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타격기계, 가장 압도적인 마무리…담당기자 선정 LG 올해의 이름, 올해의 순간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2022년 스프링캠프 첫 날부터 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LG 트윈스의 시작과 끝을 지켜봤습니다. 한해 마지막 날 담당기자로 보낸 1년을 돌아보며 떠올린 LG 트윈스의 순간, 올해의 이름들입니다.
▷올해의 경기 - 6월 4일 vs SSG, 6-2 승리
가장 압도적으로 이긴 경기도, 가장 큰 점수 차를 뒤집은 경기도 아니다. 대신 LG의 미묘한 변화를 보여주는 경기라 올해의 경기로 꼽았다. 이 변화가 아니었다면 1년 내내 가장 압도적인 불펜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또 포스트시즌 3선발 김윤식을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케이시 켈리와 아담 플럿코 원투펀치와 불펜에 크게 의존하던 LG는 5월 들어 불펜의 위력이 뚝 떨어졌다. 류지현 전 감독과 투수 파트 코치들은 6월을 전후해 국내 선발투수들의 교체 시점을 조금씩 늦추기로 했다.
가장 큰 효과를 본 선수가 김윤식이다. 김윤식은 5월 29일 삼성전에서 5회 피홈런 직후(4-0→4-2) 교체됐다. 그런데 6월 4일 SSG와 경기에서는 2-1로 앞선 5회 1사 1, 2루에서도 마운드에 남아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김윤식은 이 경기를 시작으로 5경기 연속 5이닝 투구에 성공하며 로테이션에 안착했다.
▷올해의 타자 - 김현수
34살 베테랑이 새로운 버전의 '기계'로 진화했다. wRC+(조정 가중 득점 생산력) 145.1을 기록하며 LG 입단 첫 해인 2018년 이후 다시 팀 내 1위를 되찾았다. 홈런 23개는 LG 이적 후 최다 기록이자 리그 공동 5위 기록이다. 지난 6월 2000안타를 달성한 뒤 인터뷰에서는 비시즌 준비 과정에서 지금까지 고집했던 요소들을 바꾼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얘기했다. 플레이오프 타율 0.412로 가을에 약하다는 꼬리표도 떼냈다.
아까운 2위 - 오지환 역시 타격 방식에 변화를 준 덕분에 거포 유격수로 돌아왔다. 20홈런-20도루로 데뷔 14년 만에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올해의 수비수 - 박해민
야구가 다이내믹한 스포츠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수다. 이적 첫 해인 올해 144경기에 모두 출전했고 팀 1위, 리그 2위인 1205이닝 동안 외야를 누볐다. KBO리그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박해민은 리그 2위인 1.858의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를 기록했다.
아까운 2위 - 오지환은 올해도 튼튼했다. 무려 1167이닝을 수비하면서 유격수 가운데 가장 높은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 1.275를 남겼다.
▷올해의 투수 - 고우석
다승왕, 홀드왕, 세이브왕을 모두 보유한 LG지만 세이브왕 고우석이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42세이브로 세이브 2위와 차이가 무려 9개였고, 두 자릿수 세이브를 올린 마무리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1.48)을 기록했다.
아까운 2위 - 케이시 켈리는 다승 1위에 오르며 장수 외국인 선수의 모범을 보였다. 5년차 재계약이 당연한 성과였다.
▷올해의 반전 - 문보경
문보경은 올해의 타자에도 올해의 수비수에도 마음 속 후보로 넣었던 선수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대폭발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올 시즌 경기력으로 증명했다. 지난 시즌 0.230이었던 타율이 올해 0.315로 수직상승했고, 2루타는 11개에서 22개로 두 배가 됐다. 수비는 시즌이 이어질 수록 성장해 이제는 국가대표 예비 명단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아까운 2위 - 이우찬은 2019년 임시 선발투수로 5승을 거뒀을 때보다 훨씬 위력적인 투수로 돌아왔다.
▷올해의 희생 - 김진성
김진성은 6월을 제외하고 꾸준히 달마다 10경기 이상 등판하면서 궂은 일을 해줬다. 정우영과 함께 등판 경기 1위(67경기), 불펜 투구 이닝 3위(58이닝)인데 나머지 선수들에 비해 홀드 숫자는 적었다(12개). 대신 올 한해 공로를 인정받아 FA 2년 계약으로 LG에서 커리어 마지막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아까운 2위 - 최동환은 시즌 초반 선발투수들이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가면 늘 멀티이닝을 책임져줬다. 승리도 홀드도 세이브도 없이 1패 평균자책점 4.14로 시즌을 마쳤지만 보이지 않는 희생의 크기는 작지 않았다.
▷올해의 퓨처스 선수 - 이지강
"퓨처스팀에서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1군에 올라왔다. 그런데 내가 못 던지면 우리 퓨처스팀에 있던 선수들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 같았다. 퓨처스팀에 있던 선배들, 친구들, 후배들이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나 때문에 퓨처스 기록은 좋아도 의미 없다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아서 진짜 집중하고 열심히 던졌다." 퓨처스 북부리그 평균자책점 1위라는 타이틀보다 이 마음가짐에 놀랐다.
▷올해의 세리머니 - 모두의 파이팅 타임
뉴진스에게 샌드위치가 있다면 LG에는 투수와 야수가 함께하는 파이팅 타임이 있다. 새 주장을 맡은 오지환이 바꾼 문화다. 오지환은 "모든 선수들이 함께 경기장 분위기를 느꼈으면 했다"며 경기 전 미팅에 투수까지 불러모은 이유를 설명했다. 한 팀이지만 마치 다른 부서처럼 지냈던 투수들과 야수들이 하나로 뭉쳤다. 이제는 팬들도 기다리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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