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기회의 땅 중동]② 아부다비가 최적의 중동진출 교두보인 5가지 이유

아부다비(UAE)=이용성 국제부장 2023. 1.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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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100% 지분 소유’ 회사법 통과
두바이와 경쟁·협력하며 대외 위상 높여
NYU소르본 등 글로벌 명문대 유치
하루 250만 배럴 수출 ‘오일파워’ 여전

중동을 흔히 ‘열사(熱砂)의 땅이라고 하지만 12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날씨는 우리나라의 초가을이나 늦은 봄을 떠오르게 할 만큼 온화했다. 낮 최고 기온은 25~26도 정도. 습도가 낮아 그늘에 앉으면 시원한 기운 마저 감돈다.

아부다비의 어느 호텔 노천 식당에서 현지인이 식사를 즐기는 모습. /이용성 기자

아부다비의 지배적 이미지는 다양성과 활력이다. 전체 인구의 약 90%가 외국인 인데다 오래전부터 탈석유 전략에 따라 경제 다각화와 인재 유치에 공을 들인 덕분이다. 어디서나 영어가 잘 통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중동의 싱가포르’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지난해 아부다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세계은행 기준)은 약 4만2000달러로 싱가포르(약 7만2800달러)보다 적었지만 한국(약 3만5000달러)보다는 많았다.

스타트업 창업·유치 열기도 싱가포르 만큼이나 뜨거운 듯 했다. 지난 12월 14일 고층 건물과 대형 쇼핑몰 등으로 둘러싸인 알마리아섬의 금융 자유무역지대의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을 방문했다. 중동을 대표하는 아부다비 최대 스타트업 생태계 ‘허브 71′이 들어선 곳이다.

허브 71에 입주한 2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술 기업들은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자금 지원과 제품 개발에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헬스케어, 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의 사무실이 모여있어 아이디어와 정보, 인재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UAE는 ‘에미르’라고 불리는 통치자가 다스리는 7개 에미리트의 연합체(연방)이다. 대통령은 큰형님 격인 아부다비의 에미르가, 총리는 두바이 에미르가 맡는 것이 관례가 됐다. 연방 수도인 아부다비의 면적은 서울의 약 1.5배, 인구(외국인을 제외한 자국민)는 150만명에 불과하다.

그런 아부다비가 국내 기업과 투자자들의 중동 진출을 위한 최적의 전진기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유를 정리했다.

1. 개방과 포용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분원(루브르 아부다비)이 있는 아부다비 사디야트 문화지구에는 박물관들 외에도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건축물이 또 있다. 기독교 교회와 이슬람 모스크, 유대교 회당이 함께 들어설 종교단지’ ‘아브라함 가족의 집’이다. 이들 세 종교는 모두 아브라함(아랍어로 이브라힘)을 ‘믿음의 조상’ 또는 ‘첫 예언자’로 인정한다.

아브라함 가족의 집의 조감도. /아부다비 정부 미디어 오피스

2023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아브라함 가족의 집은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아드자예가 설계했다. 교회는 해가 뜨는 동쪽으로, 모스크는 메카 방향, 회당은 예루살렘 쪽을 각각 향하도록 했고, 화합과 평등의 의미로 각 예배 시설은 모두 같은 높이로 설계했다.

아브라함 가족의 집 건설 추진의 계기가 된 것은 2019년 2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UAE 방문이었다.

당시 교황은 수니파 이슬람 신학의 총본산인 이집트 알아즈하르의 대이맘 셰이크 아흐메드 엘타예브와 ‘인간 박애 선언’에 서명하고 종교 간 화합과 선의, 평화를 도모하자고 촉구했다.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교황 집전 미사에는 4000여명의 무슬림도 참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대 교황 중 최초로 이슬람교 발상지인 아라비아반도를 방문하면서 UAE 아부다비를 목적지로 선택한 것이나, ‘아브라함 가족의 집’이 들어서게 된 것은 아부다비 정부가 추구하는 개방과 포용의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포함한 UAE는 공공장소에서 포교 활동을 제외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다. 종교와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외국인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다른 이슬람권 국가에 비해 타 종교에 관용적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은 든다.

2. 인재 유치를 위한 노력

“진정한 국제도시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나라밖 인재들이) 환영받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아부다비에서 만난 하렙 알 메히리 아부다비 주민청(Abu Dhabi Residents Office) 청장의 말이다. 아부다비 주민청은 외국인 인재가 아부다비로 건너와 살고, 일하고, 은퇴하는 모든 과정을 돕는다. 여기에는 비자 발급은 물론 집과 자녀 학교, 헬스케어와 문화 적응에 이르는 현지 생활의 주요 이슈들이 모두 포함된다.

정기적인 소셜미디어·대면 설문조사와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개선을 도모한다. 2019년 도입된 골든비자를 통해 투자자와 기업인, 고급 인력을 대상으로 최장 10년간의 거주를 보장한다. 5년 거주를 보장하는 그린비자도 있다.

UAE는 지난해 외국인에 대해 100% 지분 소유를 허용하는 새 회사법도 통과시켰다. 기존 회사법은 자유구역에 입주한 기업이거나 특정 산업에 한해서만 외국인의 전면 소유를 인정했다. 그외 대부분의 산업군의 경우 ‘UAE 현지인 또는 기업이 지분 51% 이상을 보유하고 외국인 지분율은 49% 아래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이번 개정안으로 이런 제한이 사라지게 됐다.

NYU 아부다비에서 만난 외국인 유학생 엘리너 홀채플(왼쪽)과 칼라 스미트. /이용성 기자

아부다비 투자는 법인세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아부다비에서 법인세는 석유회사나 외국계 은행에만 부과되며 다른 산업에는 부과되지 않는다. 아부다비글로벌마켓, 칼리파산업단지 등 아부다비의 자유구역에 등록된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법인세가 면제된다. 지난해 회사법 개정으로 아부다비에서 설립된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100% 지분 소유도 허용하고 있다.

아부다비가 미국과 유럽 명문대 유치에 적극 나선 것도 인재 육성과 유치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아부다비에는 미국 뉴욕대(NYU)를 비롯해 프랑스 소르본 대학,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등 글로벌 명문 고등교육기관의 캠퍼스가 있다.

NYU 아부다비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는 4학년생 미국인 엘리너 홀채플(Eleanor Holtzapple)은 “아부다비 NYU가 미국NYU보다 학생의 국적 구성이 다양한 것 같다”면서 “반면에 학교 규모는 크지 않아서 서로 친밀하게 알고 지낼 수 있어 좋다. 재정 지원드 훌륭하다”고 말했다.

홀채플의 동급생 친구인 콜롬비아 출신의 칼라 스미트(Karla Smit)는 “아부다의 발전 속도가 빨라 매년 새로운 즐길거리가 생기는 건 신나는 일”이라고 거들었다.

3. 두바이의 존재

UAE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아부다비와 두바이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둘은 때로 경쟁하고 또 협력하면서 UAE의 대외 위상을 높여 왔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조선비즈에 “UAE는 걸프국가 중 가장 앞서가고 신뢰 받는다. UAE에서 뭔가 한다고 하면 ‘좋은 것’ ‘믿을 만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아부다비와 두바이의 협력 관계에 대해 박 교수는 “두바이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면 아부다비가 받아서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난해 2월 궤도 진입에 성공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UAE의 아랍권 첫 화성탐사선 ‘아말’ 프로젝트도 그런 협력의 산물이라는 것.

그렇다고 해도 두바이에서 아부다비 칭찬을 하거나 아부다비에서 두바이 칭찬을 하는 건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만큼 두 토호국 간 경쟁의식도 만만치 않다.

4. 문화예술

해외 인재를 유치해 오래 잡아두려면 현금 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면 이역만리 생활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부다비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사디야트(Saadiyat) 아일랜드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관광객 유치는 물론 해외 투자자와 인재를 유치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랍권 최초의 화성탐사선 ‘아말’. /아부다비 우주청

사디야트 아일랜드에는 2017년 문을 연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분원이 전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각계의 높은 기대 속에서도 오랫동안 지연됐던 구겐하임 아부다비 미술관도 2025년 문을 열 예정이다.

2022년 3월에는 2025년 말 완공을 목표로 ‘아부다비 자연사박물관’ 건립 공사도 시작했다. 길이가 39피트(11.7미터)에 달하며, 가장 완전하게 보존된 백악기 후기의 대표적 포식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화석 ‘스탠(Stan)’과 40여 년 전 호주에 불시착한 이래로 과학자들에게 초기 태양계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 ‘머치슨 운석’ 표본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5. 석유

탈(脫)석유는 돈이 많이 든다. 여전히 석유 의존도가 높은 걸프 국가들의 경제구조를 생각하면 ‘석유가 버텨줘야 탈석유도 가능하다’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석유는 UAE 성장과 발전의 양대 중심축인 아부다비와 두바이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키워드다. UAE는 하루 산유량 282만 배럴 가운데 250만 배럴을 수출하는 세계 4위의 석유 수출국이다. 그런데 산유량의 94~95%는 아부다비가 담당한다.

‘탈석유 개혁’의 선봉에 섰던 두바이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투자 위축으로 경제 위기를 맞았을때 아부다비가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한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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