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0명…너무 큰 새해소망인가요?"
매일 확진자 숫자 안내…"올핸 딸과 여행약속 지켜야죠"
[편집자주] 2023년 계묘년의 첫날이 밝았다. 검은토끼의 해인 새해 첫날에도 지역공동체의 안전과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누구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있다. 시민들의 발이 돼 주는 광주 지하철 기관사와 최일선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처 주무관, 지역민들의 구조와 안전을 책임지는 광주소방본부 상황실 근무자들이 바로 그들. <뉴스1>은 계묘년 새해를 맞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구보다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새해 첫날을 맞은 이들을 만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한해 소망을 듣는 인터뷰 시리즈를 3편 연속 게재한다.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오늘 광주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0명입니다."
1년째 매일 아침 광주시민들에게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를 안내하는 이정수 광주시 감염병관리과 주무관(49·여)의 2023년 새해 소망이다.
이 주무관은 2022년 1월18일 장애인복지과에서 감염병관리과로 자리를 옮겨 최일선에서 지난 1년을 꼬박 코로나19와 함께했다.
그는 매일같이 해가 뜨기 전인 오전 6시45분쯤 출근해 해가 지고 난 오후 6시 이후 퇴근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코로나19 자료와 비교해 광주시 코로나19 관련 수치 등이 틀린 게 없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여러 장에 달하는 브리핑 자료를 작성한다.
이후 오전 7시30분, 오전 9시, 오후 1시30분, 오후 4시40분 하루에 네차례 언론과 유관기관 등에 전달한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민원과 언론인, 각 기관의 문의도 직접 응대한다.
취재진과 만난 지난 30일 오전 9시 무렵에도 이 주무관은 한 손은 A4용지를 꽉 움켜쥐고 또 다른 한 손은 펜으로 수치를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자리에는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이 주무관은 2022년 한 해를 코로나19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한 해라고 회상했다.
인사발령을 앞둔 지난 1월, 해당 업무는 공직자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그는 지원 시간 3시간을 남겨두고 감염병관리과에서 업무를 하겠다고 자청했다. 공직생활을 하는 김에 의미 있고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부임하자마자 코로나19 오미크론 유행이 시작됐고, 확진자 숫자는 겉잡을 수 없이 늘었다. 아침 보고 업무는 오전 11시를 넘겨 겨우 마쳤고, 퇴근은 새벽 3~4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새벽 근무와 업무 등이 손에 익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많은 자료를 확인하고 작성하다 보니 수치에 오류를 내기도 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가슴이 쿵 하고 떨어져 앉는 것 같았다"며 "나의 작은 실수 하나로 광주시 전체가 잘못했다고 비칠까 싶어 남모르게 눈물도 많이 흘리고 자책했다"고 회고했다.
5월쯤 오미크론 유행이 사그라들었지만 여름 또 한 번의 재유행이 시작됐고, 문을 닫았던 코로나19 임시 진료소가 다시 설치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겨울 7차 유행이 진행 중이다.
사그라지지 않는 코로나19로 인해 긴장을 늦추지 못했고 그는 지난해 휴가 한번 제대로 다녀오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건 본인 선택에 대한 책임감 하나였다. 또 매일 같이 붙어 지내면서 생긴 끈끈한 동료애는 치열한 상황 속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그는 "내 선택을 믿었기 때문에 힘들었어도 후회한 적은 없다"며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경험할 수 있어 스스로 한 단계 더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없다"며 "동료들과 함께해서 버틸 수 있었고, 함께 하니까 모든 일이 가능했다"고 미소 지었다.
또 "민원인과 언론인을 응대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설명하니 진심이 통하는 순간이 왔다"라며 "그들에게 '감사하다', '이정수씨가 언론 응대 역할 등을 하고 있으니 너무 좋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보람찼다"고 강조했다.
이 주무관은 2023년을 맞아 대학생 딸과 함께하는 여행을 꿈꾸고 있다. 회사와 집만 왔다갔다하는 엄마에게 딸은 '엄마는 일 중독자야. 시청에 엄마를 뺏긴 것 같아. 시간 내서 엄마와 여행 가보고 싶어'라며 서운해했다.
"그런 딸과 올해는 제주도에서 일주일 살아보기나 동남아 다녀오기 약속을 지키고 싶다."
코로나19가 진정국면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건 그의 가장 큰 새해 소망이다.
그는 "확진자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가장 바란다. '0'이라는 숫자를 한 번쯤은 보고 싶다"며 "코로나19 전으로 돌아갈 순 없지만 시민들이 안전하게 마스크를 벗고 일상을 되찾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아울러 "초창기에는 확진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점차 공동체 정신으로 극복해냈다. 서로 아픔을 나누고 공유하는 따뜻하고 행복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또다시 팬데믹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시민 모두 각자의 역할도 계속해서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한편 광주에서는 2022년 1월1일부터 12월29일까지 83만932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중 2322명은 해외 유입이다.
지난 3월16일에는 1만5838명이 감염되며 역대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다.
최근 겨울 7차 유행이 진행 중이지만 지난 12월22일부터 코로나19 환자 1명이 주변 사람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수치화한 지표인 감염재생산지수가 1 이하로 떨어지면서 점차 유행이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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