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 게 딴판인데?" 살인범 이기영, 머그샷 거부… 신상공개 무색

경찰 공개 증명사진, 실물과 다르다 지적

경찰이 지난해 12월 29일 공개한 이기영 사진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경찰이 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얼굴 사진을 공개했지만, 실제 생김새와는 딴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범죄 예방 등 신상 정보 공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실제 모습에 가까운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해 12월 29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기영의 나이와 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하고, 이씨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배포했다.

그러나 공개된 사진은 최근 모습이 아닐 수 있는데다, 증명사진 촬영 시 후보정 작업을 거쳤을 가능성이 있어 실물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 씨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했다는 점검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개된 사진을 봤는데, 너무 어릴 때 모습인 것 같아서 실제와는 인상과 느낌이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에 그의 실제 모습은 아직 국민들에게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셈이란 지적이다. 이 씨는 지난 2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고개를 숙여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이기영이 지난해 12월 28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경기도 고양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경찰도 이런 문제를 예상하고 검거 이후 새로 촬영한 '머그샷'(범인을 식별하기 위해 구금 과정에서 촬영하는 얼굴사진)을 공개하려 했지만, 이기영이 동의하지 않아 무산됐다. 경찰 관계자는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피의자에게 사진을 새로 촬영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했다"면서 "인권 보호 차원에서 사진 촬영을 강제할 수는 없어 증명사진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논란은 지난 9월 '신당역 살인 사건'의 범인 전주환(31)의 얼굴이 공개됐을 때도 있었다. 전 씨는 스토킹하던 역무원을 서울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고, 경찰은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그러나 경찰이 공개한 증명사진과 이후 검찰에 이송되면서 취재기자들이 촬영한 얼굴은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신당역 살인 사건'으로 구속된 전주환. 왼쪽은 검거 이후 이송과정에서 찍힌 사진이고 오른쪽은 신상공개를 통해 공개된 증명사진.[연합]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흉악범의 이름과 얼굴 등을 공개함으로써 유사 범행을 예방하고 재범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신상 정보의 공개는 최소한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것이 경찰청 인권위원회의 권고이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피의자의 재범 방지·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상황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신변보호 전 연인 가족 살해 피의자 25세 이석준의 머그샷 [경찰청 제공]

지금까지 머그샷이 공개된 피의자는 지난해 12월 헤어진 여자친구의 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른 이석준(25)뿐이다.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