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거기, 그 사람들

김민혁 2022. 12. 3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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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 날 그 현장에 있었고 간신히 살아남았던 사람들, 그리고 끝까지 구조를 도왔던 사람들...

이들도 지금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아픔을 끌어안고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가장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 그 날의 증언과 당부를 들어봤습니다.

김민혁 기잡니다.

[리포트]

[남인석/사고 목격자 : "남인석입니다. 이태원에서 장사하고 있죠."]

남인석 씨는 지금도 수시로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참사 현장이, 운영하는 가게 바로 앞이었습니다.

["그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고 눈물이 막 쏟아지려고 하고…."]

그 날, 위태로운 조짐은 가게 안에서도 감지됐습니다.

["신발이 벗겨져서 뛰어들어와서 넘어졌다고 그래요. 물티슈로 닦아주면서 안정시키려고 하는데, 또 한 명이 신발이 두 짝 다 벗겨져서…."]

그렇게 나가본 골목, 도저히 손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떡해 보고도 못 살리는데 꺼내지도 못하고. 어떡해. 세상에 그런 비참한 죽음이 어디 있어."]

조금 더 일찍 '징후'를 포착하고, 초저녁부터 신고를 했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박○○/오후 6시 34분 신고자 : "여기까지는 걸어오는데 사람은 많지만, 충분히 걷고 웃고 얘기하고 즐거웠거든요. 이제 1번 출구를 향해서 가니까, 다섯 발자국, 여섯 발자국, 열 발자국, 여기서부터 이제 '어? 좀 많다.'"]

100 미터 불과한 거리를 통과하는 데 무려 30분.

납득할 수 없는 이 상황을 빨리 알려야 했습니다.

[10월 29일 실제 112 신고내용 : "사람들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아요."]

빗발친 이들 신고에도 별다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사선'으로 내몰리고 만 사람들.

그 날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이제서야 조심스럽게 털어놓습니다.

[민성호/사고 생존자 : "엄청난 힘이었어요. 휴대전화도 왼손에 차렷 자세에서 끼어서 쓸 수가 없었고. 오른손은 장난감 총을 들고 있었는데 많이 눌려서 엄청난 고통감을 호소했던…."]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 그 생각이 든 순간, 옆 사람이 전화기를 빌려줬습니다.

["제 말도 어머니에게 닿지 않고, 어머니도 제 아무런 소리를 들을 수 없었대요. 형이 좀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영상통화를 걸었어요."]

그 상태로 수십 분을 버텨 가까스로 생존했습니다.

이들 생존자를 살려냈던 구조자들에게도, 그 날의 기억은 선연합니다.

[노영선/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부교수 : "이 정도의 재난 규모를 가진 현장을 본 적은 없고요. 그 전에도, 앞으로도, 별로 볼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참사를 겪었고, 목격했고, 신고했고, 구조했던 사람들….

그들은 이 사회에 꼭 전하고픈 얘기가 있었습니다.

[민성호/사고 생존자 : "'나는 아니겠지, 나는 괜찮겠지' 다 갖고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 너무 제가 안전불감증이 있지 않았나."]

[남인석/사고 목격자 : "무슨 행사가 있으면 매사에 사전에 어떤 준비를 하는 거고."]

[박○○/오후 6시 34분 신고자 : "젊은 20대, 30대 그분들한테 우리 어른들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노영선/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부교수 : "어떤 특성의 재난이 발생할지 저희들이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가능한 종류의 재난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KBS 뉴스 김민혁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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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혁 기자 (hyu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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