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토끼 닮아 새해엔 ‘껑충’ 뛰세요

이문수 2023. 1. 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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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귀를 쫑긋 세우고 사방을 살핀다.

◆호랑이·거북이보다 지능이 높은 토끼= "십이지신도 가운데 묘신입니다. 민속에서 묘신은 토끼해를 관장하는 수호신으로 잡귀를 막아주고, 암흑을 막으려 달에 광명의 물을 붓는 수월보살로 여겨진답니다." 2023년 계묘년을 기념하는 '새해 토끼 왔네!'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을 최근 찾았다.

토끼가 늘 지혜롭고, 지략이 뛰어난 동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에서 어두운 음영이 긴 귀를 가진 토끼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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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새해 토끼 왔네!’ 특별전
‘묘’는 시작의 뜻…만물의 생장·번창·풍요 상징
영민한 동물로 호랑이·거북이보다 지능 높아
옛 선조때부터 ‘달에 사는 정령’으로 여기기도
현재엔 동화속 주인공 등 어린이 친구로 ‘인기’
특별전을 찾은 강용호씨(44·제주 제주시) 가족이 입구에서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긴 귀를 쫑긋 세우고 사방을 살핀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풀을 뜯어 먹는다. 천적이라도 나타나면 깡충깡충 뛰며 재빠르게 사라진다. 바로 토끼 이야기다. 지혜롭고 꾀가 많은 이 존재는 과거엔 설화와 속담에서, 지금은 동화나 만화에 등장하며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2023년 새해 계묘년(癸卯年)을 맞아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토끼의 민속 상징과 생태 특징을 찾아보고자 국립민속박물관 ‘새해 토끼 왔네!’ 특별전에 다녀왔다.

◆호랑이·거북이보다 지능이 높은 토끼= “십이지신도 가운데 묘신입니다. 민속에서 묘신은 토끼해를 관장하는 수호신으로 잡귀를 막아주고, 암흑을 막으려 달에 광명의 물을 붓는 수월보살로 여겨진답니다.”

2023년 계묘년을 기념하는 ‘새해 토끼 왔네!’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을 최근 찾았다. 전시장 입구에 걸린 그림을 설명하는 오아란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십이지 가운데 넷째 지지인 묘(卯)는 시간으로는 오전 5∼7시, 달로는 음력 2월에 해당한다”면서 “이렇듯 토끼는 시작의 뜻은 물론, 만물의 생장·번창·풍요를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전에 마련된 대형 토끼상.

‘토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영민함이다. 똑똑한 토끼는 도망갈 굴을 세개 파놓는다는 뜻의 사자성어 ‘교토삼굴’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전시된 동화책 <조선동화 우리들의 친구> 삽화교정본에도 토끼의 영특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호랑이에 잡아먹히게 된 토끼가 자기 대신 참새를 먹게 해주겠다고 꾀어 위기를 모면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토끼는 지능이 꽤 높은 편이다. 호랑이 아이큐(IQ)는 40, 거북이는 20이지만 토끼는 50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숱한 설화 속에서 토끼가 다른 동물을 속이거나 골탕 먹이는 내용이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토끼가 늘 지혜롭고, 지략이 뛰어난 동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는 자만심이 지나쳐 자기 꾀에 넘어가는 경망한 동물로 그려졌다.

◆달에 사는 토끼 어린이의 친구가 되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나무 토끼 한마리.’ 아동문화운동가인 윤극영의 동요 모음집에 수록된 노래다. 토끼는 예부터 달과 인연이 깊었다. 달은 동주기자전(천체가 다른 천체를 돌 때 공전과 자전 주기가 같은 현상)을 하므로 지구에서는 달의 한쪽밖에 볼 수 없다. 이 부분에서 어두운 음영이 긴 귀를 가진 토끼를 닮았다. 달에 옥토끼가 산다는 믿음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오 학예연구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부터 조선시대 한시·민화·구비문학에 이르기까지 옛날 사람들은 달에 사는 토끼를 달의 정령 또는 달 그 자체로 여겼답니다. 전시관에 있는 토끼 무늬 봉인, 토끼 무늬 베갯모판에도 달에서 방아 찧는 토끼의 모습을 찾아보실 수 있을 거예요.”

과거 백성에게 사랑받았던 토끼는 현대에 와서도 동화 속 주인공이나 만화 캐릭터로 변모하며 어린이의 친구로 자리매김한다. 지난해 국내 유아와 성인을 대상으로 동물 인지도·선호도를 조사한 분석 자료를 보면 유아에서 인지도·선호도 모든 부문에서 토끼가 1위에 올랐다. 전시회에서는 토끼 모양 머리띠, 토끼 그림 파우치, 토끼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책 등을 망라하며 현대인이 머릿속에 그리는 토끼의 다채로운 인상을 포착했다.

“여기 보세요. 다정한 토끼 한쌍을 그린 ‘쌍토도’, 매가 토끼를 바라보는 ‘추응토박도’, 토끼와 모란을 함께 그려 부부애와 가정의 화목을 그린 ‘화조영모도’가 흥미롭죠? 새해에는 민화 속에 담긴 토끼의 의미를 담아 새해 인사를 건네는 것은 어떨까요? 계묘년에 지혜와 영묘함을 지닌 토끼를 본받아 행복하고 활기찬 2023년을 맞으시길 기원합니다.”

이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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