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사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선종…5일 장례 미사
60여권 저술한 뛰어난 신학자
교황청은 신자들이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베네딕토 16세의 시신이 1월 2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돼 이후 사흘간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례 미사는 1월 5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장례 미사를 직접 주례할 예정이다.
선종한 베네딕토 16세는 종신직인 교황직에서 자진 사임한 역대 두 번째 교황이다.
전통교리의 수호자였던 베네딕토 16세는 ‘신의 로트와일러(독일 맹견)’로 불릴 정도로 보수적인 성직자로 유명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6세 이후로 폐지됐던 교황 의상을 다시 착용하는 등 전통을 되살리는 데 주력했다.
동성애, 이혼, 인간 복제 등에 반대했으며 해방신학, 종교 다원주의, 여성 사제 서품 문제에 대해서도 보수적 시각을 유지했다. 하지만 환경 보호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진보적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재임기간 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슬람이 본질적으로 폭력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무슬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고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부인한 가톨릭 주교를 복권해 유대계와도 마찰을 빚었다.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스토리는 지난 2019년 ‘두 교황’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돼 넷플릭스에 공개된 바 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고 김수환 추기경과도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베네딕토 16세가 독일 뮌스터대에 교수로 발령받아 교회 쇄신에 관해 강의했을 때 수강생 중 한 명이 김수환 학생신부였다.
김수환 추기경은 베네딕토 16세 교황 즉위 미사 때 추기경단 대표로 순명 서약을 하며 인연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의 본명은 요제프 라칭거로, 1927년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태어났다. 5살 때 뮌헨 대주교의 붉은 복장을 처음 본 뒤 가톨릭 성직을 동경하면서 성장했다.
1951년 사제 서품을 받고, 1977년 뮌헨 대주교가 됐고 1981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신앙교리성 장관에 임명됐다.
교황청 내 보수파의 거두로 교황에 선출되기 전 이미 미국 타임지의 ‘세계 100대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약 25년간 신앙교리성 장관을 지낸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교황에 선출됐다.
베네딕토 16세는 뛰어난 학자이기도 했다. 사제 시절이던 1963년부터 사임한 2013년까지 60권 이상의 책을 출간했다.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으나 역대 교황 가운데 가장 깊이 있는 신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모국어인 독일어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어, 불어, 영어, 스페인어 등 10개국 언어에 능통했고, 모차르트와 바흐의 곡을 즐겨 칠 정도로 뛰어난 피아노 연주 실력을 보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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