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증시전망] ①증권가 “상반기 코스피 2135~2550 전망”

정현진 기자 2023. 1.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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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국내 17개 증권사 대상 설문조사 실시
“상반기 증시 약세 지속…점진적 개선”

지난했던 임인년(壬寅年)이 지나고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을 맞았다. 국내 주식 투자자들에게 2022년 국내 증시는 더없이 가혹하기만 했다. 2021년 12월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아 2000대 초반으로 주저앉았고,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기업의 투자 자금은 꽁꽁 묶였다.

새해에도 우리 증시를 뒤덮은 먹구름은 쉽사리 흩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을 아직 확인하기 어려운데다, 일 년 내내 이어진 금리 인상으로 경기 둔화 우려는 사실상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투자 부진·대외여건 악화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불안한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그래픽=손민균

새해를 맞아 조선비즈는 12월 2일부터 9일까지 17개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대상으로 2023년 국내 증시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등이 내놓은 2023년 상반기 코스피 지수 전망치는 하단 평균이 2130대, 상단 평균은 2550대로 집계됐다.

설문에 응답한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그럼에도 지난해와 같은 증시 폭락장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2022년 한 해 동안 주가 조정과 금리 인상의 강도가 역사적인 수준으로 강력했던 만큼 올해 강도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하반기 증시 하락분이 이미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를 대부분 반영했기 때문에 향후 추가 하방 압력은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12월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모습./뉴스1

◇ 상반기 코스피 지수 평균 전망치 2135~2550

17개 증권사 중 16개사(미래에셋증권 제외)가 제시한 올 상반기 코스피지수의 예상 범위(밴드)는 하단 평균이 2135.33, 상단 평균이 2550.66이었다. 2022년 4분기 코스피 지수(2155.49~2483.16)와 비교하면 하단은 소폭 낮아졌고, 상한은 다소 높게 예측됐다.

주가지수를 가장 보수적으로 전망한 증권사는 신영증권이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 코스피 지수 범위를 2140~2170으로 전망했다. 김 센터장은 “올해 국내 증시는 전약후강(前弱後强)의 흐름을 예상한다”면서 “상반기는 금리 인상 마무리 국면에서의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며 시장을 압박할 것으로 보이고, 2023년 후반부로 갈수록 둔화 우려가 약화할 것”이라고 봤다.

주가지수 범위를 가장 전향적으로 전망한 증권사는 이베스트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이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2년 긴축 사이클의 정점을 확인했고, 경기 둔화와 기업 실적 부진 우려가 이미 최근 증시에 반영됐다”면서 상반기 코스피지수 범위를 2200~2700으로 제시했다.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윤 센터장보다 하단을 소폭 높이고 상단을 낮춘 2240~2640을 제시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했고, 연준의 정책 공포가 상대적으로 진정될 것”이라면서 “기준금리와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 등 변수들의 변동성이 완화된 데다, 경기 선행성 지표들이 저점대를 진입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2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연합뉴스

◇ 상반기 약세 흐름 지속… 추가 하락 가능성은?

설문에 참여한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에도 증시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나뉘었다.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본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 국내 증시가 이미 악재를 선반영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가 금리 인상 등 기존 악재에 대해 내성이 생긴 만큼, 올해 상반기 직전 저점을 위협받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침체 강도를 둘러싼 불확실성, 기업 실적 전망 불확실성 등이 지수 상단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2022년 주식시장 하락분은 이미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를 상당 부분 선반영했다고 본다”면서 “2023년에는 실제 경기침체가 나타나겠지만, 금리 인상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주가지수 레벨을 2022년 하반기 시점보다 낮게 볼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반면 기업의 실적 전망치 개선이 가시화될 때까지는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주가지수가 현재보다 낮은 레벨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금리 인상에 따라 기업의 자기자본비용(COE)이 증가한 데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기업의 실적 전망치 회복을 상반기에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EPS(주당순이익) 추정치의 하락폭과 하락 기간이 주요 변수”라면서 “(주요 기업들의) EPS 추정치가 올해 2분기 말~3분기 초에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가지수의 연저점은 이익 저점 직전인 상반기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AP연합뉴스

◇ 관건은 최종 금리 수준… 점진적 회복 예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2023년 정책금리 인상 종료 시점이 예상대로 상반기에 이뤄지고, 최종금리 수준(5.0~5.25%)도 예상치에 부합한다면 증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전까지 기준금리 인상 폭과 최종 금리에 대한 갑론을박이 지속되면서 지수 변동성이 확대되겠지만, 1분기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되고 최종 금리가 예상 범위에 안착한다면 지수 변동성이 줄어들고 이에 따른 반등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코스피 밴드를 2100~2500으로 전망한 윤원태 SK증권 자산전략팀장도 “연초 금리 인상 폭이 예상보다 줄어든다면 증시 상승폭도 커지며 상반기에 일시적으로 밴드 상단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지만, 주요 선진국이 긴축 속도 조절을 본격화하고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투자를 점차 늘려가면서 국내 증시가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 후 국내외 금리의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현재 평가절하된 증시의 점진적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글로벌 선도기업과 주요국의 설비(CAPEX)·인프라 투자 모멘텀이 재개되면서 시장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연준 긴축 속도 조절로 긴축 우려가 완화되고, 탈세계화 흐름 속에서 공급망 재편을 위한 투자가 늘어나며 한국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3년 경기 침체 우려가 크고, 일부 기업의 유동성 리스크 부각에 따른 단기 급락 가능성으로 증시가 일시적으로 전 저점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중국봉쇄완화, 연준 정책 피벗(pivot·방향 전환) 등 긍정적 요인이 더 크게 반영되며 증시가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 :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원태 SK증권 자산전략팀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전 리서치센터장),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상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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