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K기술]⑤ 글로벌 車업체들 줄섰다…K배터리에 '러브콜'
"경험이 곧 기술"…해외 생산경험 축적 효율·품질 안정화 '경쟁력'
[편집자주] 글로벌 경기침체의 한파가 거세다. 전방위적인 수요 감소로 기업들의 창고엔 안 팔린 재고가 쌓이고 있다.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기술 개발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생존을 위해선 '초격차 기술'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먹여 살릴 'K기술'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K배터리에 줄을 서고 있다.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겸비한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몸값이 상종가를 치고 있는 것이다.
최대 경쟁 상대인 중국 업체들이 자국 정부의 보호정책에 기대 내수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데 반해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는 미국 유럽 등 해외 전기차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1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기준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LG엔솔이 점유율 30.1%로 1위를 차지했고, SK온(14.6%), 삼성SDI(11.3%)은 각각 4위와 5위에 올랐다. 합계 점유율은 56%다. 한국 업체들이 중국 밖 글로벌 시장을 이끌었다.
CATL을 제외한 중국 업체들이 대부분 자국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안방 호랑이'인 반면 한국 업체들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LG엔솔은 폭스바겐·르노닛산·현대기아·스텔란티스·GM·포드·BMW·혼다 등 글로벌 톱10 완성차업체 중 8곳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거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밖에 테슬라·다임러·볼보·타타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도요타와도 공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SK온은 현대기아·다임러·포드에, 삼성SDI는 폭스바겐·BMW·스텔란티스·리비안·포드·타타에 각각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 하이니켈·CTP…중국과 차이 벌릴 '초격차 기술'
K배터리 3사의 인기 비결은 배터리 소재와 제조 공정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4대 핵심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는 에너지 밀도를 결정하는데, 에너지 밀도가 높아질수록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한국 3사는 하이니켈 양극재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CATL 등 중국 업체들의 주력인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안전성은 높지만 주행거리가 짧고 무거워 '엔트리급'(세그먼트A) 전기차에 주로 쓰인다. 반면 한국 3사가 주력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는 주행거리가 길어 가장 대중적인 세그먼트B·C 차량은 물론, 프리미엄급인 세그먼트D·E에서 쓰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세그먼트별 세계 전기차 비중은 엔트리급(세그먼트 A)이 63%, 대중차(세그먼트B·C) 20%, 프리미엄급(세그먼트 D·E) 19%였다. 하지만 2030년까지 엔트리급은 11%로 점차 줄어드는 반면, 대중차·프리미엄급은 각각 38%, 41%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니켈 배터리 시장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하이니켈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에서 니켈 비중을 높이고 코발트 비중은 줄인 제품이다. 니켈 비중이 늘어나면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주행거리가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코발트 비중이 줄어 전체 가격이 낮아진다.
LG엔솔은 2021년 세계 최초로 4원계 양극재가 탑재된 NCMA 배터리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양극재 내 니켈 비중이 85~90%에 달하는 하이니켈 배터리로, 알루미늄을 추가해 에너지밀도와 수명, 출력을 개선한 제품이다.
SK온은 2019년 니켈 비중이 90%에 달하는 NCM9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SK온은 2025년까지 니켈 비율을 94%로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를 개발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현재 니켈 비중이 88%인 '젠5' 배터리를 주력제품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니켈 비중을 91% 이상으로 높인 차세대 배터리 '젠6'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외 배터리 업체 모두가 몰두하고 있는 CTP(Cell To Pack) 기술도 상용화된다면 한국 업체들에 더 유리해질 전망이다. CTP 기술은 셀-모듈-팩 순으로 이어지는 제조공정에서 모듈을 생략하고 셀을 바로 팩에 조립해 공간 효율과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무게를 낮추는 것이다.
중국 제외 배터리 시장에서 LG엔솔을 매섭게 추격하고 있는 2위 CATL은 주력 제품인 LFP 배터리에 CTP 기술을 장착한 신제품을 2023년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CTP 기술이 적용될 경우 주행거리가 짧고 무겁다는 LFP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 3사가 삼원계 배터리에 CTP 기술을 적용할 경우 같은 기술이 적용된 LFP 배터리보다 더욱 경쟁력을 갖게 된다. CTP 기술이 적용된 LFP 배터리도 이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같은 용량의 하이니켈 배터리보다 15% 이상 무거운 만큼 하이니켈 배터리에 CTP 기술이 적용되면 무게 차이는 더욱 커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 "경험이 곧 기술"…해외 생산 경험 '경쟁력'
한국 업체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세계 곳곳에 생산거점을 마련한 것도 K배터리의 경쟁력이다. 중국 업체들은 해외 생산 경험이 부족한 실정이다.
LG엔솔은 2010년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중국, 폴란드,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에 생산거점을 두고 해외 생산 경험을 쌓아왔다.
해외 진출시 최대 과제는 '수율'로 꼽힌다. 수율은 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로 수익성을 좌우한다. 해외에 공장을 세울 경우 같은 설비를 쓰더라도 현지 인력의 숙련도를 국내 수준으로 올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
LG엔솔은 유럽 전진기지인 폴란드 공장 초기 수율을 잡는 데 2년 가까이 걸리기도 했다. 이 같은 경험이 쌓여 글로벌 공장 안정화 노하우를 터득했다는 게 LG엔솔 측 설명이다.
LG엔솔은 고효율·고품질 생산을 위해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사람의 역량과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전 생산공정을 디지털화해 수율 개선, 품질안정화, 생산성 향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 1공장, 중국 옌청 1·2공장, 헝가리 코마롬 1·2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코마롬 2공장 등 일부 공장에서 수율 문제를 겪었으나 숙련인력 파견 등을 통해 정상 궤도에 올려놓고 있다.
반면 중국 업체 중에선 CATL만이 첫 해외 생산기지인 독일 튀링겐 공장 가동을 막 시작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CATL 등 다수의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해외에 진출해 생산을 안정화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LG엔솔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글로벌 생산 체계를 갖추며 쌓아온 다양한 경험"이라며 "다양한 경험은 스마트 팩토리화 작업을 통해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추구하고 해외 신설 공장들이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제조공정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선진 공법을 빠르게 전파하는 데 무엇보다 효과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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