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기 복직 투쟁했던 ‘보통의 노동자’ 임재춘 타계

오경민 기자 2022. 12. 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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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콜텍 해고노동자 임재춘씨가 서울 등촌동 콜텍 본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강윤중 기자

4000일이 넘는 국내 최장기 복직 투쟁에 참여했던 노동자 임재춘씨가 지난 30일 별세했다. 향년 60세.

유족은 기자와 통화에서 임씨가 지난 30일 오전 9시쯤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대사성 산증 등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31일 밝혔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1962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1983년부터 성음악기, 1985년부터는 삼익악기에서 악기를 만들었다. 1986년부터는 덕영산업에서 일했고, 1987년 콜텍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기타를 만들었다.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할 만큼 유명한 기타 브랜드였던 콜텍이 2007년 7월 돌연 ‘긴박한 경영상 이유’를 들며 국내 공장을 폐쇄했다.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고인과 노동자들은 복직 투쟁을 시작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09년 “회사 경영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정리해고 당시 경영상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부당해고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이 2012년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미래에 다가올 경영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리해고도 유효하다”고 이유를 들었다. 2014년 이 판결이 확정됐다.

2018년 해당 대법원 판결이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 대법원과 박근혜 정권의 재판 거래 의혹 사건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다시 논의가 시작됐다. 고인은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42일만에 그해 4월 회사로부터 정리해고 유감 표명과 명예복직, 보상금 지급 등을 끌어냈다. 이 합의에 이르기까지 1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복직 투쟁 4464일. 콜텍은 노사 분쟁 최장기 사업장의 기록을 세웠다.

고인을 주인공으로 기타 제조사 콜트·콜텍의 해고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재춘언니>가 지난 3월31일 개봉했다. 고인은 개봉을 앞두고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사실 노동자들이 집회하면 사람들이 ‘저 사람들 또 도로 막네’ 그러지 않나. 그래도 우리 투쟁은 문화예술인들이 함께한 평화로운 투쟁, 투쟁의 새로운 방식을 보여줬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다”며 “기타는 내 인생이었지만, 투쟁은 나를 사회에 눈을 뜨게 만들었다”고 했다.

영화에는 그가 <햄릿>에 나오는 젊은 여성 오필리아를 연기하는 모습이 나온다. 오필리아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가진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고인은 “(딸) 어때요? 집에 가서 보시면?”이라는 한 여성의 질문에 “애틋하지. 우리 딸들이 내 심정, 오필리아 같은 마음이 아닐까”라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유족은 자녀 애란·초란씨가 있다. 빈소는 건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오는 1월1일 오전 7시30분.

영화 <재춘언니>의 한 장면. 시네마 달 제공.

☞ [민주공화국-장기농성장] 투쟁 10년··· "그래도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https://www.khan.co.kr/local/Seoul/article/201611071510001


☞ 최장기 투쟁 사업장 ‘콜트·콜텍’ 다룬 ‘재춘언니’…투쟁사보다는 인간에 대한 기록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203301548011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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