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부스트라다무스]③ 김경민 “집값 2025년까지 내릴 것... 공급 안챙기면 이후엔 폭등할수도”
”정부, 규제완화 할 때 아냐… 공급정책 준비해야”
”무주택자, 거래량 느는 시기에 시장 진입해야”
”집 지금 팔면 안 돼… 비용 줄여 하락장 버텨야”
전국의 아파트값이 치솟았던 2021년 “내년엔 서울 아파트값이 2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해 주목을 받았던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집값 하락세가 2025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인 기준금리가 그 때부터는 소폭 하락하기 시작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작업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현 시장에서 부동산이 ‘위험자산’임을 인지하게 된 만큼 앞으로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2026~2027년부터는 집값이 급등할 수 있다고도 했다. 현재 시장 불황 탓에 공급이 줄어든 여파로 또 한번 폭등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현 정부의 규제완화 흐름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금리인상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규제완화 시그널을 줘도 시장에서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뿐더러 금리인상기 규제완화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혼란만 줄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지금 정부가 주목해야 할 것은 ‘공급정책’이라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도시계획·부동산학 박사 학위를 받아 대중들에게 ‘하박(하버드 박사)’으로 불린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으로 미국의 보스톤 소재 부동산 리서치 회사의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그는 투자수익률을 기준으로 부동산 가격을 예측하는 모델을 설계·운영했다. 이 모델을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에 적용해 향후 방향성을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상승장에서 과감한 하락 전망으로 화제가 됐다. 결과적으로 전망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처음엔 사기꾼이라고 욕 꽤나 먹었다. 제가 미국에서 일 했던 리서치 회사에서는 예측치를 내고,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유수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이를 기반으로 투자를 했다. 부동산은 굉장히 큰 산업으로, 전망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일부 유튜버를 비롯해 자격이 안되는 사람들이 근거도 없는 전망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또 이것을 기성 언론에서 재생산, 확대한다. 정부나 기성 언론은 학문적 차원에서 부동산 산업을 고도화 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 부동산 산업을 둘러싸고는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리서치 회사들이 즐비하다.”
-지금 대중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이 하락장세가 얼마나 지속되냐 하는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언제 멈추고, 하락으로 돌아서느냐가 중요하다. 부동산 시장이 내년까지는 무조건 하락한다고 본다. 하지만 2025년부터는 금리가 0.25%포인트씩 낮아질 수 있다. 그렇다면 2025년 중반이나 하반기나 돼야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도 멈추지 않을까 한다.
나는 인플레이션을 두 가닥으로 보고 있다. 첫 번째는 월세 상승률이다. 미국의 물가상승률(CPI)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다. 미국의 월세상승률이 최근에 꺾이면서 미국 CPI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시차는 3~6개월 정도다.
두 번째는 사람들의 임금 수준이다. 미국 사람들이 그동안 저축을 해 놓은 것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계층에서는 임금상승률이 괜찮은 수준이다. 임금상승률이 지금처럼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과거와 다른 인플레이션 수준이 고착화될 수 있다.
시장에서 생각하는 수준이 4%정도인데 이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받아들이느냐, 안받아들이느냐의 문제도 있다. 물가상승률이 4%에 도달했는데도 상대적 고금리를 유지한다면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거나 길어질 수 있다.”
-지금의 하락장이 무주택자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 시장 진입에 적절한 시기가 있나.
“반등하는 시기에는 거래량이 분기별, 반기별로 터지는 시점이 있다. 그 때 들어가야 안전하다. 2015~2016년에 서울시에서 거래량이 터졌다. 2013년을 가격을 저점으로 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물가상승률보다 조금 오르다가 거래량이 터진 다음에는 가파르게 오른다. 그 때 들어가도 늦지 않는다는 말이다.
두 번째는 단지별로 보는 방법이 있다. 1000가구, 3000가구 이상의 대단지에서 59㎡(25평), 84㎡(33평)만 봐라. 분기별로 최저, 최고가의 평균가를 보면 된다. 2021년 3분기를 기점으로 모든 단지에 동일 평형대 최고·최저가격의 평균이 꺾인다. 시장이 꺾인 지점인데 늦게 인지를 한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방향을 전환하는 시점이 나타난다. 매도 호가도 봐야 한다. 상승장이라고 하면 직전 거래 가격보다 호가가 높다. 하락장의 경우는 반대다. 그게 붙으면서 실거래가보다 높아지는 시점이 나온다. 그런 때가 진입하기 좋은 시기다.”
-유주택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2, 3주택자의 경우 현금이 많다면 버티면 된다. 1, 2주택자 중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의 준말)이 가장 문제다. 지금 팔면 절대 안 된다. 매달 거주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 원리금의 규모가 너무 크다면 세를 놓고 하급지로 옮겨서라도 버텨야 한다. 자산은 견뎌서 지켜야 하는 것이다. 지금 어설프게 팔면 다시는 못 잡는다.”
-전세가격이 일주일에 1%씩 떨어지고 있다. 전세시장의 전망은.
“매매·전세·월세 중 인플레이션이 오면 제일 먼저 오르는 게 월세다. 월세가 가파르게 오르다가 꺾이는 시기가 온다. 이때 전세가격의 하락이 매매가격 하락보다 먼저 멈춘다. 언제일지는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규제완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
“지금 규제를 완화하면 안 된다. 카드가 유효하지 않다. 올해 9월 서울 강남구 같은 경우 30건도 거래가 안 됐다. 규제완화 카드는 나중에 쓰는 게 좋다. 효과도 없을 뿐더러 글로벌 투자자들한테 잘못된 인식을 준다. 전세계가 긴축으로 가는데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에서 나서서 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충돌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는 셈이다. 국가 신용 차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혁신을 했으면 한다. 우선 한국부동산원을 비롯해 부동산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부터 혁신해야 한다. 특히 주간 동향은 폐지해야 한다. 세제도 한 번 정했으면 지속돼야 한다. 예를 들면 종합부동산세는 현재 예측 가능하지가 않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박근혜 정권 때는 80%, 문재인 정권 때는 60~70%였다. 또 15억원 넘는 아파트는 대출이 안 되기도 했다.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면 시장 참여자들이 선택을 할 수 없다.
2026~2027년 부동산 시장의 폭등이 시작될 수도 있다. 공급이 너무 없다. 지방을 중심으로 계약금 건 상황에서 사업이 진행이 안 되는 곳도 너무 많다. 내년 분양도 많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공급정책이 중요하다. 서울이 주택가격이 2020~2021년은 저금리로 인해 상승했다면, 2016~2018년은 적정주택의 공급부족으로 인해 올랐다. 지금은 규제완화와 같은 수요정책이 아니라 공급정책을 펼쳐야 한다. 토지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0년 가을에 주택가격이 오르려는 조짐이 보일 때 이명박 정권은 그린벨트를 풀어서 대응했다. 그때와 같은 방식은 이제 불가능 하니 토지를 비축해야 한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 여름쯤부터 이상했다. 시장에서는 그때도 신규 PF대출을 받으려고 할 때 은행에서 9%를 불렀다는 얘기가 돌았다. 올 초까지 4%였는데 말이다. 이 때 강원 레고랜드 문제가 터졌다. 아마 지금 유명 로펌, 회계법인들은 파산·도산팀을 만들어 대응 채비를 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신규개발에 대한 투자는 금융권에서 꺼릴 가능성이 크다. 시행사, 시공사 입장에서는 12% 수준의 이자를 감당하기에는 수익률이 안 나와서 공급이 안될 수 있다. 공정률이 80~90% 이르는 곳은 괜찮을 지 모르겠지만 50% 미만인 곳들은 자금조달 부분에서 문제가 터질 수 있다. 정부는 지금 이걸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 리파이낸싱이 되지 않으면 파산이 일어날 수 있다.”
-올해 가장 주목했던 부동산 이슈는 무엇이었나.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크게 올 줄 몰랐다. 원자재 폭등과 글로벌 공급망 문제까지 있었는데, 예상 못했던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퍼펙트 스톰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화두였고, 그에 대한 대응격으로 금리인상이 이뤄진 게 가장 큰 이슈였다고 본다.”
-부동산 투자를 했거나, 하려는 수요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이번에 부동산이 위험자산이라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부동산 투자는 단타가 아니라 장타다. 부동산은 항상 매수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데, 비슷한 생각을 한다면 이번에 굉장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부동산을 둘러싼 경제상황부터 공부하고, 다음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부동산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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