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정희태의 눈물..진회장님을 떠올리며[★FULL인터뷰]
조력자였지만 존재감이 컸다. 가장 가까이서 회장님을 모신 탓이었을까. 인터뷰 도중 눈시울이 붉혀졌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 도중 기자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고, "울컥한 게 맞다"는 말에 돌연 숙연해졌다.
26일 서울 논현동 모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마주한 배우 정희태는 지난 2022년 12월 25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이성민 분) 회장의 오른팔이자 순양그룹의 비서실장 이항재로 분하며 신스틸러로서 존재감을 뽐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하여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 송중기 이성민을 주축으로 순양그룹을 둘러싼 암투와 치열한 갈등 관계 등에서 그려진 스토리텔링이 몰입도를 높이며 2022년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등극했다.
정희태가 연기한 이항재는 일평생을 순양을 위해 일했지만 자신은 그저 순양의 마름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변화하고 결국 욕심에 배신당하게 되는 굴곡진 서사를 가진 인물.
올해 영화 '닫힌 세계와 그 친구들' '당신의 아이' '카브리올레', 연극 '가면산장 살인사건', 드라마 '형사록'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연기 커리어를 이어간 정희태는 이번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다시금 주목을 한몸에 받는 배우로서 이번 인터뷰에 응했다. "마지막 회를 가족들과 본방으로 봤다"고 말한 정희태는 "아쉽게도 제가 16회에 출연하진 않았다"라고 웃었다.
"대본을 읽으면서 윤현우가 기사회생하는 데 다른 사람이었던 진도준을 뒤로 한채 성장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말이 호불호가 갈린다고 하는데 시작이 윤현우였고 결국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고 어떻게 돌아올지를 고민했죠. 15회에서 나왔듯 결국 자신도 모르게 공범이 된다는 게 충격이었고 결말 자체에 대해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도 고심해서 쓰셨을 것이고 최선을 다하셨을 거라 생각하죠. 아무래도 진도준을 응원하게 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그 부분도 이해가 갔고요. 결과적으로는 사고로 죽은 인물이었고 계획된 살인이라는 것이 알려지는 것도 필요했을 것이고요."
정희태는 1년 정도 촬영에 임한 당시를 떠올리며 "'허쉬'라는 드라마를 통해 특별출연을 했던 제 연기를 제작 PD님이 인상깊게 봐주셔서 이 드라마에 합류했다"라고 답하고 "어떻게 이 드라마에 참여할 지를 많이 고민했는데 주변 분들의 좋은 연기가 많았고 거기에 보탬이 되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라고 말했다.
"드라마가 많은 인기가 있어서 주위에서도 몰래몰래 쳐다보시고 사인도 요청해주시고 그래서 드라마가 잘됐다는 걸 실감을 했어요. 저는 대본을 재미있게 봤었고 드라마를 보며 사이다가 나오는 것이 통쾌했었고 시청자로서 주인공을 응원하는 것도 기분 좋은 느낌도 받았고요. 드라마가 잘 될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난독증이 약간 있어서 캐릭터를 분석하며 작품이 어떻게 비쳐질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요."
정희태는 드라마 성공 요인에 대해 "이성민 선배님의 연기와 송중기가 맡은 캐릭터의 힘이 컸다"라고 답하며 "둘의 케미가 너무 좋았다. 정심재 내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작업에 임했는데 집중해서 도와주게 되는 게 있었다. 실수를 하더라도 의지할 수 있는 공기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희태는 이항재 캐릭터의 원작과의 다른 모습에 대한 질문에는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인간적인 욕망이 없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고 진성준에게 보여준 모습도 연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배신 자체가 원작과 달라서 시청자 입장에서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클라이맥스로 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했고 세련됐으면 하는 모습도 보였고 클리세는 자제를 하고자 했다"라고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항재는 일단 조력자 이미지가 큰 것 같고, 실제 부회장까지 가셨던 그 분(실존 인물)의 이미지를 생각했어요. 우직하면서도 절대 내 입으로는 이 집안의 비밀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모습도 읽혀졌고요. 다들 그렇게 그 분의 이미지를 알고 계셔서 일대기를 다 보진 않았어도 참고할 수 있는 부분에 한해서 영상과 사진 등으로 이미지를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정희태는 그분의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삼성그룹 부회장직까지 역임했던 이학수라는 인물을 간접적으로 떠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희태는 극중 이항재를 연기하며 이성민이 연기한 진양철 회장의 모습을 떠올리다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 여러 감정이 떠올려지는 듯 보였다. 특히 진양철 회장이 침을 흘리는 신을 떠올리며 "마지막 신이었다. 찍으면서도 울컥했고 앞에서는 안 보이려고 애를 썼고 돌아서면서 울컥했었다"라고 말을 이었다.
"신이 끝나고 서로 토닥토닥해주셨어요. '미생'에서의 악연(?) 이후 회장님과 극중 관계처럼 성장을 했던 것 같아요. '미생'에서는 많이 싸웠고 이후 별로 만날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 정말 가까이 마주하게 됐는데 사실 어려웠을 때부터 같이 지내고 그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관계가 됐고 가까워야 했었고요. 방송 어제 끝나고도 이야기를 나눴어요. 서로 고생했다고요. 하하. 전화를 요즘에 잘 못해서 메시지로 대화를 하는데 선배님께서 '잘 나왔다'라고 답해줬고 중기는 드라마 홍보에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좋은 반응을 소식으로 잘 듣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정희태는 "이후 회장님과 함께 모실 때는 도준이와 같은 마음으로 회장님을 모셨었다"라며 "연기라는 것이 사람을 대하고 어떻게 사람을 만나는지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을 이었다.
"이성민 송중기 배우의 케미가 정말 좋았어요. 한편으로는 친구 같고 선후배 같기도 하고 동료 같기도 한 묘한 느낌이 있었고요. 보면서 흐뭇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조한철 김신록 배우의 경우 회장님 의중을 전하고자 할때 많이 마주쳤는데 한편으로는 이들을 깨우칠 수 있도록 하는 신이 있었고 께름칙한 부분이 윤제문 조한철 배우가 저보다 형이어야 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하하. 그래도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고 재미있는 분들이셨고요."
한편 정희태는 "촬영하고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잘 전하지 못한 것 같다"라며 "이항재가 배신할 거라고 예상한 분들도 있었고 진도준 교통사고를 낸 인물이 이항재가 아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회장님에 정말 가까이 있었던 사람이 진영기(윤제문 분)와 진성준(김남희 분)에게 쉽게 당하나? 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긴 시간 만큼 준비를 많이 했는데 이렇게까지 많이 이항재의 비중이 클거라 생각하지 못했어요. 신과 신을 테스트하고 연기를 하는데 자료조사를 하며 더 깊이 있게 준비를 했고 흔한 재벌집 이야기가 아닌 세련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정희태는 이성민과 사투리 연기를 주고받은 것에 대한 질문에는 "의도했다. 밀도 있는 장면에서는 내가 사투리를 쓰는 것으로 생각하려고 했다"라며 "가족의 느낌을 더하면서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썼다. 실제로도 울산 출신이라 자연스러웠던 것 같고 도준이에게도 사투리를 썼다. 모든 걸 너한테 맡기겠다는 의미로 쓴 부분이 있었다"라고 답했다.
"쓰여진 글에 담긴 드라마의 세계관이 마지막 회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여질까에 초점을 맞췄는데 회장님의 비자금을 영기 성준에게 줄수 없다고 했을 때 '순양이 내 자식'이라고 회장님이 말했듯이 엄격한 기준으로 자식을 내준다는 마음이 있을 것이고 도준이 그런 부분에서 적합했을 거라 생각했고요."
정희태는 드라마 인기와 함께 화제가 됐던 출연진 학벌에 대해서도 "(화제가 된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혹시 그 라인업에 나도 있나 라고 생각한 적은 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정희태 역시 연기와는 무관한 전공을 갖고 있었다.
"학교 전공과는 상관없이 어릴 때부터 연기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연기는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카메라 앞에서 아직은 제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더 집중할 수 있는 연기를 젊었을 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 생활을 20년 정도 이어갔는데) 임현식 선배님처럼 꾸준히 연기를 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연기자로서 잘 돼야 한다는 것만이 중요하지 않았고 그저 연기에 더욱 매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사람과 만나는 걸 좋아하고 감독님과의 신뢰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고맙게도 그런 인연이 잘 이어져오고 있는 것 같아요."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
윤상근 기자 sg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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