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쓱크랩북] SSG의 2022년, 빛났던 이름 10가지

김태우 기자 2022. 12. 3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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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현은 구단과 팬들의 기대치를 저버리지 않으며 팀이 필요한 곳에 항상 있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0년 여러 악재를 버티지 못하고 최하위권까지 추락한 SSG는 2021년 새로운 팀 이름과 함께 도약을 설계했다. 2년 안에 팀을 재건하겠다는 대전제 속에 야심찬 전력 보강을 단행했고, “2022년 3위 내에 반드시 오르겠다”는 팀의 목표는 ‘에이스’ 김광현의 복귀와 함께 ‘정상 도전’으로 바뀌었다.

결과는 최상이었다.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KBO리그 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정규시즌 개막일부터 최종일까지 단 하루도 1위를 놓치지 않은 우승) 우승을 이뤘고, 그 기세를 몰아 한국시리즈까지 집어 삼키며 2010년 이후 12년 만의 첫 통합 우승 대업을 달성했다. 1위를 내줄 뻔한 여러 위기를 계속 물리치고 끝내 이 대업을 품에 안으면서 스스로부터 반신반의했던 ‘저력’이 아직 이 구단에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구단의 과감한 투자, 선수단의 응집, 그리고 인천 연고 사상 첫 관중 1위를 기록한 팬들의 성원까지 모든 손바닥이 한 번에 맞춰 움직인 성과였다. 연말의 뒤숭숭하고 불미스러웠던 과정이 옥의 티이기는 하지만, 통합 우승으로 가는 과정에서 화려하게 빛난 주인공들의 이름까지 뒤로 미룰 것은 아니다. 이제는 정상을 지켜야 한다는 또 하나의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겠지만, 2022년 구단을 빛냈던 이 이름들이 제 몫을 한다면 수성은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상금과 트로피가 없는 것은 이 시상식의 전통이다.

올해의 타자 : 최정

‘야구 천재’라는 이야기는 그냥 만들어진 것도, 그냥 누구에게나 붙일 수 있는 수식어가 아니다. 아마도 올해 SSG 관계자들과 팬들은, 결정적인 순간 왜 이 선수에게 ‘야구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는 장면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시즌 중 유독 민감한 부위에 공을 맞아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서도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성실하게 경기에 나갔고, 그렇게 121경기에서 OPS(출루율+장타율) 0.891이라는 좋은 성과를 거뒀다. KBO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커리어에는 26개의 홈런과 87개의 타점, 그리고 110개의 안타가 더 쌓였다. 한국시리즈에서 팀 타선을 이끌고 가는 모습은, 여전히 인천과 KBO리그에서 최정의 시대가 저물지 않았음을 상징하고 있었다.

2016 최정-2017 최정-2018 제이미 로맥-2019 최정-2020 제이미 로맥-2021 최정

올해의 투수 : 김광현

2년간 메이저리그에서 값진 경험과 적잖은 성과를 쌓고 돌아온 김광현은, 우리가 알던 그 김광현 같으면서도 또 같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성공적인 KBO리그 복귀를 알렸다. 시즌 마지막 등판 전까지만 해도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든든하게 팀의 마운드를 이끌고 나가는 그 모습은 예전의 김광현과 다르지 않았다. 한편으로 패스트볼은 물론 다양한 변화구를 활용하며 패턴의 변화를 선보인 건, 30대 중반에 이른 이 투수가 전성기를 조금 더 오래 가져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한껏 내비친 것과 다름 아니었다. 최근 5년 중 이맘때 팔 상태가 가장 좋다고 자신하는 김광현은 내년에는 올해와 다르게 조금 더 정상적인 시즌 준비를 할 수 있다.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 이유다.

2016 메릴 켈리-2017 메릴 켈리-2018 김광현-2019 김광현-2020 문승원-2021 김택형

올해의 헌신 : 한유섬

누구나 한 번쯤은 달고 싶어 하는 주장의 타이틀이지만,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그 명예로운 타이틀 속에 숨겨진 고생도 적지 않다. 자신보다는 팀을 생각해야 하고, 모든 전제의 중심을 팀에 놓고 행동해야 한다. ‘재건’이라는 대명제를 가지고 시작한 이 시즌에 주장 몫을 훌륭하게 수행한 한유섬은 개인적인 성적 외에 그 헌신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를 보여준 시즌이었다. 시즌 막판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끼면서도 수비를 자청하는 등 솔선수범 그 자체로 후배들을 끌고 갔고, 무뚝뚝해보이는 성격의 이 선수는 이제 통합우승을 이끈 리더십이 추가된 주장이 됐다. 21개의 홈런, 100개의 타점, OPS 0.850의 성적은 그에게 5년 다년 계약을 안겨준 SSG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멋진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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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훈은 이제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 대열에 합류했다 ⓒ곽혜미 기자

올해의 기량발전 : 오원석

신인 시즌 8경기에 나선 게 고작이었던 이 좌완은 2021년 33경기에 나가며 팀 마운드의 미래가 될 자격을 조금씩 증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는 31경기에서 생애 첫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우며 팀 선발진의 미래가 될 자격을 증명해내기 시작했다. 객관적인 성적이 많이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쌓이는 경험 속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과시했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의 역투는, 이 어린 선수의 존재감이 더 이상 ‘성장에 대한 기대치’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음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내년 보직은 아직 미정이지만 어떤 보직에서든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원하는 자리는 분명히 따라올 것이다. 오원석은 내년에도 아직 만 22세의 선수다.

2016 김민식-2017 김동엽-2018 김태훈-2019 서진용-2020 이건욱-2021 박성한

올해의 새 얼굴 : 전의산

‘와이어 투 와이어’의 대업을 달성하기는 했지만, 시즌 내내 편안한 레이스가 이어졌던 건 아니다. 2위 팀의 거센 추격에 시달릴 때도 있었고, 1~2경기만 더 져도 1위 자리를 내줄 뻔 했던 시점도 분명 몇 차례 있었다. 시즌 중반의 그 고비를 넘기는 데 크게 기여한 선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1군 경력이 단 1경기도 없었던 좌타 거포 전의산이었다.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성적이 다소 처지기는 했지만 크론의 부진 공백을 잘 메운 전의산의 대포가 없었다면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시즌 77경기에서 13개의 홈런을 때리는 등 힘과 장타 생산 능력에서는 팬들의 큰 기대를 자아냈다. 역시 아직 젊은 선수라 앞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홈런의 팀은 그렇게 차세대 에이스의 가능성까지 목도한 채 더 따뜻한 봄을 기다리고 있다.

2016 김주한-2017 정진기-2018 강승호-2019 하재훈-2020 최지훈-2021 추신수

올해의 수비수 : 최지훈

오랜 기간 이 부문에서 2위의 추격을 불허했던 김강민이라는 선수가 있었기에 매년 수상자 선정의 난이도가 가장 낮았지만 올해는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김강민은 여전히 뛰어난 수비력을 자랑했지만, 144경기를 다 뛰면서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몸을 날렸던 최지훈의 등장은 어쩌면 랜더스의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 최지훈은 중견수는 물론 코너 외야에서도 호수비를 보여주며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 외야 수비수 대열로 올라섰다. 공‧수‧주를 모두 종합하면 올 시즌 이만한 공헌도를 보여준 외야수는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손에 꼽을 만했다. 3년째 성적이 계속해서 오름세를 그리는 이상적인 그래프로 내년에는 태극마크도 기대케 한다.

2016 김성현-2017 김성현-2018 김강민-2019 김강민-2020 김강민-2021 김강민

올해의 2군 선수 : 조형우

김원형 감독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제 스무 살인 조형우를 포함시킨 것에 대해 “경험 측면의 배려가 아니라 우리 팀 포수 중 가장 공을 잘 던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1군 출전이 많지는 않았지만 퓨처스팀(2군)에서부터 수비와 타격 모두 호평을 받았고, 1군 콜업 후 꾸준하게 선배들의 뛰는 모습을 눈으로 익히고 머릿속에 그리며 출전 경기 이상의 값진 시기를 보냈다. 아마도 SSG의 1군 코칭스태프들은, 왜 조형우가 스카우트들로부터 “공수를 모두 갖춘 대형 포수로 성장할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았는지 실감했을지 모른다. 퓨처스리그는 좁았다. 도루 저지는 물론 타율 0.379, 3홈런, 19타점, OPS 0.956을 기록했다. 2군에서 더 증명할 것은 많지 않다. 이제는 1군에서 팀 포수진의 세대교체를 이뤄낼 적임자로 기대가 크다.

2017 최항-2018 안상현-2019 이원준-2020 최민준-2021 이정범

올해의 재기 : 노경은

작년 이맘때, 현역을 연장한 노경은은 쉼 없이 공을 던지고 있었다. 직업 선수로서의 그것보다는, 순전히 공을 던지는 게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그렇게 철저하게 몸을 만든 채 시즌에 돌입한 노경은은 방출 선수 성공 계보에 화려하게 이름을 올리며 SSG 통합우승의 밑거름을 뿌렸다. 선발로, 때로는 불펜으로 보직을 가리지 않으며 활약했고 이리저리 변수가 많았던 SSG 마운드를 지탱하고 후배들의 모범이 되는 기대 이상의 성과로 화려한 재기를 알렸다. 좋아하는 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한 번은 기회가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는 점에서 리그 전체에 남긴 울림도 결코 작지 않다.

2016 박희수-2017 나주환-2018 한유섬-2019 고종욱-2020 윤희상-2021 한유섬

▲ 김원형 감독은 유연한 리더십으로 선수로는 물론 감독으로 우승과 인연을 맺었다 ⓒ곽혜미 기자

올해의 지도자 : 김원형 감독

그가 KBO리그에서 가장 지략이 뛰어난 감독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가장 경험이 많은 감독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열린 귀를 가지고 있었고, 수많은 난관을 홀로 풀어가기보다는 모두의 손을 잡고 같이 풀어나갔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코치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었고, 프런트의 이야기도 한 번 들었고, 때로는 언론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다. 그 결과는 값진 통합 우승이었다. ‘듣는 리더십’으로 대표되는 김원형 감독은 감독 2년차인 올해 통합 우승 감독의 주인공이 되는 영광을 얻었다. 때로는 입술을 깨물고 멀리 보다가도, 때로는 과감하게 승부를 거는 유연성을 발휘했다. 베테랑을 배려하면서도, 어린 선수들을 필요한 시점에 과감하게 등용하는 등 선수, 프런트 등 관계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등에 업었다. 3년 총액 22억 원에 재계약한 김 감독은 이제 정상으로 가는 길을 더 공고히 닦아야 한다는 중책 속에 임기 2기를 시작한다.

2016 김상진-2017 트레이 힐만-2018 손혁-2019 최상덕-2020 박경완-2021 이진영

올해의 프런트 : 류선규 단장

골수 야구 팬으로 시작, 우연찮은 기회에 야구단 프런트에 입사했고 프런트의 ‘꽃’이라고 불리는 단장까지 올라가 26년의 청춘과 세월을 야구단에 바쳤다. 지독한 워크홀릭이기도 했고, 때로는 엄격한 관리자이기도 했지만, 직원들과 선수들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잘 들어주는 좋은 인생 선배이기도 했다. 류선규 단장은 “26년 프런트 생활을 하면서 5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면서 자신을 행운아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좋은 기억만 가지고 떠나겠다고 웃었다. 선수단과 마지막 인사 자리를 갖지 못한 게 유일한 아쉬움이라고 말하는 류선규 단장. 단장 취임시 “2년 내 팀을 재건하겠다”는 목표를 저돌적으로 밀어붙였고, 또 이룬 채 정상에서 떠난다.

2016 전략프로젝트팀-2017 고객가치혁신그룹-2018 홍보팀-2019 스카우트 그룹-2020 운영팀-2021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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