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경찰서’ 의혹 중식당 대표 “정상적인 영업하며 재한 중국인 도운 것”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2. 12. 31. 19: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9일 오후 중국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비밀 경찰서’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서울의 한 중식당에서 왕하이쥔 식당 대표가 의혹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중국 ‘비밀경찰서’의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중식당의 대표가 자신이 한국에서 운영하는 업체, 단체 등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서울 송파구 소재 중식당 ‘동방명주’ 대표 왕하이쥔(王海軍·44) 씨는 31일 오후 이 식당에서 ‘비밀경찰서 진상규명 설명회’를 열고 해당 업체 등이 정식 계약을 맺고 적법하게 운영됐다고 밝혔다.

앞서 왕 대표는 이틀 전 첫 기자회견서 자신을 동방명주 ‘실질 지배인’이자 서울 화조센터(OCSC) 주임, HG문화미디어 대표, 한화(韓華) 중국 평화통일 촉진 연합총회 주임 등으로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우선 비밀경찰서와의 연결고리라는 의혹이 제기됐던 서울화조센터(OCSC)에 대해 “질병 등 돌발적 상황으로 (한국에서) 사망하거나 다친 중국인이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 유학생이 길에서 정신질환 문제가 발생했는데 서울 강서경찰서과 서울화조센터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한 적도 있으며, 반체제 인사 탄압과 강제 송환 등 비밀경찰 활동을 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질병 등을 이유로 국내 거주 중국인들을 본국에 송환하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해명하진 않았다. 한국 내 중국인의 본국 송환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 자체는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법무부와 경찰청 직원들이 참석해 논란이 됐던 서울화조센터의 ‘일일 영사관 행사’에 대해선 “한국의 법원과 경찰청 등과 연계해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행사”라며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3년 동안 개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서울화조센터가 사실상 영사 업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영사관의 활동을 연계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할 뿐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중국 교민이 한국 사회에 좀 더 빨리 적응하기 위해 돕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왕 대표는 “동방명주를 설립 후 중국 정부에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먼저 신청을 해, 중국 국무원이 허가한 최초의 ‘해외 중식 번영 기지’가 됐다”며 “이를 통해 지원이 이뤄져 해외 연수,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해명했다.

다만 이러한 지원이 금전적인 지원은 아니라고 밝혔다. 왕 대표는 “한국에서 오해하는 것처럼 ‘중국 정부의 자금 지원’이 아닌 해외 연수, 요리사 파견이나 관리 도움, 기술 지원 등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사관을 통한 자금 지원설도 부인했다.

‘식당이라고 하기에는 음식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는 의혹에 대해 왕 대표는 본래 중화요리를 취급하는 식당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동방명주는 원래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불고기를 제공하는 음식점이었고, 짜장면을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 특히 혹평이 많았던 짜장면은 식당에서 본래 다루던 중국 본토의 음식이 아니라서 질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2023년 1월 1일부터 영업을 중단하기로 한 것도 비밀경찰 논란 때문이 아니라 식당이 들어선 선박 안전 문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식당은 한강 위에 떠 있는 수상 구조다.

왕 대표는 선박이 수리되는 동안 서울 중구 명동성당 인근에 새로운 식당을 열고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방명주 사무실은 현 소재지 건물 2층에 그대로 둘 예정이라고 알렸다.

왕 대표는 이번 비밀경찰서 논란으로 약 1500명의 단체 예약이 취소돼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도 주장했다.

한편,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 53개 국가에서 반체제 인사들을 관리하기 위한 비밀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 23일 주한 중국대사관은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현재 동방명주는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코로나19로 인해 큰 폭의 적자를 낸 만큼 ‘버티는 이유에는 중국 정부의 지원이 있는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왕 대표에 따르면 그는 식당이 위치한 유선장의 안전 공사, 리모델링 등에 총 45억원 규모를 투자했고, 원 선주와 60년 기간의 계약을 체결했다.

왕 대표는 “현재 안전 문제로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이며, 이미 투자가 이뤄진 만큼 미래를 보고 영업을 하고 있는 우리는 떠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동방명주는 지난 28일 식당의 외부 전광판에 ‘진실을 위한 중대 발표한다’는 문구를 띄우며 ‘중대 발표’를 예고했다. 이후 그 다음날인 29일 왕 대표는 “비밀경찰서 보도가 있기 전까지 식당은 정상적인 영업장소였다”며 “이유 없는 압박과 방해를 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만 “모든 대외 발표 일정은 31일로 정했다”며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1인당 3만원의 입장권을 판매하는 ‘유료 설명회’를 열겠다고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왕 대표는 앞선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HG문화미디어 대표, 중화국제문화교류협회 회장, 한화(韓華) 중국 평화통일 촉진 연합총회 및 중국 재한 교민협회 총회 총회장, 서울 화조센터(OCSC) 주임 등으로 소개했다. 이중 OCSC는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중국 비밀 경찰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지적한 단체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HG문화미디어에 대해서는 ‘한강’의 영문 이니셜을 따 2012년 설립한 문화미디어 매체라고 소개했다. 국회 앞 건물에 입주한 이 업체는 국내 첩보를 입수해 중국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의혹을 받는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