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바로 그거야! 우리 함께 답을 찾자[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기자 2023. 1. 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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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유찬이(가명)는 글을 읽거나 쓰는 것에 부담이 많아 묻는 말 외에는 말을 하지 않는 아이였다. 잘 웃지도 않고 말수도 적다 보니 나도 그 친구도 낯설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다행히 수업 시간에는 잘 따라주었는데, 수학은 제 학년 수준을 따라가고 있는 반면 국어는 시작부터 ‘싫다’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쓰기와 읽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문제의 뜻을 파악하지 못해 오답이 많이 생겼다.

어느 날, 유찬이가 수업 중에 갑자기 연필을 던지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밖으로 데리고 나가 숨을 크게 쉬게 하고는 이유를 물으니, ‘이따가 할 학습지가 너무 많아 힘들다’는 것이었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가고, 유찬이와 나는 서로 다른 이유로 한숨만 쉬고 있었다.

그날 유찬이와 나는 등원하면 제일 먼저 선생님에게 오기, 그리고 오늘 할 일에 대해 순서 정하기를 함께하며 시간 관리가 잘되도록 선생님이 도와주겠다고 손가락을 굳게 걸어 약속했다. 그리고 “말을 못 하는 아기들이나 울음으로 표현을 하는 것이고, 이제 다 큰 형인 유찬이는 의사를 분명하게 말해서 상대방에게 생각을 전할 수 있도록 하자”고 약속을 한 가지 더 했다.

항상 제일 먼저 나답게 크는 아이 수업을 했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을 함께 문제도 풀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조금씩 의사 표현이 많아지면서 유찬이의 표정도 밝아지더니 언젠가부터는 책상을 두드리며 웃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센터에서 매일 하는 학습지가 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선생님이랑 함께 해도 되냐며 슬쩍 들고 오기 시작했다. 이전에 ‘학습지를 다 풀고 가느라 저녁 7시까지 센터에 남아 있었다’며 눈물을 비췄던 기억이 떠올라 흔쾌히 옆자리를 내주었다. 문제의 뜻을 몰라 어려워하는 문제들을 쉽게 설명해 주니 수월하게 풀어 나갔다. 이후로 ‘선생님과 하면 쉽고 빨리 끝난다’며 나답게 크는 아이 수업이 끝나면 자연스레 학습지를 들고 왔다.

하지만 하루는 다른 친구와 함께 수업하는데, 유찬이의 자세가 좋지 않았다. 세 번의 기회 동안 바르게 앉아 보도록 했으나 유찬이는 책도 연필도 앞쪽으로 밀치면서 거부의 몸짓을 보였다. 그 순간 연필이 튀어 내 손등을 스쳤고 함께 있던 다른 친구가 황급히 ‘선생님이 다칠 뻔했다’며 유찬이를 나무랐다. 약간의 두려움과 미안함이 엉긴 채 유찬이의 얼굴은 상기됐고, 나는 유찬이에게 어떻게 할지를 물었다.

유찬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를 했다. 내 손을 자꾸 바라보는 유찬이에게 아무 이상 없음을 알리고는 “겉으로 보이는 상처보다 마음에 생기는 상처가 더 크고 아프다”고 말해 주었다. “선생님의 마음은 너의 사과로 아주 말끔해졌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이후로 그런 행동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유찬이가 답을 모른다고 그냥 포기하지 않고 고민하면서 방향도 틀어보고, 처음으로 되돌아가 보기도 하면서 해답을 찾아갔으면 한다. 한국어도 중국어도 잘하는 유찬이와 함께할 내일이 기대하며 ‘유찬아, 그래! 바로 그거야. 우리 함께 답을 찾아가 보자’라고 응원을 보낸다.

송규미(지역아동센터 대전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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