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악재에도' 車 작년 수출액 최대치 경신…올해는 '글쎄'
글로벌 수요부진에 올해 수출 3% 성장 그칠듯…IRA 불확실성 '변수'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지난해 한국 자동차산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반도체 공급난 등 각종 글로벌 악재들로 인한 생산 차질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수출금액을 경신했다.
그러나 올해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차 수요 감소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인한 타격까지 겹치면서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차 수출은 친환경차,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 호조세 및 환율 효과로 11.7% 증가한 228만대로 추산된다.
특히 고가 차량 판매가 늘면서 수출액이 530억 달러에 달하며 역대 최대금액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가가치가 높은 SUV, 대형 차종과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수출액 증가에 기여했다.
친환경차도 수출 호조를 견인했다. 지난해 1~10월 전기차,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친환경차 수출은 전년 대비 41.2% 증가한 44만8000여대를 기록했다.
국내 생산량도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이 다소 줄었지만 하반기 공급망 차질 완화로 생산량이 회복됐다. 협회는 지난해 국내 차량 생산량이 37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21년 대비 6.9% 증가한 수치다.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해 성적표는 좋았지만 올해도 장밋빛 전망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산업의 선전은 수출 호조에서 기인했는데, 올해는 수출 성장을 가로막을 악재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주요국 자동차 수요가 줄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올해 자동차 국내 판매는 1.5% 증가한 172만대, 수출은 3.1% 늘어난 235만대로 전망했다.
협회는 "국내 판매는 누적된 대기수요 해소와 더불어 전년도 저조한 실적의 기저효과로 플러스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나 경기침체로 인한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가 신규 수요를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의 경우 친환경차와 SUV, 고가격 차량 중심으로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나 중저가·내연기관 중심의 중남미, 아시아 수출은 경기 하락의 영향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570억 달러로 전망했다.
변수는 미국의 IRA 시행에 따른 타격이다. 지난해 8월 IRA 발효로 한국산 전기차는 세제혜택에서 전면 제외됐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라는 대전제 조건 자체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 가량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지난해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점유율 2위까지 올랐던 현대차·기아는 이미 판매량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 IRA 발효 전인 지난해 6월 2853대를 기록했던 아이오닉5 미국 판매량은 8월 1516대, 9월 1306대, 10월 1579대, 11월 1191대로 줄었다. EV6의 미국 판매량도 지난 6월 2567대에서 8월 1840대, 9월 1440대, 10월 1186대에서 11월 641대로 떨어졌다.
앞서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023년 자동차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IRA 시행 여파로 올해 자동차 수출이 전년대비 4% 감소한 21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보고서는 "전기차의 미국 수출에 따라 수출 실적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나라가 IRA 적용 유예를 받으면 감소폭이 축소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4.2%로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산 전기차 중 리스나 렌터카 같은 상업용으로 판매되면 IRA의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되면서 한숨을 놓게 됐다. 현대차와 기아 입장에서 '북미산이어야만 세액공제 대상이 된다'는 IRA의 독소조항을 어느정도 피할 수 있게됐기 때문이다. 상업용 전기차는 미국 전체 친환경차의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IRA를 비롯한 각국의 보호무역 확대 기조와 공급망 이슈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며 "국내 생산시설 유치 및 투자 확대를 위한 전폭적인 인센티브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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