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 '아가AGA' 연 김한비 작가, '아가'를 쓰다듬으며 만드는 각자의 서사

황현선 기자 2022. 12. 3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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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만져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반려 기계, '아가'라는 작품을 탄생시켜 전시한 김한비 작가를 만났다.

김한비 작가를 편견에 가두려면, 그가 96년생 여성 미술 작가이고 저출산 시대에 '아가'라는 작품을 내놓았다고 표현하면 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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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만져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반려 기계, '아가'라는 작품을 탄생시켜 전시한 김한비 작가를 만났다. 이 기계와 전시 퍼포먼스를 직접 체험한다면, 당신에게는 어떤 서사가 시작될까. 

사람의 손길로만 살아가는 '아가' 기계의 위로
 

김한비 작가를 편견에 가두려면, 그가 96년생 여성 미술 작가이고 저출산 시대에 '아가'라는 작품을 내놓았다고 표현하면 쉬울 것 같다.

그러면 우리는 손쉽게 그를 MZ세대, 젊은 여성, 예술가, 출산 장려 등의 키워드 속에 가둘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직접 만난 김한비 작가는 자신이나 타인을 어떤 단순한 세대나 성별로 묶거나, 으레 그럴 것이라는 추측으로 몰아가는 데 주의하는 타입이다.

그가 홍대에 있는 대안 공간 루프에서 한 달 동안 공개했던 작품 '아가' 역시, '저출산 시대에 출산하자'라는 취지의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출산이 여성에게 끼치는 여러 신체적 영향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도 결혼의 여러 통념적 룰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김한비 작가의 결혼관이나 가치관에 대해 오래 물었다.

하지만 그가 내놓은 것은 정치인이 내놓을 법한 '저출산 극복법'도, '결혼 비판'도 아닌, '아가'라는 작품이라는 점에 다시 시선이 갔다. '아가'는 압전 소자가 박혀 있고 털 뭉치같이 생긴 구체다.

관객이 직접 참여해 자석밴드로 쓰다듬어야만 빛이 나고 굴러가는, 쉽게 말해 사람의 손길로만 살아갈 수 있는 반려 기계다. 관람객에게 판을 깔아주고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해 각자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관람객들은 아가를 만지면서 '원래 아가가 키우기 힘들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털 촉감이 좋다며 곁에 앉아 오래 만지다 가기도 해요. 저는 사람들이 아가를 보면서 우리 모두 누구나 노력하지 않아도 돌봄 받았던 사람, 존재만으로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위로받기를 바라요."

갓 태어난, 살아 숨 쉬는 아기를 처음 보았을 때의 묘한 감정이 포개진다. 아기를 원하는 사람도, 원치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출산을 극복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가'는 그런 다양한 개인적 서사들의 문을 여는 동그란 매개체다.

황현선 기자 news@wedding21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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