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바르셀로나에는 가우디 가로등, 서울 종로엔 사각유리등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조선시대에도 가로등이 있었을까?
배우 박보검이 효명세자로 분한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 등장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가로등이 있다.
바로 1848년 조선 시대 왕실 잔치에 처음 쓰인 뒤 가로등으로 널리 쓰인 '사각유리등'이다.
조선시대 가로등인 사각유리등이 지난 12월부터 종로 일대에 내걸려 국내외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각유리등 유물 350여점을 경복궁, 청와대 앞, 인사동을 비롯해 종로구 일대에 내건 것이다. 임경희 국립고궁박물관 연구관은 "가로경관등을 설치한 곳은 모두 국내 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으로 방문객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해 자연스럽게 조선왕실문화유산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각유리등은 순조의 왕세자였던 효명세자(1809~1830)가 시작한 밤잔치에 쓰였던 것이 시초로서 옻칠한 나무의 사방에 유리를 끼우고, 틀에 철사나 줄을 연결해 궁궐 처마에 매달아 사용했던 등이다. 바닥 틀 가운데에 받침을 두고 등잔이나 초를 꽂아 불을 밝혔다.
인사동에서 만난 관광객 안젤라 웡(20, 호주)씨는 "한국 드라마에서 봤던 사각유리등이 가로등으로 설치된 모습에 깜짝 놀랐다"며 "밤에도 종로와 청와대 일대를 와봐야 하는 또 한가지 이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사각유리등은 조선시대 미적 감각을 그대로 재현해 현대시대에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오색 빛을 뿜어내 종로 거리를 밝히는 사각유리등은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가 디자인한 1879년 스페인 바로셀로나 레이알 광장 거리의 가로등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바르셀로나 당국이 광장을 조성하면서 개최한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 가우디 가로등은 청동으로 만들어졌으며 6개 조명이 달린 것이 특징이다.
수려한 디자인과 등에서 나오는 빛의 아름다움으로 레이알 광장은 가우디 건축물 탐방은 물론 바르셀로나 관광의 필수코스가 됐다.
모두투어 스페인 지사 박지훈 담당은 "가우디는 당시 공모전에서 1위를 했고 가로등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르메스의 투구와 뱀 장식을 넣어 독특한 디자인을 완성했다"며 "이러한 배경으로 이곳에는 현재까지 항상 관광객이 넘친다"고 말했다.
스페인 관광청 이은진 대표도 "종로 일대 사각유리등 거리가 가우디 가스등이 있는 레이알 광장만큼 세계적 '핫 플레이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김인규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지난 12일 열린 사각유리등 점등식에서 "사각유리등 거리 조성은 전통적 아름다움이 현대에도 얼마든지 잘 어우러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될 것이다"라며 "조선의 아름다운 축제의 밤을 관광객들에게 경험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기획:김태식, 연출 : 김민규, 촬영 : 전승우, 편집 : 윤홍연, 진행 : 유세진, 사진·영상 제공 : 스페인 관광청, 모두투어>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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