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이 된 임대차 3법...文 주택정책이 ‘전세사기 대란’ 판 깔았다
임대차 3법이 촉발한 전세대란, 무자본 갭투자 활개
임대 사업자 축소, 재건축 실거주제 등 엉터리 정책
전세보증 사고 급증하는데 정부 수수방관
윤 대통령 지시후 잇따라 대책 발표 , 역부족
올해 역전세 대란 본격화 피해 눈덩이 차학봉기자의>
최근 임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전세 사기극이 빈발하는 것은 2020년 도입된 ‘임대차 3법’과 민간임대주택 사업 축소 등 문재인 정부 주택 정책의 부작용이 한 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대차 3법 등 각종 졸속 정책의 부작용으로 2020년과 2021년 전세대란이 벌어지면서 전세 보증금만으로 빌라를 사들이는 ‘무갭투자’,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금으로 오히려 돈을 받고 집을 사는 ‘플피(플러스 프리미엄) 투자’가 극성을 부렸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경고음이 수 없이 울렸다. 주택도시공사의 전세보증 사고액이 2018년 792억원에서 2021년 5790억원으로 급증하는데도 정부는 수수방관했다.
올해에는 역전세 대란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아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날 전망이다. 주택보증공사(HUG)의 재무건정성 악화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선제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자가 진단 안심전세앱’ 구축, 전문가 상담센터 신설, 악성 임대인 정보 제공 등 임시방편 대책에만 급급하고 있다.
◇전세대란 촉발시킨 임대차 3법, 갭투기 사기극 판 깔아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월31일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3법을 도입했다. 야당과 전문가들은 전세 시장에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서민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강행했다. 임대차 3법은 2년이었던 임대차 기간을 ‘2+2년’으로 연장하고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적중했다. 미친 듯이 전세가격이 폭등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KB국민은행 조사 기준으로 2020년 6월 0.35%에서 7월 1%, 8월 1.18% 9월 2.0%로 급등세를 보였다. 연간 12.25%의 대폭등 장세를 기록했다. 2021년에도 11.86% 폭등했다.
아파트 전세대란이 벌어지면서 서민들의 전세수요가 비교적 저렴한 빌라 등 연립주택으로 불 붙었다. 2019년 1.38% 올랐던 서울의 연립주택 전세가격은 2020년 8월부터 월간 단위로 1% 이상 폭등세를 보이며 연간 8.39% 올랐다. 2021년에도 8.18% 급등했다. 임대차 3법이 임대료 인상은 규제를 하지만, 신규 계약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고 집주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입주할 경우, 계약갱신을 거절 할 수 있는 등 법률에 허점이 많았다. 그런데도 유예기간도 없이 허겁지겁 제도를 도입했고 우려했던 부작용이 속출했다.
◇전세난 가속화시킨 재건축 의무거주
정부는 2020년에 실거주해야 조합원 자격을 주는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제도도 도입했다. 재건축 아파트 주인들의 이사 행렬이 이어지면서 임대 매물 품귀현상을 증폭시켰다. 결국 정부도 재건축 실거주 의무제의 부작용을 인정해 1년만에 백지화했다.
◇전세사기대란 촉발시킨 무갭투자, 플피 투자
당시 정부의 졸속 정책이 빚은 전세대란을 틈 타 시장에서는 매매가와 전세보증금이 같아 자기 돈 없이 집을 사들이는 ‘무자본 갭투자’가 대대적으로 유행했다. 매매가보다 더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는 이른바 ‘플피’(플러스 프리미엄)투자’까지 유행했다. 무자본 갭투자를 부추기는 책들이 쏟아지고 관련 컨설팅 업체까지 공공연하게 영업을 했다.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집값을 잡겠다며 아파트 규제에만 정책을 집중했다. 서민 주거 시장인 빌라 시장은 정책의 무관심속에 사기꾼들이 활개를 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 3법이 입법 취지는 좋았으나 사전 준비 없이 도입해 임대 유통물량을 급감시켜 전세대란이 벌어져 결과적으로 빌라사기극이 벌어지는 원인의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이현철 부동산사이클연구소장은 “제도 자체는 필요했지만 대중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전세가격이 급등했다”고 말했다.
◇등록 임대사업자 축소시켜 사기꾼 마당깔기
정부는 2020년 임대차 3법 도입과 함께 ‘7·10대책’을 통해 4년 단기 임대사업과 아파트 장기임대사업 폐지를 결정했다. 기존 등록 임대주택은 잔여 의무임대기간이 지나면 강제 말소했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출범 초기에만 해도 임대 사업자 등록을 권장하다가 갑자기 임대사업자를 집값 폭등의 주범으로 몰아 제도 자체를 축소했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종부세 합산배제, 양도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을 받지만 임대료 인상폭이 5%로 제한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임대사업 활성화를 통해 임대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명분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갑자기 임대사업자 제도를 대폭 축소하면서 부작용이 또 발생했다. 2020년에 160만호에 달하던 민간임대주택이 올해 90만호 수준으로 줄었다. 저렴한 임대주택이 그만큼 사라져 서민들이 전세사기극에 휩쓸리기 쉬운 환경이 된 것이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등록된 민간임대주택사업자는 임대료가 저렴하고 임대보증금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돼 있다”면서 “양도세 종부세 등 세제 혜택을 받기위해 보증금 반환 사고를 거의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 사기극을 벌인 업자들은 전세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은 무등록 업자들”이라면서 “등록임대사업을 육성하고 장려하는 것이 전세사기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세금 걷기에 급급
4년 단기임대와 아파트 임대 등록대상에서 제외된 임대업자들은 종부세 폭탄에 파산위기로 내몰렸다. 종부세합산 과세 배제대상이 되는 등록임대사업자에서 말소된 임대사업자 주택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종부세를 체납, 경매에 넘겨지기도 했다.
정부의 종부세는 선순위에 있는 세입자의 임대보증금보다 우선 변제권이 있다. 전세 계약을 맺었을 때 없었던 집주인의 세금 체납이 뒤늦게 발생하면 서민들은 자신의 과실이 없어도 피해를 보는 것이다. 사실상 정부가 세금을 걷는 데 급급해 서민보증금을 뺏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3년간 종부세가 폭증하면서 피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작년 다주택자들의 종합부동산세 체납액이 56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최근에야 이런 문제점을 인식, 체납세금보다 보증금 배당을 우선하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했다.
◇전세사기 방치 미스테리, 윤 대통령 지시하자 대책마련
수많은 경고음이 울렸지만, 정부가 사전에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도 미스테리이다. 주택도시공사의 전세보증금 사고액이 2018년 792억원에서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 2021년 5790억원으로 급증했다. 주택도시공사의 부실이 커지는데도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사기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지시할 때까지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올해가 더 문제이다. 전세가격이 최고점이었던 2021년 임대차 계약 2년 만기가 도래, 세입자들이 대거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임대차는 ‘2+2′로 4년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전세금이 폭락한 만큼,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을 하기보다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증금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2019년부터 전세보증금 사고가 급증했는데도, 주택도시공사는 물론 정부도 사실상 손 놓고 방치했다”면서 “찔끔찔끔 대책을 발표할 게 아니라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한 시스템부터 점검해서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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