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이태원 참사…'역대급 악재' 겪은 경찰, 새해에 신뢰 회복할까

이승환 기자 2023. 1. 1.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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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책임수사 유례없이 확대됐으나 불신 어느 때보다 높다'
권한에 걸맞은 역량 보여줄까…"조직 안정화 지원도 필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2차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로 출석하고 있다.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된 이 전 서장은 지난 21일에도 특수본에 출석한 바 있다. 2022.11.2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지난해 경찰이 겪은 악재들은 하나하나가 '역대급'이었다. 경찰국 사태로 초유의 집단 반발이 일어나고 당시 경찰청장이 사퇴한 것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이른바 '검수완박법'(검찰수사권 완전박탈법)이 9월 시행됐다. 그 반대급부로 경찰권이 확대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법무부는 맞불성격의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으로 제동을 걸었다.

검수원복의 근간에는 '경찰 수사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정부의 판단이 깔려 있다. 지난해 5월 정부 출범 후 경찰 수뇌부 사이에서 계속 긴장감이 흐르는 이유다.

지난해 10월29일에는 158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참사 예견 가능성에도 사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책임론'이 거세지면서 경찰 조직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부실대응과 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서울경찰청과 서울 용산경찰서 간부가 구속됐다. 서울 치안을 총괄하는 서울경찰청장은 피의자로 입건됐다. 경찰 서열 1위 경찰청장이 수사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찰의 책임수사는 유례 없이 확대됐으나 경찰을 향한 불신은 어느 때보다 높다.'

'역대급 한해'를 보낸 경찰이 직면한 상황이다. 새해에는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까? 경찰의 현 주소를 진단해봤다.

◇수사권조정 원년 수장의 퇴장

김창룡 경찰청장(59·경찰대 4기)은 지난해 6월27일 사의틀 표명했다.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김 전 청장의 사퇴는 경찰국 사태에 책임을 지는 의미였다. 일선은 물론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 간부까지 반발했으나 경찰국은 통제 논란 속에서 지난 8월2일 출범했다.

경찰국을 이해하려면 먼저 경찰공무원법을 살펴야 한다. 경찰공무원법 제7조 제1항은 경찰 서열 다섯 번째 계급인 총경(경찰청 및 시도경찰청 과장, 일선 경찰서 서장)은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행안부 장관의 '제청권'이다. 그간 제청권이 형식적으로만 이뤄졌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경찰 고위직 인사는 경찰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논의해 결정했던 것이 관례였다. 행안부 장관의 인사 권한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경찰국은 행안부 장관의 인사 제청권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요컨대 그의 인사 제청권을 실질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행안부 장관의 권한은 이전보다 강화될 수밖에 없다.

계급 정년이 있는 경찰 고위직은 인사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경찰 내부에선 "간부들이 청장에게 잘 보여야할지 행안부장관에게 잘 보여야할지 난감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새해 초 예정된 총경·경무관 인사에 경찰이 촉각을 세우는 배경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정부가 경찰을 어떻게 보느냐다. 잘 알려졌다시피 정부는 경찰보다 검찰에 가까운 성향이다. 애초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의 경찰국 모델도 '법무부 검찰국'이었다. 법무부 검찰국은 검찰 인사·조직·예산·행정 등을 두루 관할해 권한이 강한 조직이다.

임기를 한 달여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 2022.6.2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초기 자문위의 경찰국 모델은 행안부 장관의 업무에 치안을 추가하고 징계 권한과 사법경찰 감찰권, 총경 이하 인사권까지 포함하는 방향이었다. 그러다 집단 반발과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제청권을 실질화하는 수준'으로 경찰국 권한을 제한한 것이다.

그렇다면 자문위는 왜 법무부 검찰국을 경찰국의 모델로 삼았을까? 경찰을 그만큼 통제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 이유는 경찰의 권한이 커졌기 때문이다.

요컨대 '권한이 확대된 만큼 경찰을 통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경찰이 견제와 통제의 대상이 됐음을 보여준다. 전 정권 당시 검찰처럼 경찰 또한 언제든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180도 달라진 분위기

애초 경찰은 2021년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계기로 수사·기소의 분리를 실현하려 했다. 수사·기소 분리란 '경찰은 수사만, 검사는 기소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불가능하기만 한 꿈이 아니었다. 야당이 발의해 지난해 9월 10일부터 시행 중인 검수완박법(개정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개정 검찰청법의 핵심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하는 범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개 범죄에서 부패 경제 등 2개 범죄로 줄이는 것이다. 이른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설치되면 이마저 중수청에 이관돼 검찰의 수사권은 완전히 폐지된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보완수사 범위 축소 △별건수사 제한 △고발인의 경찰수사 이의신청 제한 등을 담고 있다. 이 역시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하거나 제한하는 조항이다. 문제는 고발인을 빼고 고소인과 피해자, 법정대리인만 경찰 수사에 이의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해 여전히 논란거리라는 점이다.

이의신청이란 경찰이 무혐의 등으로 판단해 불송치한 사건에 이의를 제기하는 제도다. 이의신청시 사건은 검찰로 송치된다. 이 경우 검찰은 직접 수사 가능 범죄와 상관없이 경찰의 송치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 반대로 보면, 고발인이 이의신청할 수 없다면 자연스럽게 검찰의 수사 범위도 줄어든다.

검찰권이 축소되면 경찰권은 반대급부로 확대된다. 검수완박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한 달도 안 남은 지난해 5월 초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국회 본희의를 통과했다. 검수완박으로 검찰권을 제한하고 경찰권을 늘려준 것은 전 정부였던 셈이다.

현 정부 출범 후 분위기는 180도로 달라졌다. 법무부는 검수완박법의 맞불 성격으로 '검사의 수사개시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내놨다. '검수원복'으로 불리는 시행령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검사가 직접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2대 범죄(부패·경제)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공직자범죄로 규정됐던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을 비롯해 정치자금법 위반과 선거 매수 등도 부패범죄에 포함한 것이 대표적이다.

9월10일부터 검수완박과 함께 시행된 개정안의 또 다른 핵심은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기존 규정에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과 직접 관련 있는 범죄만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하도록 명시됐다. 그러나 '검수원복 시행령'에선 보완수사 범위 규정이 모두 삭제됐다.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할 수 있는 '허용 범위'가 넓어진 셈이다.

ⓒ News1 DB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전 정부의 기조였다면 현 정부는 이와 결이 다른 행보를 하는 셈이다.

경찰 입장에서는 복잡한 셈법을 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치 않다. 국민적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것이 특히 경찰에 부담이 되고 있다.

◇"명운을 걸 수밖에 없는 수사"…'검찰의 존재'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만 해도 경찰 책임론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참사 당일 오후 6시34분부터 3시간41분 동안 경찰이 사고 위험을 알리는 최소 10건의 신고를 접수하고도 사고를 막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었다.

일선 책임자의 부실 대응을 비롯해 보고서 삭제 및 조작, 지휘부 늦장 대응 의혹까지 눈덩이처럼 쌓였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제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셀프수사'라는 국민적 불신이 작지 않다. 검찰은 검수완박에 따른 수사 범위가 제한돼 이태원 참사 사건을 초기부터 수사하지 못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명운을 걸고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검찰의 존재' 때문으로 분석된다. 요컨대 검찰은 경찰의 송치 이후 보완 수사로 이태원 참사 전반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보완수사로 새로운 혐의나 범죄 정황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특수본은 자존심을 구길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검찰의 보완수사로 특수본의 '부실수사'가 확인된다면 경찰 수사에 힘을 실어준 수사권조정이나 검수완박의 당위성까지 훼손될 수 있다.

시도경찰청 한 관계자는 "특수본이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 부분일 것"이라며 "특수본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지난 30일 핵심 피의자인 이임재 전 서장 등 용산경찰서 전·현직 직원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송치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은 이날 검찰이 기소했다.

다만 참사 당일 소방당국 현장 지휘책임자였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에 검찰은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은 반발하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피해자 158명의 최종 생존시간, 구조 시간, 구조 후 방치 시간을 특정해 달라는 보완수사 요구는 일부를 제외하고 사실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보완수사 요구에 상당 부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책임에 걸맞은 권한 부여해야"

전문가들은 "경찰의 위기 탈출 해법은 수사밖에 없다"면서도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으로 과부하 상태인 만큼 경찰 조직의 안정화를 위한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은 결국 권한에 걸맞은 수사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며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로 결과를 내는 것이 쇄신의 방법이자 불신을 잠재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70여년간 이어진 형사사법 체계가 불과 2년 사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경찰 조직도 과부하에 걸렸다"며 "수사권조정과 검수완박 등으로 업무는 크게 늘었으나 인력 확충 등 현장의 피드백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효율적인 역할 분담, 책임에 걸맞은 권한 부여로 조직이 안정화해야 경찰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경찰 과부하를 해결하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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