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야 제 맛 나는 ‘겨울 국물음식’ 6선
뽀얀 김이 올라와야 제대로다. 김의 순도를 따지기 힘들지만 미지근한 국물의 김은 단박 표가 난다. 뜨끈한 국물에서 올라오는 김이 있는 음식이야 말로 겨울만의 제 맛을 느끼기에 손색없다. 때로는 눈으로만 봤는데도 불구하고 맛의 전율이 전해지는데 바로 그 순간이다.
뜨끈한 국물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돌아왔다.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는 국물 요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강추위에 움츠러든 몸을 쫙 피게 해줄 음식으로 국물요리만한 게 없다.
한우 사골을 푹 고아 만든 소머리국밥, 쫄깃한 면발과 바지락이 어우러진 칼국수, 다양한 재료의 조화가 만들어낸 얼큰한 부대찌개 등 겨울에 먹을수록 진국인 맛이 넘쳐난다. 추워야 제 맛을 발휘하는 겨울 국물요리 6가지를 소개한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도 소개된 원조 집을 따라 골목에 부대찌개 집이 하나둘 들어섰고, 지금과 같은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를 형성했다. 의정부경전철 의정부중앙역 코앞이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다. 100m 남짓한 거리에 부대찌개 식당 10여 곳이 모여 있다.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이 넘은 곳들이 즐비하다.
동서양의 재료가 기막히게 어우러진 부대찌개는 얼큰한 감칠맛이 압권이다. 팔팔 끓을수록 녹진한 풍미가 우러나오는 국물에 한겨울에도 이마에 땀이 맺힌다. 햄과 소시지, 다진 소고기, 묵은 김치, 당면 등 들어가는 재료는 같지만 흥미롭게도 가게마다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재료를 쓰는 방식에 저마다의 비법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오래 숙성된 김치를 쓰는지, 육수를 어떻게 내는지 등에서 결정적인 맛의 차이가 생긴다.
거리 입구의 의정부시 퓨전문화관광 홍보관도 볼 만하다.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의 이야기를 발굴해 영상으로 만들고 바닥에 생생한 골목 그래픽을 구현했다. 식당별 특징을 상세히 소개해 부대찌개를 먹으러 가기 전 들리길 추천한다.
바지락 자체의 품질을 논할 때 제부도와 궁평리의 바지락을 제일로 꼽기 때문이다. 살아 숨 쉬는 갯벌은 사람들에게 풍성한 먹거리를 허락한다. 화성 갯벌도 예외가 아니다. 이곳 바지락은 유난히 알이 굵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썰물 때면 최대 4km까지 펼쳐지는 광활한 갯벌과 청정한 바다 덕분이다.
바지락은 국물 요리와 궁합이 좋다. 국이나 탕에 넣어 육수를 내면 특유의 시원한 맛이 잘 살아난다. 후룩후룩 넘어가는 면발과 갖은 채소, 싱싱한 생물 바지락이 들어간 바지락 칼국수는 그야말로 바다의 맛이다.
제부도로 들어가는 진입로와 제부로의 해안도로를 따라 칼국수 식당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가게마다 조리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바지락과 해산물을 아낌없이 넣어 푸짐하고도 시원한 바지락 칼국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들이 장을 찾았을 때 즐겨 먹었던 음식은 바로 순댓국이다. 빨리 먹을 수 있고 포만감을 주는 순댓국은 요새로 치면 최고의 패스트푸드와 같았다. 백암순댓국은 질 좋은 돼지고기가 흔했던 백암 장터에서 아낙들이 순대를 만들고 국물을 부어 팔던 것이 원조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백암은 용인의 제일가는 돼지 사육장이었고, 많은 이들이 돼지고기를 사가며 신선도 유지가 쉬웠다. 현재는 장터 내 우시장은 사라졌지만 백암우체국 인근, 순대 음식점이 모여 있는 백암순댓국거리가 그 명성을 잇는다.
백암순댓국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순대 껍질에 돼지의 작은창자만을 사용해 식용 비닐을 쓰는 여타 순대와 다르다. 또 순대 소에 채소가 많고 성근 편이다. 소 사이사이로 국물이 충분히 배어들게 해 부드러운 순대를 먹을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나오자마자 먹으면 딱 좋을 정도로 뜨끈하게 나온다. 옛 장터에서 그러했듯, 밥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르기를 반복하는 토렴 방식으로 낸다. 순댓국 한 그릇을 비우면 갖은 재료가 알차게 들어간 순대 소처럼 배 속이 든든해진다.
곤지암 소머리국밥은 조선 시대부터 유명했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갈 때 곤지암을 지나던 선비들이 소머리국밥을 먹고 허기를 채웠다. 1980년대 초, 최 모 씨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곤지암읍에 낸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일대가 소머리국밥 거리로 발돋움했다.
요새는 경강선 곤지암역 인근 대로변에 소머리국밥집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뜨끈한 국물 한 번, 야들야들한 식감의 소머리 고기 한 번, 연거푸 번갈아 먹다 보면 얼어붙은 속이 확 풀어진다. 겨울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는 든든한 맛이다.
1년 동안 소 거래량이 2만 두가 넘을 정도로 성행하던 우시장 근처에는 자연스레 소 갈빗집이 생겨났다. 수원 왕갈비의 시초는 해방 후, 지금의 영동시장 싸전 거리에 문을 연 ‘화춘옥’ 해장국집이다. 해장국에 넣어주던 소갈비를 소금으로 양념해 숯불에 구운 것이 유명해졌다.
최근에는 동수원 사거리를 중심으로 갈빗집이 모여 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한우 소갈비와 호주산?미국산 같은 수입산 갈비, 왕갈비탕을 판매한다. 석쇠에 굽는 갈비가 부담스럽다면 왕갈비탕도 현명한 선택이다. 족히 15cm가 넘는 큼지막한 갈빗대가 두어 개 들어간 탕은 국물이 깊고 담백하다.
보기엔 맑아 보여도 한술 뜨면 진한 풍미가 느껴진다. 어른 손바닥만 한 갈빗대에는 부들부들한 살코기가 붙어 있어 접시에 따로 발라내어 국물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포천은 군부대가 많아 휴가 나온 군인이나 그들을 보러 온 면회객 손님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1960년대 당시 고급 음식인 갈비를 주머니 가벼운 20대 군인이 마음껏 먹기는 어려웠다. 손님이 뜸해질 것을 걱정하던 한 식당 주인은 묘안을 낸다. 갈비를 작게 자른 일명 ‘쪽갈비’ 를 고안한 것.
조각 갈비 10대를 이쑤시개에 꽂아 푸짐한 1인분으로 만들고 넉넉한 양과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것이 지금의 이동갈비다. 당시 갈비 값은 서울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전에 없던 갈비는 군인과 면회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이동갈비 맛은 달착지근한 양념에 재운 소고기를 참나무 숯불에 굽는 데 있다. 갈비 한 점을 꼭꼭 씹으면 불향과 달달한 양념, 육즙이 번져 코와 입이 동시에 즐겁다. 이동면 장암리 일대에 자리한 이동갈비촌은 여전히 성황이다. 반세기가 넘게 한 자리를 지킨 갈빗집도 여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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