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효과' 누린 지역언론, 조회수 유혹에 빠지기도

금준경 기자 2022. 12. 3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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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특별입점 1년 평가, 10개월 만에 2억 조회수 기록
전용기 공방 뉴스홍수 혹 지역 의제 발굴 의미
"지역 뉴스 조회수 안 나와" 클릭 유발하는 뉴스 유혹
'20대 뉴스' 선보인 네이버, '지역뉴스' 큐레이션은 안 될까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저희는 농어촌 특별전형이라고 불러요.”

한 지역언론 관계자는 지역언론 특별심사를 농어촌 학생들끼리 별도로 경쟁하는 대입 전형에 빗댔다. 포털이 지역언론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포털의 뉴스제휴를 심사하는 독립기구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2021년 특별심사 제도를 마련해 9개 광역단위별 1개 매체씩 입점하게 했다.

지역언론에게 특별심사는 둘도 없는 기회였다. 포털 콘텐츠 제휴 매체가 100곳 미만이고 7년 간 합격 매체가 10곳도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례 없는 대규모 입점이었다. 심사 결과 2021년 11월 강원도민일보(강원), 국제신문(부산·울산·경남), 대전일보(대전·충남), 대구MBC(대구·경북), 전주MBC(전북), CJB청주방송(세종·충북), KBC광주방송(광주·전남), JIBS(제주) 8곳이 합격했다. 당시 합격매체가 나오지 않은 경기·인천 지역은 재심사를 거쳐 2022년 10월 경기일보가 최종 합격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지역언론 특별심사는 지역 언론사들에게 영향력과 수익 측면에서 긍정적 요인이 됐다. 그러나 입점한 지역언론 역시 다른 언론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대응'의 딜레마에 빠진 면을 간과할 수 없다. 심사 기준과 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포털 효과', 10개월 만에 2억 조회수 기록

특별심사로 합격한 지역 언론사들의 네이버 언론사 구독판 구독자수를 보면 KBC 광주방송(73만), 대구MBC(37만), 전주MBC(34만), JIBS(34만), CJB청주방송(34만) 등으로 나타났다. 강원도민일보, 대전일보, 국제신문은 구독자 규모를 공개하고 있지 않은데 수십만명 규모로 추정된다.

입점 매체들은 포털의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포털 기사 배열과 구독판이라는 유의미한 독자 접점 채널을 확보해 더 많은 독자가 해당 언론사의 뉴스를 접할 수 있게 됐다. 일례로 강원도민일보는 지난 2월 입점 이후 10개월 간 양대 포털 누적 조회수가 2억 건을 넘어섰다. 포털뉴스를 통해 언론사 홈페이지로 유입되는 비중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면서 언론사 사이트 방문 횟수가 전보다 크게 늘어난 매체들도 있다. 전에 없던 포털 수익도 배분받을 수 있게 되면서 경제적 이익도 뒤따랐다.

A지역언론 디지털부문 관계자는 “많은 독자들이 우리 매체를 알게 된 것이 큰 성과”라며 “그동안 디지털 분야 수익이 크지 않았는데, 포털 입점 후 디지털 전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B지역언론 디지털부문 관계자는 “포털이 아니면 어떤 채널을 통해서도 이 정도 구독자를 모을 수 없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해도 유효한 채널을 새로 뚫는 건 상당히 어렵다”며 “포털은 안정적인 독자층이 있고 수익이 확보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포털 기사를 매개로 '관련기사' 등을 클릭해 언론사 홈페이지로 유입되는 비중도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매체 신뢰도와 영향력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최근 들어 지역언론 입사를 준비하는 지망생들은 해당 매체가 포털 콘텐츠 제휴사인지 여부를 하나의 잣대로 삼는 모습이 눈에 띈다. B지역언론 관계자는 “포털에 기사가 노출되는지 여부는 매체 브랜드 인지도, 영향력과 직결된다. 포털 제휴 매체인지 아닌지에 따라 업계에서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면도 있다”고 했다.

뉴스 홍수 속 차별화된 지역뉴스 전달 의미

특별심사 이후 자연스럽게 포털에서 지역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고, 차별화된 뉴스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2022년 11월 18일은 윤석열 대통령의 MBC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를 놓고 공방이 이어지던 날로 관련 뉴스가 쏟아졌던 때다.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날 치러진 수능에 대한 뉴스도 '전국단위 언론'의 단골 소재였다.

이날 지역언론사들의 네이버 언론사 구독판에 배치된 주요뉴스를 보면 '차별성'을 엿볼 수 있다. 대전일보는 뉴스 해설 코너인 '뉴스즉설'을 배치했다. '육사 이전 공방 점입가경…공은 윤 대통령 손에'라는 제목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육군사관학교 논산 이전을 둘러싼 쟁점을 담았다. 전주MBC는 허위 학력과 허위 이력 논란 등에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는 최경식 남원시장을 비판하는 기사인 '의혹마다 '묵묵부답'.. 최경식 남원시장 왜 이러나?' 기사를, JIBS는 오등봉공원 개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입장을 담은 기사를 배치했다.

▲ 11월18일 JIBS와 전주MBC 네이버 구독판 갈무리

지역언론 포털 입점 추진 당시 일각에선 무용론이 나오기도 했다. 전국단위 일간지와 뉴스통신사에서 이미 지역 뉴스를 다루는데 지역언론을 입점시킬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언론이 포털 콘텐츠 제휴 매체가 아니었다면 앞서 언급한 기사와 같은 지역 현안 해설, 지역 정치인 비판, 지역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담는 등의 지역 뉴스가 전달되기는 어렵다. 전국단위 일간지나 뉴스통신사에게 지역뉴스는 주로 '사건사고'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고 지역 소식을 '주요기사'로 배치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포털에 입점한 지역언론사들이 지역뉴스를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배치하는 데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내건 '심사 조건'의 영향을 무시하기 힘들다. 특별심사를 도입하며 자체 기사 생산 비율(30%)에 충족하는 기사 가운데 80%가 해당 지역의 기사여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붙였다. 지역 기사 생산 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언제든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지역언론사들은 이 조건을 의식하고 있다. C지역언론 디지털부문 관계자는 “지역기사 비율이 정해져 있고 이를 안 지키면 언제든 퇴출 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 수치를 맞추는 데 압박감이 크다”고 했다. A 지역언론 관계자는 “기준을 넘어서는지 체크하는 것도 업무 부담”이라며 “1년 정도 지났으니 모범적으로 기준을 지키는 언론에겐 기준을 완화해주거나 자율적으로 맡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포털이 남들과 같은 기사 쓰는 구조 만든다”

특별심사로 입점한 지역언론사들은 포털 환경에 맞춰 '운영'에도 변화를 줬다. 실시간으로 다량의 뉴스가 소비되는 환경에 맞춰 근무 형태나 업무 방식을 개편하고 평소 기사가 적은 시간대에도 송고되는 기사를 늘리는 식이다.

포털 중심 환경에서 디지털 뉴스 콘텐츠에 힘이 실리는 점은 의미 있다. 국제신문의 서브 브랜드 '뭐라노' 기사를 비롯해 CJB의 자막뉴스, 대전일보의 '뉴스즉설' 등 디지털 독자들을 겨냥한 디지털 친화적 뉴스가 포털 환경에서 더욱 주목 받게 됐다.

그러나 온라인 대응에는 긍정적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포털은 독자가 선호하는 기사와 그렇지 않은 기사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며, 극단적으로 나뉜다. 따라서 독자가 선호하는 전국구 정치쟁점 기사, 선정적 사건 기사, 온라인 커뮤니티 등의 내용을 전한 가십성 기사를 쏟아내 성과를 끌어올리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C지역언론 관계자는 “1년 내내 들었던 고민이 있다. 우리가 가장 잘 쓰는 지역 기사를 쓰면 많이 보지도 않고 돈도 안 된다. 소위 말하는 '히팅'(조회)이 많이 나오는 기사들은 전국구 기사”라며 “그래도 우리는 양질의 지역 기사를 쓰겠다고 방향성을 정했는데 현장에선 고민이 들 수밖에 없다. 지역 기사를 충실하게 쓰는 메리트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남들과 같은 기사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를 네이버가 만드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끊이지 않는 제휴평가위 심사 논란

특별심사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제휴심사 결과 80점 이상인 매체만 콘텐츠 제휴 자격을 부여하는데 7년 간 합격매체가 10곳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언론 합격 매체 수를 많이 두거나 기준을 대폭 낮추게 되면 다른 매체들의 '역차별'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소수의 특정 지역 언론사만 입점하면 지역성 구현 취지가 훼손되고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우려도 있었다. 9개 권역별 1개 매체만 합격시키는 최종안이 나온 배경이다.

당시 제휴평가위 논의를 전담했던 위원들에 따르면 어떤 방식으로 도입해도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나름의 '절충점'을 찾았다고 판단했다. 심사 기준 발표 직후 당시 김동민 뉴스제휴평가위원장은 미디어오늘에 “치열한 격론 끝에 통과됐다. 최선의 방법이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지금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위원들이 뜻을 모은 것으로 이해한다”며 “실제로 운영하면서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심사를 담당한다

반발은 거세게 일었다. 우선, '지역설정 기준'이 논란이 됐다. 광역단위별로 인구 규모 편차가 커서 동등한 비율로 할당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9개 권역 구분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1개 매체만 선정했는데 이 지역은 MBC만 울산, 부산, 경남 3사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경남지역 신문인 경남도민일보나 경남신문, 울산지역 신문인 경상일보는 권역 내 다른 지역을 커버하기 쉽지 않다. 이들 매체가 선정되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에 처음부터 합격권에서 멀었던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광역단위의 대형매체 중심 심사가 되다 보니 뉴스민, 옥천신문과 같은 지역 대안언론에게 지역언론 특별입점 심사는 다른 세상 얘기처럼 느껴졌다.

상대평가가 되면서 심사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커졌다. 모두가 합격선을 넘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단 1점의 차이가 있더라도 권역별 1등만 합격하는 방식은 2위 입장에선 '의문'을 품기 쉽다. 최근 치러진 경인지역 심사에서 탈락한 경인일보는 '불투명한 제평위 심사 결과를 거부한다' 사설을 내며 반발했다.

여기에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고질적인 폐쇄적 심사와 높은 정성평가 비중이 기름을 끼얹었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심사위원들의 점수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심사하는데, 80%에 달하는 정성평가는 심사위원의 '주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저널리즘의 품질' 측정 심사의 경우 복수의 뉴스제휴평가위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심사위원마다 중시하는 측면이 달랐다. A위원은 사이트 내의 업데이트가 수시로 이뤄지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고 밝혔고, B위원은 심층 기사의 비중을 중시했다. 심사 기간에만 매체를 살펴보기에 보여주기식 심사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20대 뉴스' 선보인 네이버, '지역뉴스' 큐레이션은 안 될까

특별심사 도입으로 지역 언론사들이 대거 포털에 진출한 점 자체는 고무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지역 뉴스 활성화 취지를 적극 구현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이다. 현재 권역별 1개 매체씩 진입했지만 지역 내 여론다양성 구현을 위해 권역별로 복수의 매체가 제휴를 맺는 편이 바람직하다. 특별심사 입점 매체와 이전에 입점한 지역언론을 합쳐도 포털 내에선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강원도만 지역 내 복수 언론사들이 제휴를 맺고 있다. 권역별 수를 제한하기보다는 지역언론의 경우 특정 조건만 충족하면 콘텐츠 제휴 매체로 입점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권역과 별개로 지역 내 가치를 증명해온 독립언론, 대안언론이 합격할 수 있는 새로운 제휴 심사 방식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 2019년 5월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전국민주언론시민연합·한국지역언론학회·지방분권전국회의·(사)지역방송협의회가 지난달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앞에서 '네이버의 지역 언론 배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언론노조 제공

포털의 뉴스 배열과 편집 측면의 고민도 필요하다. C지역언론 관계자는 “포털 뉴스추천 알고리즘상으로 전국구 뉴스가 아닌 지역 뉴스는 부각되지 않는다”며 “적어도 지역 재난이나 사건사고 소식은 지역매체의 기사가 더 부각되는 식으로 알고리즘을 조정해 특별심사의 취지를 살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공개한 검토 내역에 따르면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인 에어스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본 뉴스' '언론사들이 많이 쓴 뉴스'를 주요 뉴스로 인지해 더 널리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 지역언론 고유의 뉴스일수록 주목 받을 확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네이버는 자사 뉴스 알고리즘이 '심층 기사'를 선정하는 기준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안 지표 마련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와 함께 지역 고유의 뉴스를 판정할 수 있는 방안, 사건사고 소식에서 해당 지역언론 보도를 우대하는 등 지역성 구현을 위한 뉴스 알고리즘 조정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포털의 지역뉴스 큐레이션 강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네이버는 최근 20대 이용자에게만 제공되는 '20대 전용 뉴스섹션'을 출시했다. 이용자 환경에 맞춰 별도의 뉴스 서비스를 실험적으로 선보인 것인데 위치정보 수집에 동의한 지역 독자에 한해 지역뉴스를 우선적으로 배열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포털 다음은 '이달의 기자상' 등 수상 기사를 콘텐츠 제휴 매체에 한해 별도로 소개하고 있는데 지역언론 수상작일 경우 콘텐츠 제휴 매체가 아니더라도 해당 기사를 아웃링크로 노출하는 방안,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역언론 컨퍼런스와 연계해 컨퍼런스에 소개된 우수 사례 기사를 별도로 큐레이팅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수 있다.

언론 스스로에게 요구되는 과제도 있다. 포털 입점만을 목적으로 한 디지털 전략이 가진 한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역언론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경인일보는 제휴평가위에 대한 법적 대응 검토에만 그치지 않고 사내 미래전략위원회를 출범해 디지털 전략을 점검하고 있는데, 이 같은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 원고는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월간 매거진 '신문과 방송' 기고자로 참여해 작성한 글입니다. 신문과 방송 2023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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