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맡길 곳이 없어요” 팬데믹 끝나자 사라진 어린이집 교사들

2023. 1. 1. 06: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치솟는 보육비·교사 이탈에 보육 대란 현실화
팬데믹 보조금 사라지자 교사들 고임금 찾아 떠나
고물가 맞물리며 보육비 급증…英 1월부터 19%↑
‘울며 겨자먹기’ 맞벌이 포기 부모 증가
미국 워싱턴주의 한 보육 시설에서 한 아이가 발꿈치를 들고 서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비국에서는 팬데믹이 끝나고 관련 지원금이 고갈되면서 교사 부족으로 인한 보육 시스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아이를 맡길 수라도 있는 것에 감사해야하는 상황이에요”

글로벌 보육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보육비가 끝모르고 치솟으며 부모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교사 이탈까지 가속화되며 아이들을 맡길 곳마저 줄어드는 상황이다.

불안한 보육 현실은 노동 시장 전반과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만드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이를 맡기지 못하는 부모들은 눈물을 머금고 일자리를 떠나고 있고, 결국 가뜩이나 과열된 노동 시장은 악화일로로 치닫는 모양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16일 “우리가 유연하게 노동 시장을 가지고 가기 위해서는 보육 시스템이 잘 뒷받침 돼야 한다”면서 “그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와 함께 사라진 지원금, 교실은 있는데 교사가 없다
미국 오레곤주의 한 보육시설에서 교사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AP]

최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보육 서비스는 팬데믹 지원금이 고갈되면서 재정난에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교사들의 임금 인상과 보너스에 쓰였던 지원금이 더 이상 지급되지 않으면서, 교사들은 더 많은 임금을 주는 일자리로 떠나고 있다.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 대응과 취약계층 구제, 경제 회복이란 목표 하에 마련된 미국 구조계획법(ARP)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육아 산업 지원금 390억달러가 포함됐는데, 이 중 240억달러는 개별주에 배분돼 보육 인력 임금 인상하는 등에 쓰여왔다. 실제 팬데믹 기간동안 보육 시설 교사들은 당초 14달러였던 시급이 20달러로 오르는 등 지난 2년간 40% 이상의 급여인상을 받았다.

블룸버그는 “교사들이 더 높은 임금으로 떠나는 것을 단념시키는 데 쓰였던 보조금이 끝나가자 보육시설은 임금 인상을 철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어린이집들은 인력난을 호소하며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 가능한 아이들의 수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네소타주의 한 보육시설 원장은 14개교실 중 4개 교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육대기자 명단이 두 페이지를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원장은 “보조금이 완전히 사라지면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아이를 맡기지 못하는 부모들은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마음 놓고 일을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메사추세츠주에서 프리랜서 마케터로 일하는 한 여성은 임신 6개월 차에 보육 시설 세 곳에 대기를 걸었지만, 아이가 18개월인 지금까지도 단 한 곳에서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하고 싶은 정규직 자리가 있지만, 육아를 하면서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하루 10만원’ 치솟는 보육비에 ‘맞벌이’ 언감생심, 일터 떠나는 엄빠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가디언에 따르면 고물가로 인해 보육비가 급등하면서 부모들의 부담이 늘고 있다. 일부 부모들은 맞벌이를 포기하거나 보육 시설에 맡기는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보육비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로이터]

아이를 맡길 곳이 있어도 문제다. 나날이 비싸지는 보육비 때문이다. 최악의 고물가와 맞물리면서 보육비는 치솟자 이미 비싼 전기세와 생활비에 시달리던 부모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의 전국 보육 시설은 1월부터 보육비를 약 19% 가량 올릴 계획이다. 이미 이같은 내용의 안내문이 부모들에게 전달된 상태다. 두 살짜리 아이를 시설이 맡기고 있는 한 여성은 2023년부터 아이의 보육비가 10파운드(약 1만5000원) 올라 하루에 총 67파운드(약 10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런던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한 남성은 자신의 한 살짜리 딸의 보육비가 1월부터 19% 올라 한달에 2100파운드(약 320만원)에서 2500파운드(약 382만원)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들, 특히 일하는 엄마들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있다. 차라리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이 월급을 받는 것보다 나은 상황까지 왔기 때문이다. 시간제 공부원인 한 여성은 지난 2019년 1월부터 지금까지 보육비가 4배나 올랐지만 급여 인상은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모든 상황이 최악이다”면서 “자신과 남편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돌보는 것이 실제로 더 저렴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부모들은 보육 시설에 아이를 맡기는 시간을 줄이면서 부담 경감에 나서는 한편, 보육비가 저렴한 나라로의 이민을 고려하는 이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관련 업무를 하는 아이린 무마는 “아이의 양육비가 내 모기지 비용보다 든다. 월급의 절반이 양육비”라면서 “이제 나는 아이의 보육 시간을 줄이고, 아이를 돌보기 위해 내 시간도 줄여야할 때”라고 밝혔다.

국민들의 양육비 부담이 치솟고 있는 상황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양육비 부담 경감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대변인은 “지난 5년 동안 보육을 하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200억파운드(30조5500억원) 이상을 지출했다”면서 “보육 서비스 제공자들을 돕기 위한 게획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