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전약후] 고지혈증 잡는 슈퍼스타 '스타틴'…美·日 애증의 역사

김태환 기자 2023. 1. 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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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산쿄서 엔도 아키라 가장 먼저 연구…美 머크에 기술이전도 엿봤지만 부작용에 연구 중단
연구 지속한 머크, 1987년 '로바스타틴' 먼저 허가…산쿄는 1990년 '프라바스타틴'으로 뒤쫓아
ⓒ News1 DB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으로 손꼽히는 고지혈증 치료제 '스타틴'(Statin) 계열 약물 성분의 탄생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일본의 한 과학자가 평생에 걸쳐 관련 연구를 했지만, 정작 최초의 신약 허가는 미국에 넘겨줬야만 했던 사연이다.

의약계에서는 스타틴은 '제2의 페니실린'이다. 우연히 발견한 푸른 곰팡이에서 나온 항생물질처럼 스타틴도 곰팡이에서 콜레스테롤 억제 물질을 찾아냈다는 것이 이유다.

1997년 화이자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 개발 주역인 부르스 D. 로스가 스타틴 계열 약물의 인공적 화학 합성을 성공한 이후 이제는 더 이상 곰팡이 분리를 하지 않지만, 상업화 초기에는 모두 곰팡이에서 물질을 분리해야 했다.

이 물질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바로 일본 제약회사 산쿄(현 다이이찌산쿄)의 엔도 아키라다. 1933년생인 그는 1957년 산쿄 입사 후 1966년 미국으로 연수를 떠나게 되는데 이때 콜레스테롤 억제제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엔도는 1968년 일본 산쿄로 돌아가 곰팡이에서 콜레스테롤 생합성을 방해하는 데 필요한 효소 억제 물질을 찾는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때부터 수년간 그가 조사한 버섯 균류와 곰팡이 종류만 6000여가지가 넘는다.

결국 그는 1972년 쌀 곰팡이인 페니실리움에서 '메바스타틴'이라는 물질을 발견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후 메바스타틴의 인체 투약 안전성을 확인하는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넘어서기까지 숱한 난관에 부딪힌다.

실제 메바스타틴은 실험용 쥐를 통한 실험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저해하기도 했고, 반대로 아무런 유의성을 나타내지 않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는 나중에야 밝혀졌는데 메바스타틴이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C'만을 선택적으로 감소시켰던 것이다.

다행히 닭으로 실험 대상을 바꿔 동물실험에서 메타스타틴에서 효과를 확인한 엔도는 이 내용을 국제학술지 등에 발표한다. 이 연구 결과를 접한 미국 머크는 메바스타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엔도와 마찬가지로 곰팡이에서 유사 물질을 찾아 나선다.

특히 미국 머크는 이에 앞서 산쿄로부터 기술 도입을 검토하기 위해 기밀유지계약을 맺고 선행 연구 등 물질 검증도 진행한다. 이 회사는 이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연구 시작 단 2년여 만인 1979년 '로바스타틴'을 찾아낸다.

엔도는 1977년 일본 오사카 대학에서 중증 콜레스테롤혈증 환자인 18세 소녀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돌입했는데 이후 상업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임상연구와 별도로 진행한 동물 독성실험에서 암 유발 우려가 높아져 실험을 돌연 중단한 것이다.

머크 역시 이 소식을 듣고 메바스타틴과 화학구조가 거의 동일한 로바스타틴의 연구를 중단했지만 이때부터 신약 개발 주인공의 운명은 머크 쪽으로 기울었다. 엔도는 1978년 이미 개발 일선에서 떠나 도쿄 농공대학 교수로 이직한 반면, 머크에는 콜레스테롤 연구를 수행하던 미국 텍사스대의 브라운과 골드슈타인이 합류해 새 팀이 꾸려졌다.

더욱이 1980년대에 들어 스타틴계열 약물이 나쁜 콜레스테롤에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머크는 로바스타틴의 임상시험을 다시 추진할 결심을 한다. 그 결과 1987년 최초의 스타틴 상업화 타이틀은 머크의 로바스타틴(제품명 메바코)에 돌아간다.

일본의 산쿄는 눈 앞에서 최초의 신약 허가라는 기회를 놓쳤으나, 미국 제약사인 BMS와 손을 잡고 재기해 1990년 '프라바스타틴'을 출시한다. 이후 머크에서 특허문제를 회피하고자 로바스타틴을 개량한 '심바스타틴'을 새로 내놓고 경쟁시대를 열었다.

1990년대부터 허가된 스타틴 계열 약물만 '플루바스타틴', '아토르바스타틴', '로수바스타틴' 등 두자릿수를 넘는다. 이에 전세계 스타틴 계열 약물 성분 관련 시장 규모만 2021년 기준 약 60억달러(7조5000억원)를 형성하고 있다.

ca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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