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경찰서’ 의혹 중식당 대표 “사망·부상 중국인 귀국 지원했을 뿐”

김수연 2022. 12. 3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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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나선 왕하이쥔 동방명주 대표 “반체제 인사 송환한 적 절대 없다. 정신질환 걸린 중국인 귀국 도왔다” 주장
중국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비밀 경찰서의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서울 송파구 소재 중식당 동방명주의 왕하이쥔 대표가 31일 ‘비밀 경찰서 진상 규명 설명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비밀경찰서’의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중식당의 대표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미국이 조작한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서울 송파구 소재 중식당 ‘동방명주’ 대표 왕하이쥔(王海軍·44)씨는 31일 오후 이 식당에서 ‘비밀경찰서 진상규명 설명회’를 열고 “동방명주는 비밀경찰서가 아니고, 중국 영사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찰에게 조사를 받은 적도 없고, 나는 공산당원도 아니다”라며 “정식 계약을 맺고 적법하게 식당을 운영했다”고 했다.

앞서 왕 대표는 이틀 전 첫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동방명주 실질 지배인이자 서울 화조센터(OCSC) 주임, HG문화미디어 대표, 한화(韓華) 중국 평화통일 촉진 연합총회 주임 등으로 소개했었다.

왕 대표는 우선 비밀경찰서와의 연결고리라는 의혹이 제기됐던 서울화조센터(OCSC)에 대해 “질병 등 돌발적 상황으로 (한국에서) 사망하거나 다친 중국인이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유학생이 길에서 정신질환 문제가 발생했는데 서울 강서경찰서과 서울화조센터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한 적도 있었다”며 “반체제 인사 탄압과 강제 송환 등 비밀경찰 활동을 하진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국내 거주 중국인들을 본국에 송환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해명하지 않았다. 인도주의적 목적이라고 언급했으나 한국 내 중국인의 본국 송환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 자체는 인정한 셈이다.

법무부와 경찰청 직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던 서울화조센터의 ‘일일 영사관 행사’에 대해선 “한국의 법원과 경찰청 등과 연계해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행사”라며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3년 동안 개최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서울화조센터가 실질적으로 영사 업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영사관의 활동을 연계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할 뿐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중국 교민이 한국 사회에 좀 더 빨리 적응하기 위해 돕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31일 중국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비밀경찰서의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동방명주 2층 사무실에 시진핑 중국 주석 관련 책들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왕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중식당 동방명주와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거론하며 적극 해명했다.

2017년 2월 첫 계약 후 같은 해 10월, 2020년 7월 두 차례 추가 계약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왕 대표는 ‘식당이라고 하기에는 음식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는 의혹에 대해 본래 중화요리를 취급하는 식당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동방명주는 원래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불고기를 제공하는 음식점이었고, 짜장면을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 특히 혹평이 많았던 짜장면은 식당에서 본래 다루던 중국 본토의 음식이 아니라서 질이 떨어졌다는 해명이다.

2023년 1월 1일부터 영업을 중단하기로 한 것도 비밀경찰 논란 때문이 아니라 식당이 들어선 선박 안전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식당은 한강 위에 떠 있는 수상 구조다.

왕 대표는 “선박이 수리되는 동안 서울 중구 명동성당 인근에 새로운 식당을 열고 운영할 계획”이라며 “동방명주 사무실은 현 소재지 건물 2층에 그대로 둘 예정”이라고 알렸다.

왕 대표는 이번 논란으로 1500여명의 단체 예약이 취소돼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도 주장했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HG문화미디어에 대해선 ‘한강’의 영문 이니셜을 따 2012년 설립한 문화미디어 매체라고 소개했다. 국회 앞 건물에 입주한 이 업체는 국내 첩보를 입수해 중국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의혹을 받는다.

왕 대표는 “HG문화미디어 뉴스 보도와 토크쇼, 교육 프로 등을 제작해 생중계나 녹화방송으로 한국 소식을 중국에 전하고 있다”며 “CCTV 등에 영상을 제공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며 “미국이 목적 달성을 위해 조종하고 있다”며 ”미국의 시나리오”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어떤 세력이 뒤에 숨어서 한국 여론을 통제하고 한국인을 우롱하고 있는 것”이라며 “서방국가가 악랄한 언론 통제로 반중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럽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 송환을 위해 각국에서 비밀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이들은 “중국이 2016년부터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을 감시·송환하기 위해 음식점이나 편의점 등으로 위장한 비밀경찰서를 각국에서 허락 없이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가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선 동방명주가 한국에서 비밀경찰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논란이 불거지자 주한중국대사관 측은 “해외 경찰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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