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농부에게 농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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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구입이나 임대는 주로 겨울에 이뤄진다.
결론적으로 농지는 농민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며, 농민은 땅과 작물의 파수꾼이다.
농지 개혁 없이 청년농 유입만으로는 농촌 미래를 밝힐 수는 없다.
과연 농지 '생산성'에만 매달려야 하는 빚진 청년 농부는 농사의 '가치'를 우선으로 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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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구입이나 임대는 주로 겨울에 이뤄진다. 농한기에 땅을 장만하면 농사를 준비하고 지력을 높이기 좋기 때문이다. 필자도 얼마 전에 후계농 자금을 2% 저금리로 융자해 논 3305㎡(1000평)를 구했다. 면까지는 거리가 있지만 집에서 가깝고 길목에 접한 곳이라 위치와 면적이 괜찮았다. 그렇게 귀농한 지 십수년 만에 처음으로 빚을 졌다.
농지를 직접 확인하러 온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담당자는 보통 농지를 담보로 대출한 농민은 하우스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땅값을 갚으려면 시설재배가 평당 소출이 어느 정도 보장되기 때문이란다. 전답이어도 요새는 평당 땅값이 10만원을 훌쩍 뛰어넘어 농민에겐 큰 부담인 요즘, 과연 빚으로 땅을 사니 고민의 차원이 달라졌다.
논 1000평이 있으면 얼마의 소득을 늘릴 수 있을까? 구입한 농지는 논이었지만 벼농사를 지어선 안될 일이라고 우리 부부는 입을 모았다. 지난해 쌀값이 폭락해 농민들은 길에 나섰고, 정부에서도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으니 농가 소득을 위해 논에 밭작물 재배를 추천하기 때문이다. 당장 갚아야 할 이자라도 메꾸려면 단기 재배 작물을 여러번 심어서 소출을 내야 할 판이었다. 결국 봄에 심을 씨감자를 미리 주문해두었다.
사실 땅을 샀다는 기쁨도 오롯이 느끼지 못했다. 왠지 땅을 얻었지만 내 것이 아닌 느낌도 들었다. 마땅한 땅을 구하기도 어려워 수년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사고 나서 진정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농사를 짓기 위해 빚을 냈지만 대출금을 갚으려고 농사 말고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다른 직업을 전전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봐와서다.
결이 비슷한 걱정거리도 생겼다. 최근 ‘때가 왔다. 농업 창업’이라며, 2027년까지 청년농 3만명을 육성한다고 지역에도 대대적인 홍보가 있었다. 매달 생활자금 지급에 융자금도 5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고 한다. 시원시원한 지원 정책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현 농민들 입장에서는 청년농에게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우는 사업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청년 농부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아마도 농가공·체험·서비스 등으로 부가가치를 올려야 할 일인데, 그 과정에서 청년농이 시행착오를 거쳐 지속가능한 정착을 이루기 위해선 촘촘한 안전 그물망이 필요해서다.
결론적으로 농지는 농민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며, 농민은 땅과 작물의 파수꾼이다. 헌법과 농지법에서도 경자유전을 보장한다.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농지는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이용되어야 하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말이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임차농지 비율이 48.7%, 임차농가 비율이 51.6%라고 한다. 또한 농지 전문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상속·이농 등으로 15년 후에 전체 농지의 84%가 비농민에게 돌아간다고 한다.
농지 개혁 없이 청년농 유입만으로는 농촌 미래를 밝힐 수는 없다. 과연 농지 ‘생산성’에만 매달려야 하는 빚진 청년 농부는 농사의 ‘가치’를 우선으로 둘 수 있을까.
박효정 (농부와 약초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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