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들 3번 ‘와~‘ 탄성"…부산 최고(最古) 영도등대의 새해 준비
기사내용 요약
117년 역사로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
높이 35미터, 두 개 뿐인 유인 등대 중 하나
코로나19 이후 별도의 새해맞이 행사는 없어
[부산=뉴시스]백재현 기자 =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 있는 태종대 유원지. 부산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처이자 외지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관광지다. 이 태종대 동남쪽 벼랑 끝에는 100년도 훨씬 넘게 부산항 앞바다를 지키며 뱃길을 안내해오고 있는 35m 높이의 영도등대가 서 있다. 정식명칭은 영도항로표지관리소다.
1906년 12월 처음 불을 밝혔으니 올해로 117년째다. 영도등대는 가덕도 등대와 함께 부산에 두 개 있는 사람이 직접 관리하는 유인등대의 하나이자 부산에 있는 총 84개의 크고 작은 등대 중 하나다. 워낙 오래되다 보니 시설이 낡아 지난 2004년 새로 지어졌다.
부산에서 가장 먼저 하루와 한 해를 맞는 곳 중 하나인 영도등대는 새해를 어떻게 준비할까? 31일 오후 영도등대를 찾았다. 영도등대를 관리하고 있는 부산항 해양교통시설관리센터 김대현 센터장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 해를 마감하는 날 적지 않은 관광객이 경사가 심한 계단을 따라 오르내리며 즐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매끈하고 하얀 등대가 붉은 지붕을 머리에 이고 탁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고요히 서 있었다.
“이곳을 찾는 외지인들은 3번 ‘와~‘하고 탄성을 지른다고 합니다. 초입의 해기사 명예의 전당에서 한 번, 등대 동 앞 갤러리 앞에서 한 번, 바닷가에서 한 번”
2019년부터 영도등대를 관리해온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기자의 입에서도 탄성이 터져 나왔던 터였다.
김 센터장은 “요즘 배에는 첨단 전자 장비가 많이 갖춰져 있어 등대의 뱃길 안내기능은 사실 많이 약해졌습니다. 하지만 먼 바다에서 영도등대를 보고 부산항 입구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죠”라며 달라진 영도등대의 위상을 설명했다. 등대로서의 기능보다 관광지 기능이 더 크다는 의미다.
영도 등대는 주간 야간 각 한 명과 대기인원 한 명이 관리해 인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근무자는 혼자서 CCTV로 등대 주변과 바다 상항을 감시해야 한다. 또 인근에 있으면서 더 이상 사람이 직접 관리 하지 않는 오륙도 등대를 켜고 끄고 하는 일도 근무자의 몫이다. 거기에다 관광객들의 안전까지 신경쓰다 보면 즐경을 감상하기는커녕 늘 긴장속에서 일하게 된다고.
인천에서 근무하다 2019년에 왔다는 정상현 주무관은 "혼자사 근무하기가 벅찬면이 있지만 영도등대의 매력이 커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도등대는 해양도서관, 자연사 전시실과 인어상을 비롯한 여러 가지 조형물이 있어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준다. 특히 등대로서는 유일하게 갤러리를 바로 곁에 두고 있다.
35m 높이의 등대를 나선형으로 오르면 벽면 곳곳에 유명 등대의 역사, 배의 역사 등을 사진과 함께 붙여놓아 읽을거리를 제공했다. 마침내 등대 꼭대기. 창문너머 멀리 흐릿하게 대마도가 보였다.
등대 불빛은 섬백광으로 매 18초 당 3번 깜박이고 주위의 밝기를 감지해 자동으로 켜졌다 꺼지도록 조정돼 있었다. 불빛은 40km까지 뻗어 나간다. 관리자는 매 2주마다 등명기를 정기 점검하고 청소는 극세사타올로 수시로 한다고 했다.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는 ‘해녀촌’이 내려다 보였다. 옛날에는 실제 해녀들이 함께 장사를 했었지만 지금은 떠난 상태라는 것이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10여분이 아직 장사를 하고 있고 관광객들에게는 여전히 빠트릴 수 없는 곳 중의 하나다.
2022년 11월 말 현재 영도등대를 찾은 방문객 수는 31만1600여명이다. 코로나19 전인 2018년에는 47만명으로 50만명에 육박했다. 방문객의 절대다수는 외지에서 오는 관광객이다.
코로나19는 영도등대의 새해맞이 모습도 바꿔 놓았다. 해마다 1월 1일 아침에는 일출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 등대동 앞에 커피, 컵라면, 과자 등을 놓아 뒀으나 지금은 중단됐다.
김 센터장은 “과거에는 부산에서 일출을 보는 명소 중의 하나였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찾는 사람이 많이 줄긴 했지만 아직도 부산의 대표 관광명소의 하나로 꼽히며 영도등대를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2023년 새해에도 영도등대는 부산 끝자락 가파른 절벽에 홀로 서서 부산항을 드나드는 배들의 길잡이로서, 관광객들의 볼거리로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itbri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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