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더 팍팍해진다…경기 침체 속 이자 폭탄, 기업·가계 '시름'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2023년 국내외 경제여건이 전년보다 크게 악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기업과 투자자 뿐 아니라 가계도 큰 부담이 될 수준의 침체를 전망했다. 경기침체는 이미 시작됐고 금리로 인한 대출이자 보릿고개까지 겹쳐 모든 경제주체들이 시련을 겪는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1일 머니투데이의 신년 증시 전망 릴레이에 인터뷰에 참여한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가 2분기를 저점으로 소프트랜딩(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으나 일부 신흥국과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는 유럽은 하드랜딩(경착륙)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인터뷰에는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국내 및 외국계 자산운용사 CIO(최고투자책임자)들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국가가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 경제가 2%내외로 성장한다고 가정해도 물가상승률이 4% 정도 될 것으로 본다"며 "미국과 유럽을 위시한 대부분 지역이 비슷한 상황으로 물가가 경제성장보다 높아 실질적으로는 역성장 상태"라고 설명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고금리 환경에서 기업들이 겪게 될 이자비용과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은 단기적으로 경기침체에 빠지고 미국은 하반기 금리인상 효과가 경기에 내년 1분기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금리인상이 워낙 가파르게 진행되다보니 크고 작은 충격이 발생할 가능도 높다는 지적이다.
경기 침체로 매출은 줄고 이자비용은 늘어난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까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면 예상보다 큰 타격이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특히 우려되는 지점은 기업들의 신용 리스크인데 미국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더 올라가고 오래 지속되는 국면이 나타나면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수년간 저금리로)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렸다가 금리인상 후 급격히 자금이 회수되는데 이렇게 되면 압박을 받는 기업들이 많이 생겨난다"며 "회사채 유동성 문제가 큰 이슈가 된 것처럼 건설이나 부동산 부문에서 문제가 생기면 증권, 캐피탈 등 금융권도 타격을 입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내년 하반기 즈음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데, 예상외로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다면 고금리 상황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다만 국내외 경제가 급격한 위기로 밀려가는 형태의 경착륙 보다는 완만한 하락세를 유지하다가 반등하는 연착륙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3년 거시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면서 저속주행을 타이틀로 잡았다"며 "경기침체이긴 한데 위기까지 가지 않는 국면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생산과 소비가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재정투자를 활발히 하면서 상황이 다소 진정될 것이란 주장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제가 예상외로 견조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유 센터장은 "미국의 경우 실업률이 급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경기가 둔화해도 노동공급이 구조적으로 급감하기 어려운 경제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가계도 초과저축이 아직 남아 있고, 가계부채 수준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 낮아져 있어 금리인상이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경기저점은 내년 2분기다. 경기침체가 발생할 경우소비둔화에 따른 재고조정이 이어지며 선진국 경기선행지수가 20개월 정도 하락하는데, 이번에는 16개월 가량 하락한 상태라는 것이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 바닥을 기록한 후 하반기 반등하는 국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는 연착륙 가능성이 높지만 예상외의 상황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종우 센터장은 특히 유로존 위기 가능성에 주목했다. 에너지 수급불안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물가상승, 금리인상 영향으로 경기침체 확률이 미국보다 높다는 것인데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독일과 이탈리아의 상황이 특히 그렇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 뿐 아니라 기초체력이 약한 신흥국의 위기도 가시화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준환 기자 abc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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