함량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성인 남성은 약 60%, 여성은 약 50% 정도의 체내 수분 함량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따라 알코올 분포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여성의 위는 남성보다 알코올 탈수소효소가 적어 첫 단계에서부터 대사가 적고, 알코올의 생체 이용도가 증가해서 간 손상 위험을 높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에는 남성보다 더 적은 알코올에도 간에 손상이 갈 수 있습니다. 또한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과 같은 만성 간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더 쉽게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Q. 사람마다 주량이 다른데요. 선천적으로 간 건강이 타고나는 경우도 있나요?
남들보다 술을 적게 마시는데 알코올성 간질환에 걸리는 사람이 있고, 술을 많이 마셔도 간 수치가 정상인 사람이 있습니다. 아주대학교 가정의학과 김범택 교수팀이 학술지 '간장학(Hepatology)'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알코올성 간염의 원인은 흔히 알려진 알코올 분해효소(공격인자)가 아닌 간에서 항산화작용(방어인자)이 약한, 즉 선천적인 '유전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몸은 술을 마시면 간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어기전을 작용하는데, 이런 방어기전이 유전적으로 약하면 남들보다 술을 적게 마셔도 간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를 토대로 답하자면, 같은 술을 마셔도 유전적으로 간 질환에 걸리지 않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술을 끊으면 간 기능이 회복되나요?

알코올성 간질환은 술을 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알코올성 간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알코올 섭취의 기간과 양입니다. 기본적으로 술을 끊으면 간 기능 회복은 단계에 따라 다른 경과를 보입니다. 특히 알코올에 의한 간 손상의 초기 상태인 지방간은 술을 끊으면 수개월 혹은 수년이 지나면, 정상 단계로 회복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알코올성 간염은 경증에서 평생 금주를 해야 회복 가능하며, 중증으로 갈수록 심각해지며, 생명에 위협을 줄 수도 있습니다. 알코올성 간경변증까지 발전했다면, 일반적으로 정상 상태로의 회복은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금주하면 간 조직 검사상 호전되므로 금주는 필수적입니다.

Q. 알코올성 간질환을 진단하려면 어떤 검사를 시행해야 하나요?
알코올성 간질환은 간질환을 일으킬 정도로 충분한 음주 경력을 가진 환자에서 간 기능 검사의 이상소견, 알코올 이외의 다른 원인의 배제, 초음파 검사 소견 등을 종합하여 진단합니다.

미국정신의학회는 정신장애 진단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5, DSM-V)에 따라 음주 문제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조건 중 12개월 기준 3개 이상에 해당할 경우 음주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초음파 검사나 조직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 내성 : 처음보다 마시는 양이 증가한다.
- 금단 : 술이 떨어지거나 술기운이 사라지면 불안, 불면, 떨림 및 환각 등을 경험한다.
- 의지에 반하여 많은 양을 장기간 사용한다.
- 금주 시도를 하지만 실패한다.
- 술을 위한 노력과 시간이 많다.
- 음주로 인하여 평소의 활동(직장, 공부해야 할 일-실직, 성적하락 등)에 영향을 받는다.
- 음주로 인하여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지만 지속적으로 음주를 한다.

Q. 간 건강을 위해서 평소 지켜야 할 음주습관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술을 마셔야 한다면 적절한 양을, 적절한 빈도로 마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간이 해독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술을 마셔야 합니다. 개인마다 알코올 분해 능력은 다르기 때문에 안전한 음주량에 대한 일률적인 기준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일회 섭취량은 남자 40g 이내, 여성 20g 이내입니다. 충남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김종성 교수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1회 적정 음주량은 65세 미만 남성의 경우 주당 8잔 이하, 65세 이상 남성의 경우 주당 4잔 이하, 65세 미만 여성의 경우 주당 4잔 이하, 65세 이상 여성의 경우 주당 2잔 이하입니다.
성인이 하루에 해독할 수 있는 술의 양보다 약간 적은 양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보다 많이 마시면 알코올성 간질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주 후 2~3일 정도 간이 쉴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주 없이 술을 마시면 더 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간에도 더 무리를 줍니다. 술을 마실 때 안주를 함께 먹으면 술이 간으로 운반되는 속도가 늦어져 간에 부담을 덜 줍니다. 안주는 비타민이 많은 과일이나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 좋으며 기름진 안주는 많은 열량으로 인해 간에 축적이 되어 지방간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서울삼성내과의원 고현철 원장ㅣ출처: 서울삼성내과의원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고현철 원장 (서울삼성내과의원 소화기내과 전문의)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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