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건 속 벤처붐 지속하려면?…투자 → 산업성장 선순환이 핵심
"네옴시티 사업, 오일머니 확보 위한 교두보 될 수 있어"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고 여파로 투자 시장이 쪼그라들었는데도 중소벤처기업 생태계는 지난해 유의미한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앞으로가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벤처·스타트업 육성은 장기적으로 민간이 주도해 이뤄지는 게 맞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모태펀드 예산을 축소하는 대신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데 올해 초점을 맞췄다.
◇ 투자 환경 악조건…벤처 생태계는 그래도 성장
좋지 않은 투자 환경에서도 지난해 3분기까지 유니콘 기업은 5곳이 추가로 탄생했다. 벤처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진 덕이다.
코스닥 시장 기준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은 2021년 말 71개에서 지난해에는 절반 수준인 36개로 급감했다. 투자여건이 급속히 악화되며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도 유니콘 기업은 새로 탄생했다.
글로벌 경쟁국가와 비교해 유니콘 기업 수에서 우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안정적인 성장세다. 무엇보다 서비스 부문이 아닌 딥테크 영역에서 유니콘 기업이 생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아이지에이웍스는 데이터 플랫폼 기업 중 국내 최초로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기술 개발여건이 마련되며 관련 스타트업들도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대·내외 변수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3분기부터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3분기만 뗀 투자실적은 1조2525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913억원과 비교해 40.1% 급감했다. 벤처투자 결성액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늘긴 했으나 증가율 둔화가 뚜렷했다.
더욱이 지난해 3분기까지 전체 벤처투자에서 초기기업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1%포인트 확대된 29.1%를 기록했다. 반면 중·후기기업 투자는 각각 10.4%, 1.7% 감소했다. 벤처캐피털들이 협상에 우위를 점할 수 있고 고수익 확보가 가능한 초기기업 투자로 몰린 결과다. 투자심리가 보수적으로 전환했다는 의미다.
◇ 투자→성장 '선순환' 관건…세제혜택으로 투자 유도
모태펀드 예산을 줄이는 대신 민간주도 투자로의 전환을 계획하던 정부 입장에서 투자심리 위축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모태펀드 미투자 잔액은 2021년 말 기준 8조1000억원으로 전년 7조1000억원 대비 1조원 늘었다.
앞으로는 민간투자 확대를 통해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투자가 꾸준히 유입되지 않아 선순환 고리가 끊길 경우 회복에는 손실 대비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꾸준한 투자유인을 위해선 이에 맞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인센티브 측면에서 봤을 때 정부가 내놓은 세제 지원은 나쁘지 않다. 공제 혜택을 확대하면 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던 벤처캐피털은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내할 여력이 생기게 된다.
정부가 추가로 제공하는 세액공제 비율은 3%다. 기존 세액공제 비율 5%에 투자 증가분 3%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내국법인이 상생협력기금 출연을 통해 민간 벤처모펀드에 투자하는 경우 출연금액의 10%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개인투자자가 민간 모펀드에 출자하는 경우 벤처모펀드 출자금액의 10%를 종합소득금액에서 소득공제한다.
민간 벤처모펀드 운용사(창업투자회사, 신기술금융업자, 자산운용사, 증권사)가 모펀드에 제공하는 자산 관리·운용 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 면제하고, 개인 및 민간 벤처모펀드 운용사가 모펀드 출자로 취득한 창업·벤처기업 주식 양도차익을 비과세한다.
개인 및 민간 벤처모펀드 운용사가 모펀드 출자로 취득한 창업·벤처기업 주식 양도차익에도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다. 정부는 이같은 세제혜택이 효과를 보면 시장의 벤처펀드 결성역량이 2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 벤처 정책 포트폴리오 해외투자 유치가 '한축'
정부는 다양한 공제혜택과 함께 해외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초대형 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 사업을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우리나라 산업계와의 파트너십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시기도 적절하다. 네옴시티 사업은 향후 오일머니 확보를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어서다.
사업에 참여하는 벤처·스타트업이 생기면 오일머니 유치에 도움이 된다. 국내 벤처·스타트업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투자 협의 물꼬를 트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올해 중동 국가에서 투자유치 관련 행사 진행을 계획하던 중기부도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장관을 만난 이영 중기부 장관은 공동 벤처펀드 조성과 관련된 의견을 나눴다. 공동 펀드 조성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논의를 시작했다는 게 중요하다.
중기부 관계자는 "벤처·스타트업 투자는 다양한 경로에서 다각도로 이뤄져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며 "중동을 포함한 해외투자 유치는 벤처 생태계 확장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중·단기는 물론 장기적인 안목에서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 대상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haezung22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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