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한민국 산업 심장이 뛴다①-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이인준 기자 2023. 1. 1.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삼성 반도체 세계 최대 '평택캠퍼스' 가보니
D램부터 파운드리까지 망라한 전천후 생산 기지
업황 둔화 우려에도 과감한 투자로 미래 돌파 의지

[서울=뉴시스]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사진=삼성전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IC를 빠져나와 평택제천고속도로 평택고덕IC를 향해 다시 10여분을 달리자 멀리서도 한 눈에 보이는 웅장한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빨강·파랑·노랑의 기하학적인 구성으로 잘 알려진 '피에트 몬드리안' 작품을 외벽에 새겨놓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다.

곡창지대인 평택 평야 부지에 들어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다. 부지 크기만 289만㎡로 축구장 400개 크기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봐도 한눈에 평택캠퍼스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엄청나다.

바로 이곳에서 삼성전자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기반 파운드리(위탁생산) 반도체를 만든다. 이뿐 아니다. 사람 눈에 가까운 초고화소 이미지센서와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에 들어가는 고대역 D램 반도체 HBM3 아이스볼트도 바로 여기서 생산한다.

메모리부터 파운드리까지 망라…삼성 반도체 '전초기지'

평택캠퍼스는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시스템반도체 생산시설(파운드리)까지 모두 갖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심장이다.

지난달 26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4번 게이트를 통과하자 엄청난 규모의 공장들이 위용을 드러냈다. 2017년 완공된 제1공장은 가로 길이만 520m다.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옆으로 눕혀 놓은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위 아래 2개 층으로 만든 공장 실내로 들어서자 천장 위로 반도체 생산의 핵심인 OHT(웨이퍼이송장치) 1850대가 쉴 새 없이 오고 간다. 각종 메모리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웨이퍼(원판)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흥 사업장이 '메가(Mega) 팹'이라면 평택캠퍼스는 '기가(GIGA) 팹'이다"며 "OHT 하나당 이동거리는 어림잡아 하루 평균 서울에서 부산까지 600㎞ 수준이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완공된 제3공장은 이보다 더 커서 사실상 세계 최대 규모다.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지 중 어느 곳과 견줘봐도 전혀 손색이 없다.

제1공장 클린룸 내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예상 외로 적었다. 일부 생산 직원 모습이 보였지만 평택캠퍼스는 대부분 자동화가 이뤄져 다른 공장에 비해 직원수가 현저히 적다. 문제가 발생하면 장비가 스스로 판단해 주황등이나 적색등으로 별도 장비 조작을 요청한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를 통해 경기 용인과 화성, 충남 아산을 잇는 최첨단 '실리콘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평택에서 제조된 반도체는 차로 30분 떨어진 삼성전자 나노시티 온양캠퍼스에서 패키징(후공정) 처리를 거쳐 곧바로 수출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택캠퍼스가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전초기지 역할을 도맡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운영을 시작한 것은 2017년 6월이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해 5월이다. 제3공장 준공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함께 방문하는 장면이 바로 이곳에서 벌어졌다.

두 사람이 평택캠퍼스에서 만난 것은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기반 파운드리 공정 양산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이뤄졌다. 이 장면은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이제부터 시스템반도체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서울=뉴시스]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반도체 공장 내부.(사진=삼성전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확장 공사도 현재진행형…"수요 변화 대응 중"

세계 최대 평택캠퍼스 공사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부터 3라인이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한 이후 곧바로 제4공장 기초공사에 나섰다. 당장은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가 크지만 호황기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외부 건물 공사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현재 평택캠퍼스에는 임직원 1만명과 협력사 직원 외에도 건설사 직원 6만명이 일하고 있다. 그만큼 차세대 반도체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석이다.

이날 오전에도 24시간 3교대 근무로 출퇴근하는 직원들과 협력체 직원, 공사 현장 직원 등이 오가며 평택캠퍼스 주변은 크게 활기를 띠었다. 실제 평택캠퍼스 4게이트를 나오자 '삼성로'를 따라 인도에 수많은 노점들이 늘어서 있고, 도로에는 대형버스 수 십 대가 오가며 작업자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반도체 공장은 한 곳당 30조~50조원이 투입되는 단군 이래 최대 공사로 통한다. 평택캠퍼스에도 앞으로 예정된 제6공장까지 최소 100조원가량이 투자된다. 모두 완공 시 평택캠퍼스는 3만명이 근무하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기지로 탄생한다.

업계에서는 평택캠퍼스 6개 공장이 모두 가동될 경우 반도체 업계 리더인 삼성전자를 필두로 대한민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의 국가 경제 기여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수출로 달성한 매출액은 160조2288억원으로 국내 단일 기업 중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액인 6444억달러(919조5588억원)의 20%에 달하는 금액이다.

[서울=뉴시스]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반도체 공장 내부. (사진=삼성전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위기를 기회로 '역발상 투자'

하지만 삼성전자의 과감한 투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와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동시다발적 악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내년에도 메모리를 비롯한 반도체 산업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대만의 TSMC에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내주며, 경기침체 상황에서 더 고전하고 있다. 세계 초일류 기업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위기가 기회"라는 역발상을 강조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에 진출하던 때도 삼성이 가장 어렵던 시기로 꼽힌다. 이병철 창업회장이 1983년 3월 '도쿄선언'에서 시작된 D램 시장 진출은 당시 선두 기업이던 마이크론의 가격 공세로 경쟁이 힘든 상황이었다. 일본 전자업계도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진출이 승산이 없다고 비웃을 정도였다.

당시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오판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연이어 1985년 세계적인 경기 불황까지 닥치자 반도체 사업은 천문학적 적자 늪에 빠졌다. 반도체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삼성 내부의 원성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병철 회장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었다. 그는 1987년 2월, D램 제3공장 건설까지 지시했다. 위기 속에서 과감한 투자가 삼성전자를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하도록 하는 발판이 됐다.

업계에서는 내년 하반기 이후 반도체 호황기가 도래하면 삼성전자의 메모리 시장 지배력은 더 커질 것으로 관측한다. 경쟁 업체들이 재고 급증으로 감산에 나서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보다 생산 효율과 차세대 공정 도입으로 격차를 더 벌릴 태세다.

파운드리 사업도 지난 6월 3나노 1세대 공정 양산을 세계 최초로 시작한 데 이어 앞선 양산 노하우를 기반으로 응용처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먼저 도입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반 공정 혁신을 더 다듬어 2025년에는 2나노,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경기 화성과 평택에 차세대 노광 극자외선(EUV) 장비를 투입하고, 미국에 제2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미래 파운드리 산업의 새 기준을 만들며 진정한 세계 1위가 되겠다는 각오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