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밀경찰 의혹 대표 “반중세력 의도”…중국인 송환은 인정
논란을 돈벌이 수단으로도…“비밀경찰 코스 팔겠다”
중국 비밀경찰서 의혹을 받는 서울의 중식당 대표가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반중 세력이 결합해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려는 의도”라며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소명하겠다”고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이어갔다. 또 이들은 중국인 10여명에 대한 본국 송환에 관여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질병 등의 사유가 있을 경우 도움을 주기 위한 선의의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동방명주 실소유주 왕하이쥔(왕해군·44) 대표는 31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중식당 동방명주 3층 연회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 4시간 자신과 이 식당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왕 대표는 동방명주가 중국의 비밀경찰서 거점 중 하나란 의혹이 나온 뒤 침묵을 지키다가 지난 29일 얼굴을 공개해 “3만원 유료설명회를 열겠다”고 밝힌 뒤, 이틀 만에 다시 등장했다. 왕 대표는 앞서 최대 100명에게 입장권을 판매한다고 밝혔으나, 실제 현장엔 취재진 40여명만 참석했다.
이날 왕 대표는 3층 연회장에 마련된 거대한 화면에 발표자료를 띄우고 2시간가량 취재진의 질의를 생략한 채 장황하게 설명했다. 우선 비밀경찰서의 연결고리란 의혹이 제기됐던 서울화조센터(OCSC)에 대해 “질병이 있거나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국민을 중국으로 보내는 역할을 도왔을 뿐”이라며 “반중 인사에 대한 강제 연행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왕 대표는 모두 10여명이 이렇게 중국으로 송환됐다고 밝혔는데, 자세한 내용은 “추후 자료를 정리해서 공개하겠다”고 했다.
왕 대표는 식당과 중국 정부와의 연계성 자체는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공산당 통일전선부의 ‘관리’를 받으며 비밀경찰서를 운영한다는 의혹에 대해서 “통일전선부는 한국의 통일부와 같다. 관리란 단어를 쓰지만, 보호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며 다소 선을 긋되 전면 부인하지 않았다. 동방명주를 중국 국무원 화교판공실이 허가한 것과 관련해서도 “맞다. 동방명주는 중국 사무국이 2014년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이라며 “중국의 번영기지로 선정되면 자금지원은 없고, 기술지원이나 해외연수지원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왕 대표는 ‘국내 방첩당국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냐’는 취재진 질의에 “한국 경찰의 조사를 받은 적 없다. 우리는 모든 진상을 해소할 수 있다.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각종 의혹에 대한) 활동 근거를 (우리가) 제공했기에 보도가 나간다면 (한국) 집행기관도 반드시 진실을 알아줄 것이라 본다”며 “첫날부터 비밀경찰 지목을 받았는데 정확한 증거가 없다. 우리는 이렇게 많은 증거를 보여줬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직접적으로 (우리가) 비밀경찰이 아니라고 언급한 건 아니다”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왕 대표는 적자인데도 영업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유선장(하천 등에서 유람선을 매어두고 운영하는 시설) 리모델링을 위해 45억원을 투자했고 60년 운영권을 확보했다. 떠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왕 대표는 선박임대차계약서와 사업자등록증 사본을 공개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앞서 이 식당을 포함한 유선장 임대인은 올해 8월 ㅅ사에서 ㅁ사로 바뀌었다. 기존에 운영하던 ㅅ사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2021년 경매에 넘어간 뒤 ㅁ사가 그해 6월에 낙찰받았다.
이런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ㅁ사 관계자가 연회장에 들어오면서 잠시 소란도 있었다. 왕 대표는 “왜 저들이 이곳에 왔는지 모르겠다. 우호적인 태도는 아닌 것 같다”고 발언하면서도, 나중에는 “ㅁ사와 갈등은 없다. 저들이 우리를 내쫓고 있다는 식의 오해는 말아달라”고 해명을 내놨다.
마지막으로 ‘의혹을 제기한 세력’을 밝히겠다면서, 왕 대표는 “미국, 정확하게는 친미세력이 한국 여론을 조종하고 있다. 그들은 여론 뒤에 숨어서 여론을 통제하고 훼방하고 있다. 반중 정책을 유도해서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왕 대표는 이번 의혹을 설명하는 자리를 자신의 ‘돈벌이’로 활용하는 태도도 보였다. 그는 이 식당의 짜장면과 탕수육 등이 맛없다는 댓글이 남겨진 것에 대해서 “중국 전통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이고 중화요리는 아니었다. 댓글 남긴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밀경찰서 의혹으로 우리 식당이 피해를 봤다. 8만8000원짜리 ‘비밀경찰’ 코스와 12만8000원짜리 ‘비밀경찰서’ 코스 메뉴를 출시하겠다. 짜장면은 안 나온다 ”고 밝혔다.
앞서 스페인에 본부가 있는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이 한국을 포함한 53개국에 걸쳐 102개 이상의 비밀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중국이 비밀경찰서를 이용해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압박해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각국의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주한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해외경찰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데 이어, 26일에도 “완전히 터무니없이 조작된, 의도적인 비방”이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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