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반도체 기술로 만드는 '한국형 스마트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이 산업간 경계를 급속히 무너뜨리고 있다. 집과 자동차 같은 실물자산 없이도 스마트폰 하나로 숙박업과 택시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에어비엔비와 우버가 대표적이다. 노동집약형의 전통농업을 무인자동화의 첨단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스마트팜'도 예외가 아니다.
비닐과 유리온실로 외부의 기후변화와 상관없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생산 조건을 갖추고, ICT(정보통신기술)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광량·온도·습도·이산화탄소 농도 등의 실내 환경과 양액 공급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하는 스마트팜은 농부의 오랜 경험과 감각에 의존했던 관행농업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농산물의 생산량 증가는 물론, 노동시간 감소를 통해 척박했던 농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농촌에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팜 기술은 68세라는 국내 농민의 평균연령이 말해주듯,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는 한국 농업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식량자원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일상화되고 있는 글로벌 식량위기 속에서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게 하는 안보 수단으로서도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스마트팜 기술은 대부분 온실원예 산업의 선진국인 네덜란드에서 들여온 기술이다. 프리바, 호겐드론 등의 온실 시스템 회사에서 첨단 유리온실과 복합환경제어 기술, 양액제어 기술 등을 도입해 우리 농업 현장의 재배기술 향상에 활용하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우리 농촌의 노동력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해양성 기후에 따라 연중 기온 변화가 크지 않은 유럽의 농업 환경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술인만큼 사계절 날씨의 편차가 심한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그 효용성이 거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제 한국의 농촌 환경과 선진적인 ICT 및 반도체 기술이 더 적극적으로 결합되는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의 개발이 필요한 때이다.
지난 2021년 농식품부와 농진청, 과기정통부가 공동으로 설립한 스마트팜 연구개발사업단에서는 현재 대한민국 농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IoT와 AI, 로봇을 활용해 생산량 증대뿐만 아니라 유통·판매까지 국내 농업환경에 최적화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할 '스마트팜 전용 MCU'(Micro Controller Unit)의 개발도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이다. 스마트폰으로 온실 내 환경조건을 제어하던 기존 단계에서 벗어나 완전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될 '차세대 한국형 스마트팜 브레인'이라 할 수 있다.
인류는 그간 두 차례의 농업혁명을 통해 급격한 문명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첫 번째는 곡물 재배와 야생동물 가축화에 성공하며 수렵·채집에서 농경사회로 이행하게 된 기원전 7000년경의 신석기혁명이다. 두 번째는 수천 년 간 이어져온 전통농법에서 벗어나 화학비료, 품종개량, 농약 등을 농업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획기적인 식량증산이 이뤄진 20세기 초의 녹색혁명이다. 그리고 이제 첨단 과학기술과 농업이 결합된 스마트팜을 통해 또 다른 농업혁명의 기운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환경에 특화된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을 독자 개발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스마트팜 확산 기조 속에 한 발 앞서 새로운 수출 성장동력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한 청년층의 농업 유입을 통해 에어비엔비나 우버처럼 자신의 온실 없이도 스마트 농장을 경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수도 있다. 반도체와 농업의 융합을 통한 한국형 스마트팜의 기술혁신이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적인 제3의 농업혁명의 씨앗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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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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