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인생 최악' 2022년 보낸 신유빈 "새해는 최고로 행복하겠다"
1년 연기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솔직히 말하면, 제 탁구 인생에서 최악의 한 해였어요."
항상 밝은 표정과 목소리인 한국 여자탁구 에이스 신유빈(대한항공)은 2022년을 돌아봐달라는 질문에 곪았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신유빈은 2021년 겨울 세계선수권 도중 손목 피로골절로 부상을 입은 이후 2022년 내내 재활, 수술, 재발, 복귀, 재발을 겪었고 한동안 탁구채조차 잡지 못했다.
신유빈은 이후 2022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포기하고 재활에만 매달렸지만 회복은 쉽지 않았다. 복귀 과정서 다시 부상을 입어 결국 수술대까지 올라야만 했다. 그럼에도 절망의 상황은 끝나지 않았고, 또 손목에 이상이 생겼다.
그렇게 신유빈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졌던 일 년의 12개월 중 무려 9개월을 통째로 날려야만 했다.
신유빈은 "지칠 수밖에 없었다. 처음 부상을 당했을 때만 해도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긍정적으로 마음먹었다. 다시 부상을 당해서 수술대에 오를 때도 '어떻게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기다리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세 번째로 부상을 당하자 '나 또 아프면 어떡하지, 나을 수 있기는 한건가' 하는 마음에 겁도 났다"고 털어놓았다.
가장 좋아하는 탁구를 못했던 시간이 정말 괴로웠다는 신유빈이지만, 문제는 힘겹게 탁구채를 쥐었을 때에도 이어졌다.
그는 "또 아프면 안 된다는 심리적 부담이 있었고 아픈 와중에도 경기를 나갔을 땐 스스로 손목이 컨트롤이 안 돼 절망감을 느꼈다. 예전 같으면 칠 수 있다고 생각한 공도 후유증 때문에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그동안 난 내가 사랑하는 탁구를 할 때 늘 행복했는데, 그땐 탁구를 하면서도 정말 속상하고 슬펐다"고 했다.
다만 2022년이 내내 절망만 가득했던 건 아니다. 신유빈은 탁구를 못하는 동안에도 포기하지 않고 상·하체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 훈련 등 '손목을 쓰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운동에 악착같이 집중했는데, 그것이 결실을 가져다줬다.
신유빈은 지난해 11월 슬로베니아 노바고리차에서 열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컨덴더 단식과 혼합 복식에서 정상을 차지, 2관왕에 올랐다.
부상 투혼과 피나는 재활을 통해 이룬 값진 성과이자,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뒤 잠시 관심에서 멀어졌던 신유빈이 돌아왔음을 알린 결과였다.
그는 "단식 우승은 아프지 않고 한창 몸이 좋았을 때에도 이루지 못했던 성과"라면서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 조금 더 힘을 내라고 누군가 준 선물 같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우승은 신유빈의 2022년 탁구 인생에서 의미있는 변곡점이 됐고, 이후 반등이 이어졌다.
신유빈은 12월 대한탁구협회의 세계랭킹 20위 이내 선수 자동 선발 규정에 따라 2023년 한국 여자탁구 국가대표팀에 뽑혔다. 2022년 초 눈물을 머금고 선발전을 포기한 지 1년 만에 되찾은 태극마크다.
특히 지난해 초 국가대표 선발전을 포기할 때만 해도 그해 열릴 예정이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도 불발된 상황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됐다.
이에 따라 2023 국가대표인 신유빈에게는 다시 아시안게임에 나설 기회가 생겼다. 일 년을 통째로 날린 불운 속 그나마 행운이다.
신유빈은 "애초에 다치는 불운이 없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이라고 입술을 깨물면서도 "그래도 난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어쨌든 불운했던 2022년은 이제 과거가 됐다. 이제 그의 앞에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함께할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신유빈은 "그 어떤 시간들이 펼쳐지더라도 2022년처럼 힘들거나 슬플 것 같지는 않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이어 "물론 힘든 일은 언제든 계속 있겠지만, 2022년의 힘들었던 시간들이 나를 성장시켜서 2023년은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해가 됐으면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누구나 신년을 맞이하면서는 남다른 마음과 동기부여를 갖겠지만, 신유빈에겐 새로운 한 해가 더욱 특별하고 남다르다.
신유빈은 2023년이 어떤 해가 됐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잠시 고민하더니 "2022년이 힘들었으니 2023년은 최고의 해가 되도록 하겠다. 사실 다치지 않고 이전처럼 탁구를 칠 수만 있어도 내겐 최고의 해가 될 것 같다"면서 "연습했던 것들을 실전에서 잘 활용하면서,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게 새해 목표"라고 밝혔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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