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해답’ 역할한 판례 뒤집혀…배임죄 판단 갈린 이유는 [이번주 이판결]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B씨의 배임죄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16년 6월 서울 금천구에서 멀티탭 도소매 사업장 A를 운영하던 B씨는 동업자들과 문제가 생기자 기존 사업장 A를 폐업하고 같은 업종의 새로운 회사 C를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기존에 거래하던 멀티탭 제조업체 D에 “새로 만든 C와 거래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기존 A의 채무에 대한 담보로 자동차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D는 이를 받아들여 B씨와 해당 내용의 공정증서를 작성했다. 기존 A업체가 D업체에 지고 있던 빚을 갚겠다고 약속하면서, 만약 갚지 못할 경우 차량 처분권을 D에게 넘긴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B씨는 빚을 갚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를 D명의로 변경하지 않은 채 또 다른 제3자에게 245만원에 팔아버렸다.
검찰은 B씨의 행위를 배임으로 보고 약식명령을 청구했고, B씨는 무죄를 주장하면서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형법 제355조에 따르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 3자가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배임죄가 성립된다. 배임죄의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이다.
대법원은 지난 1989년 판결에서 “권리이전에 등기·등록을 필요로 하는 동산인 자동차를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1심과 2심에서는 B씨가 배임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달랐다. B씨가 자동차 명의를 변경하는 일을 ‘타인의 사무’가 아닌 ‘본인의 사무’로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피고인(B씨)이 피해자 회사(D)와 신임관계에 기초해 피해자 회사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을 피해자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배임죄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를 엄격하게 해석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것이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아닌 통상의 계약 관계에서, 민사적 채무불이행 행위를 형사법상 범죄로 확대해석하는 것을 제한하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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